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상장사는 사업보고서에 들어갈 재무제표 본문과 주석을 작성할 때 XBRL을 활용해야 한다. XBRL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사용하는 국제표준 전산언어다.
2조원 미만 상장사와 비상장회사도 단계적으로 XBRL 적용을 의무화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로 코리아디스카운트 원인으로 꼽히는 회계 불투명성, 정보 비대칭성 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은 XBRL 재무공시 단계적 선진화 등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당국과 유관기관, 협회와 함께 재무공시 선진화 추진 TF를 설립해 한달간 논의를 이어온 결과다.
XBRL은 '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의 약자로 기업 재무정보를 쉽게 생성, 접근, 분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재무보고용 국제표준 전산언어다. 여기엔 영문 계정과목명이 포함돼 있어 XBRL을 활용해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영문으로 자동번역된다. 이미 미국, 유럽 등 상장사들은 회계법인을 통해 XBRL 기반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금융업 상장사만 재무제표 본문에 한해 XBRL로 작성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재무제표 주석 공시는 XBRL로 제공하지 않아, 회계정보 투명성과 정보 비대칭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당국은 자산규모별로 순차적으로 재무공시 전체에 XBRL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이 직접 XBRL 작성 프로그램을 개발, 제공하기로 했다.
개별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비금융업종 상장사는 새롭게 개편된 XBRL 작성 툴을 2023년도 3분기 사업보고서 재무제표 본문에 활용해야 한다. 내년 3월 발표할 2023년도 사업보고서부터는 주석에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자산총액이 2조원 미만 5000억원 이상인 비금융 상장사는 2024년도 사업보고서부터, 5000억원 미만은 2025년도 사업보고서부터 재무제표 주석에 XBRL을 적용해 제출해야 한다. 결국 총 2234개에 달하는 상장사가 2026년 3월부터 재무공시에 XBRL 적용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금융업종 상장사는 2023년도 3분기 사업보고서부터 재무제표 본문에 적용한다. 주석은 2024년 중 적용을 검토 중이다.
비상장사는 2023년 3분기 사업보고서부터 재무제표 본문에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 다만, 주석 공시엔 XBRL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주석 작성 방식은 미국, 유럽 등 사례를 따른다. 상장사의 XBRL 주석 공시 수준을 세부 항목 단위로 속성값을 부여하는 방식(Detailed Tagging)으로 결정한다. 원칙적으로 주석 세부항목 단위로 속성값을 부여하되, 문장위주로 구성된 항목 등에 대해서는 하나의 영역으로 처리(Block Tagging)하는 것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편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공시 즉시 재무정보를 파악하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상장사 재무제표·주석을 엑셀 등으로 쉽게 분석할 수 있어 재무분석 비용이 절감된다. 또 전자공시(DART) 오픈 API를 활용한 고급 재무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기업 입장에서도 표준 데이터에 내장된 연산기능을 통해 재무제표와 주석 간 내용 불일치를 방지하는 등 재무정보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또 해외 감독당국에 재무보고시 이미 국내에 제출한 재무제표를 활용할 수 있어 관련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기업 회계가 투명해져 국내 시장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한계기업, 산업리스크 등을 신속, 정확하게 식별하고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어 분식리스크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보다 쉽게 선별할 수 있다. 또한 회계법인은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로 감사를 정밀화할 수 있다.
당국은 향후 유관기관, 협회와 협력해 기업공시, 회계실무자와 회계법인에 대해 XBRL 재무제표 작성 실무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TF에서는 중소형사 공시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해외사례 등을 참조해 중요한 주석 항목만 포함된 약식 템플릿 제공하고 필수 공시 주석을 선별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