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승승장구하던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올 들어 급락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기차 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ETF를 구성하는 대형주 가격이 약 4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탓이다.
그럼에도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인식해 2차전지 테마 ETF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시장에선 당장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도 단기적 주가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은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차전지 ETF 수익률 줄줄이 깨져
2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식형 ETF 가운데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낮은 상품은 'TIGER 2차전지 TOP10레버리지'가 차지했다. 이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3.87%(26일 종가 기준)로 집계됐다.
'TIGER 2차전지 TOP10'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상품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퓨처엠, 삼성SDI, LG화학,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굵직한 2차전지 종목을 담고 있다.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하고는 'TIGER 2차전지 TOP10'의 수익률이 -19.08%로 가장 저조했다.
비슷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KBSTAR 2차전지 TOP10'(-17.35%), 'KODEX2차전지산업'(-16.67%)등도 줄줄이 급락세를 보였다.
2차전지 테마 ETF 중 순자산총액(AUM)이 가장 큰 'TIGER 2차전지테마' ETF 역시 올해 들어 15.58% 빠졌다. 순자산총액은 작년 7월 1조5700억원까지 커졌으나, 이후 4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양극재 기업 등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투자하는 상품도 마찬가지다. 소부장 기업을 추종하는 ETF 중 순자산총액이 가장 큰 'TIGER 2차전지소재 Fn'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7.02%를 기록했다. 'SOL 2차전지소부장Fn'과 'KODEX2차전지핵심소재10Fn'의 수익률은 각각 -16.54%, -18.26%로 집계됐다.
밸류에이션 매력 커지자 개미 줍줍
지난해 승승장구하던 2차전지 ETF 테마가 조정을 받는 건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 우려 탓이다.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연간 70%를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꺾이기 시작해 30%로 내려앉았다. 리튬 등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도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실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업황 우려는 어닝쇼크로 이어졌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4분기 영업이익은 20억6400만달러로 전년대비 47%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16%에서 8%대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여전히 개인들은 2차전지 테마에 순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2차전지 테마 ETF 하락률 상위 10개 상품에 746억9600만원어치의 자금이 쏠렸다.
시장에서는 업황 부진 우려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나, 최근 가격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2차전지 대형주 주가는 4년 전인 2020년 상반기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직 국내 증시가 추세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당분간은 순환매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며 "우선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가장 높은 2차전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살펴보면 에프앤가이드 2차전지 산업지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코로나19 이후 줄곧 25배 수준 이상을 상회하는 구간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