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증권가의 목표주가 상향 종목이 현저히 적은 가운데 인수합병(M&A) 호재가 있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롯데그룹이 롯데렌탈 지분을 홍콩계 PEF 운용사 어피너티에 매각하면서 렌터카 사업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것이란 평가다. 클래시스와 녹십자도 각각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 규모를 키우면서 호평을 받았다.
반면 삼성그룹 계열사의 목표가 하향이 이어졌다. 반도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이어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삼성전자 목표가 하락 이유로 꼽혔다. 삼성물산의 실적 향상이 전망되면서도 주가 하락세를 감안 목표가가 강등했다.
SK렌터카 인수한 어피너티, 롯데렌탈도 사들여
13일 비즈워치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번주(9일~13일 오전 10시) 증권가에서 목표가를 상향한 종목은 12개에 불과하다. 정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개별종목에 대해서도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2개 이상의 증권사가 목표가를 올린 종목은 롯데렌탈, 클래시스, 녹십자뿐이다. 모두 기업 인수합병(M&A) 호재가 있는 곳이다.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지분 56.2%를 홍콩계 PEF 운용사 어피너티에 매각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어피너티는 지난 4월 SK렌터카도 인수했다. 롯데렌탈 인수로 어피너티는 국내 렌터카 시장점유율 약 40%를 차지하게 됐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롯데렌탈의 목표가를 4만2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올렸다. 유 연구원은 "어피너티의 롯데렌탈 인수로 SK렌터카와 규모의 경제 시너지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차 구매와 중고차 매각, 온라인 시장 등에서 지배력이 현격히 커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도 롯데렌탈 목표가를 4만원에서 4만9000원으로 올리면서 "렌터카 점유율 1위 기업인 롯데렌탈의 렌탈 이익률 개선, 중고차 매각 이익 증가 등으로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클래시스는 최근 미용 의료기기 기업인 '이루다'를 인수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클래시스는 지난 10월 마이크로니들RF(시크릿), 레이저(큐라스) 브랜드의 이루다를 합병했다"며 "제품·지역이 서로 겹치지 않아, 남미, 아시아 및 미국, 유럽 중심으로 합병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정동희 삼성증권 연구원도 클래시스 목표가를 6만5000원에서 7만원으로 올려 잡으면서 "이루다 사업부 실적 반영을 고려해 2025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전망치를 7.5% 상향했다"고 말했다.
GC녹십자는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 혈액원 ABO홀딩스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녹십자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21만원으로 높이면서 "녹십자가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에서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DS금융투자는 녹십자 목표가를 18만5000원에서 20만원, DB금융투자는 19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렸다.
삼성 그룹사 목표가↓…삼전·물산·E&A
이번주 삼성그룹 계열사의 목표가가 잇달아 주저앉았다. 먼저 증권사 4곳에서 삼성전자 목표가를 내렸다. 메모리 가격 하락과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주가 변동성도 점쳐진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를 낮추면서 목표가를 7만60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이 연구원은 "4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74조3000억원, 영업이익 8조원으로 컨센서스(영업이익 9조3000억원)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며 "전 분기에 이어 상여금 충당이 추가 반영되고, 연말 비용 증가 때문에 수익성이 예상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목표가를 9만원에서 7만5000원으로 내리면서 "수요 부진과 비용 상승으로 디바이스경험(DX), 디스플레이(SDC) 부문 부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DS) 사업부는 파운드리 부진과 레거시 부분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예측되나 일회성 비용으로 부진했던 3분기 대비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진투자증권은 정치 리스크 확대를 이유로 삼성전자 목표가를 8만원에서 7만7000원으로 낮췄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현상)의 가장 큰 요인은 어쩌면 대주주 리스크와 정치 지도자 리스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리스크를 감안할 때 주요 기업들의 실적전망 하향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가를 9만원에서 7만5000원, 키움증권은 7만5000원에서 7만3000원으로 각각 내려 잡았다.
증권가에선 삼성물산의 실적 향상을 예측하면서도 주가 변동성을 반영해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4분기 실적은 매출액 9조8368억원으로 전년보다 3% 줄고, 영업이익은 6734억원으로 7%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장 계열사 주가 변동을 반영했다"며 목표가를 20만원에서 19만원으로 내렸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계열 상장사의 지분가치 하락을 반영해 목표가를 19만원에서 18만원으로 낮췄다. 그러면서도 "최근 주가는 국내 경제 불안에 따른 전반적인 지수 하락 영향으로 부진하나 (삼성물산은) 올해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 중인 소수 종목 중 하나"라며 "시장 안정 시 상대적으로 빠른 주가 회복을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KB증권은 삼성E&A의 목표가를 3만1500원에서 2만7500원으로 내렸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에 따른 발주시장 불확실성, 관계사 투자 감소, 주주환원 재개에 대한 결정이 연중 이뤄지지 않았던 점 등이 주가에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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