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에코프로비엠을 향한 증권가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연초 이후 주가가 190% 급등하면서 실적 대비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이 과도하다는 의견과 회사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밸류에이션을 높게 줘도 된다는 의견이 맞붙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2조1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 증가했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이는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73억원으로 161% 늘었으며, 순이익은 804억원으로 164% 증가했다.
이 같은 놀라운 실적 발표에도 증권가 주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회사의 추가 성장을 기대하면서 목표치를 높이는 증권사가 있는 반면 과열 국면이 심화하는 만큼 매도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증권사도 존재한다.
주가 상승을 예상하는 증권사들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령 중 핵심 광물 요건을 에코프로비엠이 충족할 가능성이 높아 생산량 증가가 기대되는 점, 2027년 양극재 생산량을 71만톤으로 늘리겠다는 회사 목표치가 고객사 계약에 기반한 계획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의 밸류에이션이 다른 2차전지 업체보다 높지만, 중장기 공급계약을 기반으로 실적이 추가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그룹사의 정제·제련 능력을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부가가치 내재화에 빠르게 대응, 적격 핵심 광물 요건 달성이 상대적으로 쉽다"며 "이를 바탕으로 장기공급계약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RA 시행령 내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핵심 광물 요건에 따르면 리튬, 니켈 등 핵심 광물이 미국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 또는 일본에서 추출 및 가공으로 부가가치의 50% 이상을 창출해야 한다. 에코프로비엠은 전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현재 적용할 수 있는 핵심 광물의 부가가치 비율 40% 이상을 충족하고 있으며, 매년 10%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생산량 목표는 일단 2027년 71만톤이지만 2026년 71만톤을 조기 달성하고 2030년 100만톤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구속력 있는 중장기 공급계약에 기반한 점에서 실적 가시성이 높아 현재의 프리미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반면 현 주가가 회사의 미래 성장 가치를 과도하게 반영해 단기 급등한 만큼 조정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유진투자증권은 회사의 생산 목표치 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성장률도 낮아지기 때문에 밸류에이션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매도의견을 제시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에코프로비엠 가치는 2030년 양극재 생산능력이 100만톤에 달하는 것을 가정한 수준으로, 이에 따라 매출액도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2030년으로 근접할수록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성장률이 10%대로 낮아지기 때문에 적용 밸류에이션을 하향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주가 밸류에이션은 2027~2030년 실적을 선반영한 수준까지 높아져 전 세계 2차전지 배터리·소재 업종 중 가장 높은 멀티플(주가 배수)을 적용받고 있다"며 "지금은 단기 과열(오버슈팅) 구간으로 주가 조정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상승 여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