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70조원대로 성장한 가운데 자산운용업계 양대 산맥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선두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024년 한해 순자산이 늘어난 상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단기자금형, 미국 주식형 ETF로 자금이 집중됐다. 대부분 운용사가 단기자금 ETF로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미국 주식형 ETF로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확보하면서 성장했다. 다만 유일하게 신한운용이 국내 주식형 ETF 위주로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말 기준 ETF 업계 전체 순자산총액 합계는 173조1577억원으로 지난 2023년 말(122조6668억원)보다 41.2% 늘었다. 한해 동안 50조원 이상 규모가 커진 것이다.
업계 양강인 삼성·미래에셋운용이 선두에서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중위권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의 성장이 눈에 띈다. 반면 NH-아문디운용은 주요 자산운용사 가운데 유일한 역성장을 나타냈다.
삼성자산운용의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총액은 66조1959억원으로 1년간 35.8% 증가했다. 단기자금 성격의 ETF가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은 가운데 올해 초 보수를 압도적으로 낮춘 미국 대표지수형 ETF로 투자금이 모인 덕분이다. 삼성운용은 미국 대표지수 ETF의 총보수를 기존 0.05%에서 0.0099% 수준으로 낮췄다.
단기자금 성격의 'KODEX 머니마켓액티브',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KODEX CD1년금리플러스액티브(합성)'은 각각 3조7432억원, 2조4076억원, 1조5110억원을 끌어모았다. 'KODEX 미국S&P500TR'과 'KODEX 미국나스닥100TR'은 각각 2조8652억원, 1조1823억원의 순자산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삼성운용의 뒤를 바짝 뒤쫓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순자산은 44조6561억원에서 62조8013억원으로 40.6% 증가하며, 삼성자산운용과의 격차를 더욱 좁혔다.
미래에셋운용은 미국에 투자하는 ETF를 중심으로 규모를 키웠다. 순자산 규모가 가장 많이 늘어난 ETF 1~4위가 모두 미국 주식형 상품이었으며, 5위도 미국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TIGER 미국S&P500'이 압도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한 해 동안 4조9137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지난 한해 ETF시장 순자산총액 증가 1위 상품이다.
뒤이어 'TIGER 미국나스닥100',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의 순자산이 각각 1조9521억원, 1조6571억원, 1조6215억원 늘어났다.
한투운용의 순자산은 5조9179억원에서 13조1991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나면서 KB자산운용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3위에 올랐다. 대표 상품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가 1조1831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데 이어, 대표지수형 ETF인 'ACE 미국S&P500', 'ACE 미국나스닥100'이 각각 9912억원, 7489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국내 투자자가 선호하는 미국 주식인 테슬라를 중심으로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도 5468억원을 끌어모았다.
KB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도 13조1260억원으로 2023년보다 35%나 늘었다. 브랜드를 'KBSTAR'에서 'RISE'로 교체하고 순자산 규모를 키울 수 있는 CD금리형 ETF를 출시하는 등 성장에 신경을 썼으나 자금유입 속도에서 밀리며 한투운용에 3위를 내줬다.
KB자산운용에서는 지난해 3월말 출시한 'RISE CD금리액티브(합성)'의 순자산이 1조273억원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이끌었다. 미국 대표지수형 상품인 'RISE 미국나스닥100'과 'RISE 미국S&P500'도 각각 6621억원, 5345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지난해 초 7위로 출발한 신한운용은 순자산을 3조6261억원으로 106.1% 성장, 1년새 2계단 오르며 5위 자리를 공고히 다졌다. 올해 조선주의 상승세 속 조선 ETF가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았고, 대표 상품인 미국 배당형 ETF로 꾸준한 자금이 유입된 영향이다.
'SOL 조선TOP3플러스'는 지난 1년간 순자산총액을 4548억원을 모았고, 'SOL 미국배당다우존스'도 4053억원의 자금을 쓸어담았다.
키움투자운용과 한화운용의 순자산은 지난해 각각 34.3%, 13.1% 증가했다. 키움운용은 채권형 및 단기자금형 ETF로 자금을 끌어모았으며 한화운용은 단기자금형 ETF와 더불어 고배당주, K방산 ETF로 자금이 집중됐다. 지난해 7월 한화운용은 브랜드를 'ARIRANG'에서 'PLUS'로 교체하면서 성장을 예고했으나 아직까지 리브랜딩 효과는 크게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NH-아문디운용은 지난해 주요 자산운용사 중 유일하게 순자산이 줄었다. 1조9595억원에서 1조6209억원으로 순자산이 17.3% 줄었다. 전체 54개 ETF 중 40개 ETF의 순자산이 감소했다. 국내 반도체 및 원자력 관련주에 투자하는 'HANARO Fn K-반도체', 'HANARO 원자력iSelect'가 744억원, 331억원을 모은 데 그쳤고 다른 상품의 자금 유출이 컸던 탓이다.
지난해 ETF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하나자산운용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연초 3902억원에서 1조2704억원으로 225.6% 증가했다. 하나운용은 브랜드를 'KTOP'에서 '1Q'로 바꾸고 4개의 신상품을 내놨다. 단기자금형 상품을 중심으로 기관투자자 자금이 유입된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