올해 3분기 실적시즌이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국내 상장 기업들이 본격적인 자본금 확충에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운용 및 채무상환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 기업들의 신주 상장일이 도래하고 있어서다.
가장 큰 규모로 자금을 조달하는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코스닥 왕좌 자리를 노리는 에코프로비엠의 대주주 에코프로, 진에어 등의 신주가 다음 주부터 시장에서 유통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올해 쉼 없이 진행된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으로 늘어난 주식 공급 물량이 증시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유동성 축소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향후 수급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증자의 계절이 왔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총 7개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한 새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될 예정이다. 이 중 신주 발행 규모가 가장 큰 상장사는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8월 중순 운용자금과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발행가액 확정과 청약 등을 거쳐 이달 19일 신주가 유통된다. 주당 발행가격 5130원에 2억5000주를 모집, 총 1조2800억원을 조달한다.
조달 총액 가운데 7825억원은 운용자금, 5000억원은 채무상환에 활용된다. 세부적으로 운용자금은 선박건조와 관련한 자재 구매대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7825억원 중 4296억원은 강재 구매에, 1732억원은 엔진, 1838억원은 기타 자재 구입비용으로 투입된다.
운용자금 5000억원으로는 작년 1월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받은 7000억원의 '드릴십담보대출' 중 일부를 조기 상환할 계획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에코프로비엠의 대주주 에코프로도 지난 5월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한 관계사인 에코프로에이치엔과 지분 교환을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주당 발행가는 이달 11일 종가인 15만7600원 대비 65% 가량 할인된 9만5441원으로 확정됐고 총 527만4285주를 공모해 약 5034억원을 조달받는다. 에코프로가 이번에 새로 발행한 주식은 삼성중공업 신주 상장일과 같은 19일부터 유통된다.
이와 함께 한진칼이 최대주주로 있는 진에어를 비롯해 최근 주가 급등 이후 갑작스럽게 폭락세를 연출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에디슨EV, 와이오엠, 이수페타시스, 천랩 등이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한 신규 주식도 다음 주 일제히 상장한다.
늘어나는 주식…수급에는 부정적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올해 내내 이어진 크고 작은 IPO와 유상증자를 통해 늘어난 주식 수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등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감소하는 상황에서의 주식 공급량 증가는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만 작년 대비 주식 공급량이 11조원 늘었다. 증시 조정 국면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하반기 이전까지 지수 상승이 계속된 탓에 증시를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서는 상장 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가 과거 대비 높은 레벨을 유지하면서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이 늘었다"며 "가까운 일은 아닐 수 있지만 향후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시 흔들려도 자리 지킨 '개미'
이달 초 국내 증시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실망 매물을 쏟아냈던 개인투자자들은 지난주 다시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은 개인과 반대 행보를 보이며 국내 주식 처분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개인은 8280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사들였다. 삼성전자에 가장 많은 1250억원을 투입했고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LG화학도 각각 1140억원, 800억원어치 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각각 6740억원, 980억원어치 내다팔았다. 기관 중에선 4480억원어치를 정리한 연기금의 매도 강도가 가장 강했고 사모펀드와 투자신탁도 3210억원, 1270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냈다.
이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카카오게임즈, 엔씨소프트 주식을 1460억원, 1050억원, 930억원씩 구매했고, 삼성전자와 두산중공업,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식은 각각 1460억원, 950억원, 520억원가량 매도했다.
기관은 크래프톤(1420억원)과 LG이노텍(480억원), 넷마블(460억원) 등을 장바구니에 담은 반면 카카오뱅크와 LG화학,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은 600억~650억원가량 처분했다.
NH올원리츠 성공적 데뷔할까
카카오페이의 증시 입성을 끝으로 국내 공모주 시장이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리츠 기대주인 NH올원리츠가 오는 18일 코스피 시장 데뷔 무대를 갖는다.
NH올원리츠는 상장 전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일반 공모청약에서 각종 기록을 쏟아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올원리츠는 지난달 28~29일 국내 860개 기관이 참여한 수요예측에서 628.17대 1로 올해 상장한 리츠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뒤이어 실시한 일반 공모청약에서도 453.48대 1의 경쟁률과 총 10조6600억원에 달하는 증거금을 모아 역대 상장 리츠로는 SK리츠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과 많은 증거금을 자랑했다.
NH올원리츠는 분당 스퀘어와 에이원타워 당산, 에이원타워 인계, 도지물류센터를 기초자산으로 두고 있는 혼합형 리츠다. 모자(母子)리츠 형태로 분당스퀘어를 직접 보유하고 있고, 자리츠인 NH3호리츠에 에이원당산과 에이원인계 오피스빌딩을 담고 있다. NH5호리츠를 통해 도지물류센터에 투자하고 있다.
NH올원리츠의 가장 큰 투자 매력은 안정성과 높은 배당수익률을 들 수 있다. 실제 NH올원리츠는 공모 전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NH손해보험 등을 통해 70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10년 평균 6~7%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약속한 바 있다.
상장 전 모든 일정을 끝낸 NH올원리츠는 오는 18일 코스피시장에 데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