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이 '아마존 매트리스'로 알려진 온라인 매트리스 및 가구 기업 지누스를 인수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수익 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수가 박스권에 갇힌 현대백화점의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았다. 인수 과정에서 늘어난 차입금이 부담스럽고 단기간 사업 효율을 내기 어렵다는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팬데믹 이전 주가로 회복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수익 상품인 명품 수요 증가가 예상돼 패션사업 실적 회복이 예상되고 지누스와의 시너지를 통한 성장이 예상되는 점에서다.
지누스 인수, 신성장 동력 확보 측면 긍정적
지난 22일 현대백화점그룹은 공시를 통해 지누스 지분 35.8%를 8946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지누스는 온라인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글로벌 가구·매트리스 기업으로 아마존 매트리스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 최대주주 지분을 포함한 구주 474만135주를 7747억원에 인수했으며 12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143만1981주를 취득했다. 계약 예정일은 오는 5월31일로 이후 현대백화점은 지누스의 최대주주가 된다.
이번 인수는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이 발표한 '비전2030'에 따른 온라인 전문몰 강화 전략 필요성에 따라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현대백화점, '아마존 매트리스' 품었다(3월22일)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특정 카테고리에 대한 전문몰 확대라는 이커머스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리빙 카테고리에 대한 킬러브랜드 확보 차원으로 이번 인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수를 통해 현대백화점이 수익 다각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지누스 지분 취득은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지누스가 중·고가 매트리스로 카테고리를 확장할 경우 현대백화점의 온·오프라인 채널의 제품 차별화에 기여 가능하다"고 말했다.
늘어난 차입금 부담요인…인수 영향 중립적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인수를 통해 늘어난 차입금은 현대백화점의 부담요인으로 평가된다. 지누스 인수 대금 8947억원중 현대백화점은 약 7000억원은 차입을 나머지는 보유한 현금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백화점은 약 720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한 현금 수준 규모의 차입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 과정에서 차입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며 "지누스 인수로 인한 영향도는 중립으로 추후 사업을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간 시너지를 내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로 중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지누스 특성상 백화점을 통한 제품 판매가 당장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진협 연구원은 "지누스의 현 포지셔닝이 백화점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백화점의 전문점 전용 하이엔드 브랜드 육성이 향후 과제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수익성 개선 전망…저평가된 주가
현대백화점은 지난 28일 전 거래일보다 0.13% 오른 7만4700원으로 마감했다. 소폭 상승했으나 지난 1월 3일 7만4700원으로 마감한 주가는 1월27일 6만830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현재가격으로 회복했다.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지누스 인수 이벤트도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지난 22일 현대백화점 종가는 7만6600원으로 전일 대비 0.26% 상승, 23일은 7만6700원으로 0.13% 상승했다. 그러나 24일에는 7만4500원으로 –2.87% 하락하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처럼 지누스 인수 이후 단기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주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현대백화점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벗어나고 과거 주가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팬데믹 우려로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기 전까지 명품 등 고가의 소비재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패션사업에 강점을 보이는 현대백화점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고수익성 패션 수요가 회복됨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실적 개선 가능성에 비해 올해 주가수익비율(PER)은 7배로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또 지누스 인수로 계열사와 시너지를 통해 사업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지누스는 매트리스 분야에서 높은 해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지만 국내 매출 비중은 3%에 불과하다. 현대백화점의 국내 유통망을 이용한다면 지누스의 국내 매출도 향상될 수 있고 지누스의 높은 해외 인지도를 이용해 현대백화점의 글로벌 온라인 사업에 활용할 수도 있다.
경민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유통망 및 노하우를 활용해 지누스의 국내 사업 확대가 전망된다"며 "지누스의 안정적 수익 창출 능력을 고려하면 실적 측면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