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부터 선진 공시시스템 XBRL 적용이 의무화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정보접근성이 개선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당국은 중장기적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문 오픈다트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제도 연착륙을 위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함께 상설 관리기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편, 재계에서는 감독당국과의 교류 활성화 및 XBRL 교육 강화, 인센티브 지급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 XBRL본부와 공동으로 XBRL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재무공시 현황을 살펴보는 동시에 XBRL 재무공시 제도정착을 위해 해외 XBRL 제도 도입 사례와 XBRL 데이터 생태계 조성 방안 등에 대해 다뤘다.
XBRL은 '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의 약자로 기업 재무정보를 쉽게 생성, 접근, 분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재무보고용 국제표준 전산언어다. 여기엔 영문 계정과목명이 포함돼 있어 XBRL을 활용해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영문으로 자동번역된다.
개별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비금융업종 상장사는 새롭게 개편된 XBRL 작성 툴을 2023년도 3분기 사업보고서 재무제표 본문에 활용해야 한다. 내년 3월 발표할 2023년도 사업보고서부터는 주석에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자산총액이 2조원 미만 5000억원 이상인 비금융 상장사는 2024년도 사업보고서부터, 5000억원 미만은 2025년도 사업보고서부터 재무제표 주석에 XBRL을 적용해 제출해야 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XBRL 재무공시는 여전히 비금융 상장기업에 한정돼 있고 작성 대상도 재무제표 본문에만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XBRL을 확대 적용하면 해외 투자자들도 우리 기업의 영문 재무정보에 보다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어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한국 금융산업의 글로벌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맡은 이석 금감원 기업공시국장은 "기존 전자공시는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기업의 정보를 빠르고 쉽게 공시하고 공시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즉시 전달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입력방식을 표준화하지 않다 보니 시장 전체의 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해 두 달 가량의 별도 수작업이 필요했고 통일된 분류체계가 없어 국내기업은 물론 해외기업과도 재무정보를 비교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XBRL은 공시정보를 컴퓨터가 처리하기 쉬운 형태로 베이스를 만들 수 있다"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택소노미를 활용함으로써 국내는 물론 글로벌 비교가능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영문공시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국장은 "중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해 영문 오픈다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법적 공시서류의 목차와 주요서식을 영문화하는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내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 또는 외국인 지분율 30%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는 거래소의 주요 공시 중 3가지를 국문공시 3영업일 이내에 공시해야 한다"며 "(재무공시 선진화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장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반면에 고품질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은 투자자들의 선택지에서 배제되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제발표를 맡은 윤재원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법적으로는 XBRL 정착위해서는 법령단위에서 공시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공시목적과 관리주체, 운영방법, 기업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아울러서 재무공시방안을 전문인력과 예산을 확충하는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TF 형태가 아닌 상설기관을 통한 관리, 감독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회계기준을 중심으로 상설기관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패널토론에서 문종열 한국상장사협의회 팀장은 제도 연착륙을 위해 감독기구가 각 상장사의 공시, 회계담당자와의 의견 교류와 교육을 확대할 것을 조언했다. 문 팀장은 "금감원이 로드맵을 만들고 TF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했는데, 정작 상장사 실무자들에게 최초로 알려진 시점은 올해 3월"이라며 "감독기구와의 교류도 확대하고 개선안도 발굴해서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인센티브 지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팀장은 "재무정보을 원칙에 충실하게 작성하거나, 주석 작업에서 정보이용자의 적합성에 맞게 다양한 정보를 차별적으로 제공할 경우 제재의 경감사유에 포함시키는 안 등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석 국장은 "금감원이 가장 걱정하는 것도 주석 작성 부분이고 그래서 3년에 걸쳐 시행되도록 만들었다"며 "내년에 시행되는 회사 개수가 150개이고 그 이후 시행착오 등을 거치며 많은 시스템들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어떻게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시하고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만들지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