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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슈퍼리치]①넥슨 김정주, '자수성가 끝판왕'

  • 2017.09.18(월) 17:25

글로벌 게임사 넥슨, 시총 10조 돌파
NXC로 그룹 지배…지분가치 2.6조원

흥행 산업인 게임에선 부자가 많다. 잘 만든 게임 하나로 돈벼락을 맞은 창업자나 개발자가 자주 등장한다. 회사를 키워 지분 가치를 점프시키거나, 과감한 투자 회수 및 재창업, 화려한 복귀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슈퍼리치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돈이 얼마나 많은 지도 명확하지 않다. 게임만큼 흥미로운 이 분야 부자들의 베일을 벗겨본다. [편집자]

 

 

아직도 게임 산업을 '애들 코 묻은 돈' 버는 수준으로 생각하면 옛날 사람이다. 지난해 국내 메이저 3개 게임사의 연매출은 1조~2조원으로 조(兆) 단위. 이 가운데 업계 '맏형'이라 할 넥슨은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으면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준(準)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게임사가 대기업 타이틀을 단 것은 처음이다.


아울러 넥슨의 '오너'이자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는 김정주(49) 창업자는 공정위로부터 총수(동일인) 지위를 받았다. 게임사에 대기업 규제 잣대를 들이댄다거나 부정적 의미의 재벌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만 벤처로 시작한 넥슨이 23년만에 대기업에 준하는 반열에 올랐다는 점, 이 과정에서 거의 맨손으로 게임 제국을 일으킨 걸출한 사업가가 나왔다는 점은 의미를 두기에 충분하다.

 

◇ 넥슨, 6년만에 시가총액 2배로

 

김정주 창업자는 많이 알려졌듯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카이스트 대학원 전산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94년 넥슨을 세웠다. 넥슨은 '세계최초의 그래픽 게임'이자 온라인 게임의 조상격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많은 타이틀을 성공 시켰다. 넥슨은 현재 PC와 모바일 100개 이상의 타이틀을 해외 법인과 제휴 파트너를 통해 190개 이상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일본 도쿄증권시장에 상장한 넥슨(옛 넥슨재팬)은 6년 만인 지난 6월20일 사상 최고가(종가 기준)인 2300엔을 기록, 시가총액 1조엔(원화 약 10조원)을 돌파했다. 상장 당시 시총(5530억엔)보다 두배 가량 몸값이 불어난 것이다.

 

시총으로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전체 기업 가운데 134위이다. 게임사 가운데 소니(5조4064억엔)와 닌텐도(5조3055억엔)에 이어 세번째로 몸값이 높다. 코나미와 반다이, 세가 등 쟁쟁한 현지 게임사들을 뛰어 넘는다.
 
작년말 기준 넥슨 그룹의 임직원 수는 5525명. 이 가운데 일본에 상장한 넥슨의 임직원 수는 253명, 평균 연봉은 586만6000엔(원화 5943만원)으로 웬만한 대기업 못지 않다.

 

올 상반기 연결 누적 매출(1219억엔)은 지난해 연간 매출(1813억엔)의 70%에 육박했다. 이러한 성장세라면 올해에는 사상 처음 2000억엔(원화 2조원 이상)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 김정주 넥슨 창업자.

 

◇ NXC, 60개 계열사 거느린 지주사

 

넥슨이 몸집으로나 재무 실적으로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건만 김 창업자는 그룹 내에서 이렇다 할 직함이 없다. 그룹 오너로서 흔히 불리는 회장도 아니다. 그나마 넥슨의 등기이사로 참여해왔는데 작년 7월 이마저 내려놨다.
 
김 창업자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직함은 그룹 지주사인 NXC(엔엑스씨)의 대표이사직이다. NXC는 김 창업자가 지난 1989년 설립한 회사다. 넥슨과 한국법인(넥슨코리아)으로 연결되는 계열사 및 해외 법인 등 총 6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그룹 정점에 있는 곳이다.
 
NXC는 넥슨 상장 당시만 해도 지분 54.36%를 보유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넥슨 보유 주식을 벨기에 브뤼셀에 설립한 투자사(NXMH B.V.B.A.)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산하거나 블록딜(장외 매각) 방식으로 털어내면서 최근(지난 8월 기준)엔 32.24%로 감소한 상태다.
 
작년말 기준 김 창업자는 NXC 최대주주로서 지분 67.49%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부인인 유정현 감사도 29.43%를 들고 있다. 김 창업자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개인회사 와이즈키즈 또한 1.72%를 보유하고 있다. 김정주 부부의 NXC 실질 지배율은 98.64%에 달한다.
 

◇ 2년전 지분 가치 2.6조원


NXC는 비상장사라 기업의 몸값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김 창업자의 재산 규모를 엿볼 수 있는 NXC 지분 가치 역시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NXC가 추진한 유상감자 등을 매개로 김 창업자의 보유지분 가치를 추산할 수 있다.
 
NXC는 최근 10여년 동안 두차례의 자사주 취득과 두차례의 유상감자를 번갈아 실시했다. 가장 최근인 2015년에 김 창업자의 개인회사이자 NXC 지분 2.54%를 보유했던 와이즈키즈로부터 보유 주식(10만3000주) 가운데 절반인 5만3000주를 사들여 태워 버렸다. 유상감자에 들인 비용은 701억원. NXC 주당 가치를 액면가(500원)의 2646배인 132만원에 평가한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김 창업자의 당시 NXC 보유 지분가치는 2조5973억원이다. 유정현 감사 지분(1조1326억원) 및 와이즈키즈 잔여 지분 가치를 합치면 김정주 부부의 지분 가치는 4조원(3조8663억원)에 달한다.
 
NXC는 이후 자사주 109만주를 모두 소각, 김정주 부부의 지분율이 현재 100%에 육박할 정도로 확대됐다. 그동안 기업 가치가 더 뛰었기 때문에 김 창업자의 자산 규모는 이보다 훨씬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김 창업자는 NXC로부터의 매년 적지 않은 규모의 배당금을 챙기고 있다. NXC는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두차례에 걸쳐 각각 액면가의 8배인 주당 40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김 창업자 부부는 이 기간 총 234억(117억*2회) 배당금을 가져갔다. NXC의 배당 규모는 2014년까지만해도 50억원 이하에 머물렀으나 2015년 한차례 건너뛴 이후 급격히 불어났다.


김 창업자는 2000년대 초부터 '자수성가한 젊은 부호'로 유명세를 탔던 인물이다. 현재는 포브스 등이 꼽은 '세계 상위 1%', '억만장자' 등의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흔히 '은둔의 경영자'라 불리는데다 주식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지긴 했으나 넥슨을 세계적인 게임사로 키워낸 '게임 황제'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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