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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들도 줄줄이 낙마...IPO 장벽 높아진 이유

  • 2022.05.13(금) 09:45

이달 SK쉴더스·원스토어·태림페이퍼 상장 철회
유동성 파티 끝났는데 여전히 기업가치 고평가
업계 "상반기내 IPO시장 분위기 전환 어려워"

올들어 벌써 6번째다. 급변한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에 유니콘 특례 1호 도전 기업부터 조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대어까지 6개 회사가 상장 허들을 넘지 못했다.

2년간 투자자들의 주머니에 쏠쏠한 용돈을 챙겨주던 공모주 시장이 위축된 배경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 심리 약화 △상장 추진 기업의 무리한 공모가 산정 △기관투자자들의 보수적 시각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여섯번째 포기 사례...올해 코스피 상장 달랑 '하나'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 상장 예정이었던 원스토어, 태림페이퍼는 레이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원스토어와 태림페이퍼는 지난 9~10일 공모가를 확정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원스토어의 경우 3만4300~4만1700원의 공모가 희망밴드를 제시했으나 하단 아래인 2만원 대를 써낸 기관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주관사 측은 하단 대비 27% 할인한 2만5000원을 제시하고 수요를 접수받았다. 그러나 대주주인 사모펀드 SKS PE-키움캐피탈의 반대에 부딪치며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태림페이퍼는 당초 1만9000~2만2000원의 희망공모가를 제시했으나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보이자 상장을 중단하기로 했다. 밴드 최하단인 1만9000원에 대해 접수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모 회사인 글로벌세아그룹과 주관사가 회의를 거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올들어 상장을 철회한 기업은 6개로 늘어났다. 지난 1월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대명에너지, 보로노이,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이 줄줄이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이중 대명에너지만 재도전에 나서 오는 16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34곳에 달한다. 이중 코스피 시장에 데뷔한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 1곳에 불과하다. IPO 활황이었던 지난해에는 1~4월 중 5곳이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으며 연간으로는 15곳이 데뷔에 성공했다.

유동성은 줄었는데 기업가치 뻥튀기는 여전

시장에서는 연달아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하는 배경을 세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번째로는 위축된 증시 환경을 꼽을 수 있다. IPO 시장은 2년간의 유동성 파티 수혜를 받은 영역이다. 그러나 올들어 긴축정책과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위험자산 투자 심리도 쪼그라들고 있다. IPO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자금 규모도 그만큼 줄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59조9037억원이다. 한 달 전보다 1조7000억원, 작년 말과 비교하면 7조6000억원가량 증발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증권사 계좌에 넣어놓은 돈으로 증시 주변 자금으로 인식된다. 

두번째는 너무 비싼 기업가치다. 이번 달 상장을 철회한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3곳은 희망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고평가 논란이 빚어졌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공룡기업들을 비교기업군에 넣거나 적용 주가수익비율(PER)을 지나치게 높게 잡아 기관투자자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당황하며 공모가 할인카드를 내밀었지만 기관들의 마음을 돌리긴 역부족이었다. 

특히나 높은 구주매출 물량이 공모가를 할인 폭을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주매출은 사업투자에 쓰이는 신주 발행과 달리 대주주들의 차익 실현 수단으로 활용되곤 한다. SK쉴더스의 구주매출 비중은 47%, 현대엔지니어링은 75%에 달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구주매출이 높다거나 대주주의 보호예수 기간이 짧다는 것은 기존 주주들을 위한 엑시트 플랜(출구 계획)"이라며 "이런 전략의 IPO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백전백패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LG엔솔에서도 못벌었는데...' 전전긍긍 기관들 

마지막 이유는 기관들이 보수적인 수익률 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1월 진행된 LG엔솔 IPO 수익률이 예상보다 부진하자 자금 운용의 여유도 줄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LG엔솔은 수요예측에서 1경원이라는 증거금이 몰리고 경쟁률이 2000대 1을 상회하며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그만큼 기관들 사이에서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주가 흐름은 예상외로 부진했다.

첫날 주가는 공모가(30만원) 대비 99% 높은 59만7000원의 시초가로 출발해 5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로도 하락세를 거듭하며 상장 이후 3개월째 주가는 41만8000원까지 하락했다. 수익률은 공모가 대비 39.3%로 집계됐다. 

익명의 A자산운용사 대표는 "작년말 LG엔솔을 배정받기 위해 공모주 펀드를 만들었던 회사들이 예상대비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익을 거뒀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른 공모주를 담았다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연간 수익률이 크게 깎이므로 보수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상반기안에 투자심리가 전환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증시를 압박하는 금리 인상과 긴축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주관사와 상장 추진 기업의 눈높이 조정도 과제다.

A자산운용사 대표는 "그간 공모주 시장을 지켜본 바로는 지금처럼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 상장을 하기로 한 기업들이 할인률을 좀 더 적용하고는 한다"며 "이들이 상장심사를 통과해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데까지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므로 정상화까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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