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권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추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과 반도체 업황 둔화에 더해 국내 정치 불확실성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증권도 범용 D램 가격 하락을 이유로 두 회사의 목표가를 내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현상)의 가장 큰 요인은 대주주 리스크와 정치 지도자 리스크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글로벌 지경학은 밀림의 한가운데 들어섰고 반도체 업황은 둔화하고 있으며 수출 통제 등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계엄 발동과 해제, 그리고 지도자 공백이라는 초현실적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국내외 리스크를 감안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 전망과 목표가를 하향 조정한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 목표가를 8만원에서 7만7000원으로 내리면서 실적 추정치도 낮춰 잡았다. 이 연구원은 올해 매출액은 기존(304조원)보다 1조1000억원 감소한 302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6000억원 줄어든 35조2000억원으로 각각 추정했다. 2025년 매출액 추정치도 305조8000억원에서 204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40조원에서 36조2000억원으로 각각 내렸다.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목표가도 24만원에서 22만원으로 강등했다. 그는 "IT 수요 부진과 메모리 재고조정 영향, 반도체 규제 등을 반영했다"며 "밸류업을 가로막는 코리아 리스크로 타깃 밸류에이션을 주가순자산비율(PBR) 2.0에서 1.8배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올해 매출액 추정치는 65조4140억원에서 64조8510억원으로 영업이익 추정치는 23조340억원에서 22조6940억원 내렸다. 내년 매출액 추정치도 72조5000억원에서 70조4250억원으로 영업이익 추정치는 27조200억원에서 25조791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같은 날 일본 노무라증권도 삼성전자 목표가를 8만80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SK하이닉스 목표가를 28만원에서 27만원으로 조정했다. 노무라증권은 "중국 기업의 공세로 범용 D램의 가격의 약세가 기존 전망 대비 커지고 있다"며 "그 영향은 상대적으로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에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