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노후 준비가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각종 연금 관련 상품도 덩달아 인기몰이 중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는 상품은 단연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다. 상품 특성상 수익률이 눈에 띄게 높지는 않지만 목표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은퇴를 대비해 최적화된 상품이라는 평이 나온다.[편집자]
TDF 시장의 몸집이 급격히 커지면서 국내 TDF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TDF가 해외 시장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만큼 그간 국내 자산운용사 대부분이 해외 운용사에 위탁 운용을 맡겨 왔으나 최근 들어 독자 운용에 자신감이 붙은 운용사들이 홀로서기에 속속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독자 운용 성적은 일단 '굿'이다.
국내 운용사, TDF 독자 운용 출사표
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TDF 상품을 운용하는 16개 운용사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메리츠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총 4개사가 독자적으로 TDF를 운용하고 있다.
해외 운용사의 자문은 받되 운용은 자체적으로 하고 있는 신한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까지 포함하면 독자 운용을 하는 곳은 총 6개사로 늘어난다. 그만큼 국내 운용사의 TDF 시장 경쟁력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움운용은 지난 6월30일 미국 글로벌 자산운용사 SSGA(State Street Global Advisor, Limited)와 자문 계약을 종료하고 독자적으로 운용하는 TDF 상품을 선보였다.
곧이어 KB자산운용도 TDF 운용을 돕던 뱅가드가 아시아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계획을 밝히자 자문 계약을 마무리하고 독자 운용을 선언했다. 신한자산운용 역시 BNP파리바그룹과 분리된 이후인 지난 7월경부터 독자적인 TDF 운용을 진행하면서 홀로서기에 나섰다.
혼자서도 잘해요…키움·KB운용 '두각'
독자 운용에 나선 운용사들을 두고 업계에선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냈지만 초반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해외 운용사의 위탁 운용이나 자문 없이는 수익률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독자 운용 TDF 상품들은 줄줄이 우수한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키움운용과 KB운용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키움운용이 운용하는 TDF 전체 상품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14.44%로 전체 TDF 운용사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해외 운용사와 위탁 계약을 맺고 운용하는 TDF의 한계점을 느끼고 국내 시장에 적합한 TDF를 위한 글라이드패스(자산배분 곡선) 개발과 운용에 힘을 쏟았다"며 "독자 운용 선언 이후 꾸준히 수익률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TDF 상품의 경우 빈티지(목표 은퇴 시기)별로 수익률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살펴보면 2045년형의 경우 한화운용의 '한화 LifePlus TDF2045'의 1년 수익률이 17.43%로 전체 2045년형 TDF 가운데 성과가 가장 좋다. 이어 키움운용의 '키워드림TDF2045'가 15.62%로 2위를 기록 중이다.
2045년형보다 은퇴 시기가 10년 늦은 것으로 설정된 2055년형 TDF 상품 중에선 KB운용의 성과가 돋보인다. 'KB온국민TDF2055'이 20.35%의 수익률을 올리며 전체 TDF 상품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온국민 TDF는 주식 편입 비중이 90%로 타 운용사 TDF 대비 10% 포인트 이상 높다.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높은 수익률을 내는데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독자 운용에 나선 운용사들은 한국인의 생애주기에 맞는 글라이드패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글라이드패스는 투자자 연령대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일종의 설계도면을 말한다.
국내 독자 운용 TDF의 경우 시장의 대내외적 충격에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위탁 운용 TDF의 경우 위기 발생 시 자문 또는 위탁 계약을 체결한 운용사 자체 펀드로 포트폴리오가 치중될 수 있어 오히려 수익률이나 위험 분산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