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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폭락 '캐리한' '엔 캐리 트레이드'…끝일까 시작일까

  • 2024.08.08(목) 11:10

'엔저'때 매력 높은 투자 방법…엔 강세에 대규모 청산
밸류업 기대감에 외국인 투자 늘어나면서 영향 극대화
투자 규모 불분명…엔화 강세 보이면 추가 청산 가능성

지난 월요일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여러 배경 중 하나로 저렴한 금리로 자금을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지목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수급 규모가 컸던 국내 증시에 더 큰 직격탄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금은 급락세가 잦아들었지만 추후에도 엔 캐리 트레이드의 추가 청산에 의한 주식시장 하락 우려가 크다. 다만 엔 캐리 트레이드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긴 어렵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본과 미국의 금리 변화 등 달러/엔 환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확인하면서 추가 청산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검은 월요일' 이끈 '엔 캐리 트레이드'란?

지난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77% 급락한 2441.55로 마감했다. 2001년 이후 역대 4번째이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이처럼 '검은 월요일'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인공지능(AI) 거품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다양한 변수가 지목받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장의 급락에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차입해 다른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뜻한다. 즉, 저금리와 이로 인한 엔화의 약세가 엔 캐리 트레이드의 핵심이다.

만약 일본이 금리를 높여 상환금액이 늘어나고, 엔화의 강세로 환차손이 발생한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은 떨어진다.

엔 캐리 트레이드 수익 시뮬레이션

예컨대 한 투자자가 달러/엔 환율이 120엔일 때 1000만엔을 연 0.4% 금리로 대출받았다. 이를 달러로 환전하면 8만3333달러다. 이 금액을 연 5% 금리의 채권에 투자해 1년 투자하면 투자자의 손에는 8만7500달러가 남는다.

이제는 빌린 엔화를 갚아야 할 차례다. 달러/엔 환율이 120엔으로 같다는 가정하에 8만7500달러를 엔화로 다시 환전하면 1050만엔이다. 연 0.4% 금리로 대출을 받았으므로 상환금액 1004만엔을 갚고도 46만엔이 남는다.

만약 대출한 사이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엔 환율이 100엔으로 변하면 8만7500달러는 875만엔으로 환전해야 하고, 상환금액을 제하면 129만엔의 손실을 본다. 반대로 달러/엔 환율이 140엔으로 변하면 1225만엔으로 환전하면서 221만엔을 남길 수 있다.

엔화 차입한 외국인 청산 직격탄 맞은 국내 증시

환율 변동의 예시만 들었으나 실제 투자에서는 변수가 더 많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상환금액도 늘어나고,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소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대규모 청산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일본은행(BOJ)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1%로 올린 데 이어 지난달 31일 0.25%로 추가 인상했다. 뒤이어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둔화하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커졌다.

이는 달러 대비 엔화의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실제 지난 5일 달러/엔 환율은 급락했고,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유출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교보증권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으로 국내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났던 점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의한 낙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외국인 수급 중 저금리 엔화를 차입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상당했다는 예측에서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아시아 국가별 외국인 포트폴리오를 확인하면 일본과 한국을 중심으로 늘어났다"며 "외국인들은 밸류업 모멘텀에 힘입어 상승한 일본을 보고 저금리 엔화를 차입해 밸류업 의지를 보이는 한국 증시에 베팅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의 매수 자금 유입은 이어졌고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는데 이러한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되면서 큰 폭 하락한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지난 5일 급락은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이 아닌, 환율 급변에 의한 헤지펀드의 포지션 변화에 의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달러/엔 환율과 상관관계가 높은 나스닥, 닛케이, 코스피에 투자한 헤지펀드가 자금을 회수했다는 것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증시 급락은 엔 캐리 트레이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환율이 급변한 영향"이라며 "달러/엔 환율 상승과 나스닥, 닛케이, 코스피의 상승에 투자했던 헤지펀드가 환율이 급락하자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 구조

알 수 없는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환율 변동 주목해야

시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가 얼마나 남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달러/엔 환율 변동에 의해 다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된다면 증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지표는 없다. 이에 엔화 선물 포지션, 일본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외국인 일본지점과 본 지점 간 송금액 등을 통해 대략적인 규모를 파악하지만 이를 정확한 수치로 보기는 힘들다.

전문가들은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보다는 달러/엔 환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엔화가 추가로 강세를 보이면 자연스럽게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강민석 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돼 엔화 강세 폭이 강해지면 이번에 청산되지 않았던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유출되면서 글로벌 증시의 하방 압력을 다시 한번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엔화 절상에 따른 환차손에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자본 차익 기대감으로 아직 청산되지 않은 자산군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BOJ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한다면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압력은 커질 것"이라며 "일본 정부와 BOJ가 더 이상 엔화 강세를 용인하지 않을 여지가 커 엔화의 추가 강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BOJ는 당분간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오전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는 "금융 자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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