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현대오일뱅크 등 기업공개(IPO) 대어들이 잇달아 상장을 철회한 데 이어 최근 증시 데뷔를 강행한 쏘카마저도 흥행에 실패한 가운데 코스닥 IPO 시장의 상황은 더 좋지 않은 모습이다.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아 상장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증시 입성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은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상장 활발하지만 성과는 실망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총 34곳(스팩 제외)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코스피(3곳) 상장 기업 수의 10배에 달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상장 이후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 18%대로, 주가가 조금이라도 오른 기업은 고작 7곳에 불과하다.
낙폭도 작지 않다. 코스닥 입성 이후 주가가 20% 이상 급락한 기업이 11곳으로 전체의 32%나 된다. 퓨런티어(-21.47%)를 비롯해 노을(-24.54%), 브이씨(-32.25%), 나래나노텍(-38.06%), 이지트로닉스(-41.76%) 등이 상장 이후 일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기록한 스코넥(-53.37%)과 지투파워(-68.51%),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뛴 이후 상한가)에 성공했던 포바이포(-61.20%) 또한 주가 '반토막'의 늪을 피해 가지 못했다.
상장 이후 무상증자는 기대와 달리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무상증자는 유통주식 수가 늘어나 주식 유동성이 풍부해지기 때문에 통상 주가에 호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일부 코스닥 기업은 이를 이용해 주가를 띄운 뒤 다시 지분을 팔아 가격을 급락시켰다.
케이옥션은 지난 6월21일 보통주 1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튿날 주가는 상한가로 뛰었고 권리락이 발생한 7월5일부터는 다시 2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이 기간 이 회사 일부 임원은 주식을 장내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주가는 계속 하향세를 탔다. 전일 종가(7140원)는 상장 당일보다 무려 86.27% 폭락한 수준이다. 상반기 코스닥 입성 종목 가운데 최악의 성과다.
그다음으로 상장 이후 낙폭(-85.92%)이 큰 모아데이타는 지분을 보유한 벤처캐피털(VC)이 아예 무상증자 발표 당일 지분을 팔아버린 경우다. 이 회사는 지난달 5일 보통주 1주당 신주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는데, VC인 아주IB투자가 당일 잔여지분 전량(27만6555주)을 팔아버렸다.
하반기에는 더 큰 한파 온다
미국을 위시한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와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내외 변수가 증시에 일차적인 악재로 작용하는 가운데 이처럼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무상증자까지 이어지면서 코스닥 '새내기'들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지난달까지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고 한국은행도 25일 0.25%포인트 금리를 올린 상황에서 하반기 증시는 물론 IPO 시장에는 더 큰 '한파'가 찾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으로 시장 자금은 말랐고 비상장 기업, 성장기업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졌다"며 "그만큼 IPO 시장의 불황은 극심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