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기자수첩]우정노조 파업 해결책 '공중전화'서 찾자

  • 2019.06.26(수) 09:17

우편도 보편적 서비스라면 적자보전 방안 마련해야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우편업무를 담당하는 전국우정노동조합이 오는 7월9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사상 첫 파업이다.

법적으로 우정사업은 국민의 일생생활을 유지하는 데 중대한 지장을 가져오는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돼 있다. 따라서 총파업을 하더라도 우편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 인력은 남는다. 하지만 총파업 돌입시 우편량과 무관하게 파업인력이 빠지고 필수유지 인력도 정시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우편 서비스 차질은 불가피하다.

노조가 대국민 불편까지 초래하면서 총파업에 나서는 명분은 무엇일까.

노조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과로와 안전사고로 사망한 집배원은 9명이나 된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은 집배원 인력증원과 완전한 주5일제를 요구하고 있다. 집배원들은 격주로 토요일 근무를 해 주5일제가 지켜지지 않는다. 민간택배사가 토요일 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배원들이 토요근무를 하지 않으면 국민생활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우편예산은 정부 예산에 포함돼 국회에서 최종 확정하는 만큼, 올해 편성된 예산 범위 밖에서 수당을 마음대로 올리거나 인력을 쉽게 늘릴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까지 3년간 집배 인력을 1700여명 증원하는 등 노동조건 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올해는 우편물량 감소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예산압박에 증원이 사실상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번 파업 예고는 전혀 막을 수 없는 대국민 재앙이 될까.

◇ 생각 출발점은 '금융사업·우편사업 회계분리' 문제부터

우본은 금융사업과 우편사업을 특별회계로 따로 운영한다. 정부와 국회가 정한 법률에 따라서다. 관련법이 만들어졌을 당시 우정사업은 내·외부로부터 책임경영 강화 및 회계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사업별 회계분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래서 우정사업본부라는 한 울타리라 하더라도 금융사업에서 난 이익을 우편사업으로 이전해 쓸 수 없다.

실제로 우정사업본부는 우편사업에서 올해 2000억원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작년 정부가 2019년도 우편사업예산을 편성할 때도 당연히 우편매출감소와 적자 예측 등을 고려해 규모를 정했다. 그러니 집배원이 과로사 한다고, 노조가 총파업까지 하면서 인력증원을 요구해도 현실적으론 들어줄 수 있는 게 없다.

시작부터 답 없는 게임을 한 셈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정부·국회, 생각 틀 바꿔야

작년 10월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민간전문가 등 10명으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 발표 내용을 살펴보자.

집배원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논란은 노사문제를 넘어서 이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노조는 정부에 진상규명 요구와 함께 국민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고, 국회와 언론은 과로사 논란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요구했다.

그래서 구성된 것이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다. 추진단은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로, 노사 및 민간전문가로 구성돼 2017년 8월부터 2018년 9월까지 활동했다.

추진단은 활동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과중노동 탈피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인력증원(주 52시간 이하 근무를 위해 집배원 2000명의 정규직 증원) ▲토요근무폐지를 위한 사회적 협약 노력(우본노사, 민간택배기업, 시민사회, 소비자가 참여하는 논의 구조 마련)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구축 ▲집배부하량시스템 개선(작업여유율, 휴식시간 등의 요소를 추가해 표준부하량 산출) ▲조직문화 혁신(우정 직군 차별해소와 사기진작을 위한 인사제도 개선) ▲집배원 업무완화를 위한 제도개편(집배팀별 및 개인별 우편물 구분 제공과 구분자동화 설비 확충 등) ▲우편 공공성 유지와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재정확보(우편산업 손실을 우체국 금융사업 이익금에서 우선 충당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 등 7가지 추진과제를 권고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6가지 조건을 선행하기 위해선 7번째 권고사항인 '재정확보'로 관심이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정부와 국회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될 문제다.

◇ 보편서비스 '공중전화'를 생각하라

생각의 실마리를 통신영역에서 풀어보자.

공중전화는 사기업인 KT가 운영한다. 이용자는 점점 줄어드나 전국 서비스를 운영해야 하니 매년 적자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공중전화를 보편적 서비스로 지정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보편적 역무제공사업자가 아닌 전기통신사업자는 보편적 역무제공사업자의 관련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분담금을 내야 한다.

즉 KT의 공중전화 서비스 적자분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일정부분 보전해준다.

우편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우편은 공중전화 처럼 국민들에게는 보편적 서비스로 볼 수 있다. 그러니 우편서비스에서 적자가 나면 우정사업본부 금융사업 등 다른 곳에서 보전해주는 게 타당한 논리다.

'책임경영 강화 및 회계의 투명성 제고' 논리만 내세워 우편적자 문제를 나몰라라 하지 말고 모럴해저드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좀더 유연하게 생각해볼 시기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