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의 선두 지위를 위협하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기세가 주춤하다. 삼성운용 추격의 일등공신인 중국 전기차 ETF의 몸집이 중국 증시 부진 여파로 줄어든 영향이다. 반면 삼성운용은 지난 4월 새롭게 선보인 금리 연동 ETF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뭉칫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달 개별 ETF 성과에선 국내 증시를 역으로 추종하는 상품들이 가장 우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증시 낙폭이 커진 영향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운용사들은 월배당 ETF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투자자들의 월배당 선호도가 높아지자 입맛에 맞춘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에만 매달 배당금을 지급하는 ETF 3종목이 상장됐고, 기존에 상장된 ETF 3종목은 배당 주기를 1개월로 줄였다.
미끄러진 미래에셋…치고 나가는 삼성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ETF 시장 전체 순자산총액은 75조7663억원으로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선두' 삼성운용은 '추격자' 미래에셋운용과의 순자산 격차를 크게 벌리면서 한숨을 돌렸다. 삼성운용의 지난달 말 순자산총액은 32조3803억원으로 지난 8월말 대비 7% 늘어났다. 최근 변동성이 높은 증시 상황에서 단기 투자 상품 라인업의 흥행으로 덩치를 키우는 데 성공했다.
반면 지난 8월 한때 순자산이 3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던 미래에셋운용은 지난달 말 28조7213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삼성운용은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의 덕을 크게 봤다. 지난달 이 상품은 1조17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다음으로는 'KODEX 단기변동금리부채권액티브'가 순자산을 3233억원 늘렸다.
미래에셋운용은 국내 증시 약세의 영향으로 'TIGER MSCI Korea TR', 'TIGER 200'의 순자산이 2469억원, 2195억원 감소했다. 또 중국 전기차 업종의 부진으로 히트 상품인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의 순자산도 1885억원 줄었다.
중하위권에서는 키움투자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이 순자산 규모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키움운용은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순자산이 늘었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면서 지급받는 배당금을 모두 재투자하는 'KOSEF 200TR'의 규모가 579억원 늘어났으며, 'KOSEF 단기자금'은 150억원 증가했다.
신한운용은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순자산을 불렸다. 국내 최초 월배당 ETF인 'SOL 미국S&P500'의 순자산이 56억원 늘어났고, 'SOL 200TR'는 107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증시 하락에도 기분좋은 인버스 투자자
지난달 국내 상장 ETF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낸 상품은 'KOSEF 200선물인버스2X'로 29%의 수익률을 올렸다.
다음으로는 'ARIRANG 200선물인버스2X'(28.8%), 'TIGER 200선물인버스2X'(28.7%), 'KODEX 200선물인버스2X'(28.6%), 'KBSTAR 200선물인버스2X'(27.9%) 순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상위 5개 종목 모두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하락할 때 하락률의 2배의 수익을 얻는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지난달 국내 증시 낙폭이 커지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지난 8월 말 열린 잭슨홀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뒤 9월 국내 증시는 내리막을 걸었다. 이어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실제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며 낙폭을 더욱 키웠다.
지난달 가장 성과가 부진했던 ETF는 'TIGER 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합성 H)'로 -35.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홍콩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인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으로 구성된 항셍테크 지수를 2배수로 추종한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홍콩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홍콩은 홍콩달러(HKD) 환율을 달러당 7.75~7.85HKD 범위 안에 묶어두는 달러 페그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다음으로는 'TIGER 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가 -33.4%의 수익률에 머물렀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구성종목 중 글로벌섹터분류기준(GICS) 체계 중 에너지화학에 속하는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ETF가 투자하는 에너지화학주인 LG화학, SK이노베이션, SK, 한화솔루션 등의 주가가 지난달 하락하면서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수익률 하위 3~5위는 코스닥150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 3종목이었다. 'KBSTAR 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는 -31.3%의 수익률을 보였으며, KOSEF 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 TIGER 코스닥150 레버리지는 각각 31.2%, 31.1% 하락했다.
월배당 수요 잡자…월배당 ETF 잇달아 등장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월배당 투자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에 운용사들은 월배당 ETF를 신규 상장하거나 기존 출시된 ETF의 배당 주기를 바꿔 월배당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달 3종목이 신규 상장됐고, 3종목은 월배당으로 전환하며 6개의 월배당 ETF가 새로 생겨났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달 22일 'TIGER 미국나스닥100커버드콜(합성)'을,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같은 달 27일 'TIMEFOLIO Korea플러스배당액티브'를 출시했다.
삼성운용은 'KODEX 미국배당프리미엄액티브를' 상장시킨 데 이어 'KODEX TSE일본리츠(H)'와 'KODEX 다우존스미국리츠(H)' 등 리츠(REITs) ETF 2종을 월배당으로 전환했다.
KB자산운용은 코스피200 지수중 고배당주를 커버드콜 전략으로 투자하는 'KBSTAR 200고배당커버드콜ATM'을 월배당으로 바꿨다.
지난달 국내 ETF 시장은 어땠을까? [ETF워치]가 시장 동향을 한눈에 알려드리겠습니다. 1개월 성과 상·하위 5개 종목을 파악하고 새로 출시된 주요 상품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을 키우기 위해 각축전을 펼치는 자산운용사들의 동향과 함께 투자금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