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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혼란스런 유료방송 M&A판을 보면서

  • 2019.07.04(목) 17:08

공정위원장 부재 이어 과기부장관도 교체 타이밍
유료방송 위한 세밀한 정책 필요한 때

지난달 20일 서울시 종로구 SK텔레콤의 '5G 스마트 오피스'에 그야말로 장관이 펼쳐졌습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비롯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 등 관계부처 장관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5G가 바꾸는 사무실 풍경을 각계 부처 장관들도 깊이 이해하기 위한 자리였죠.

얼핏 보면 행사를 주최한 과기정통부와 SK텔레콤이 주인공인듯 하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입에 집중됐습니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 SK텔레콤과 티브로드 등 유료방송 업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수·합병(M&A)이 가장 뜨거운 현안이었고, 이와 관련한 '키맨'이 김상조 위원장이었기 때문이죠.

공정위는 기업결합심사를 담당하고, 김 위원장은 유료방송 M&A에 대해 긍정적 코멘트를 남겨왔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물론 기자입장에서 보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역시 중요한 취재원입니다. 이들은 방송·통신 업계에 소문난 '빅마우스'이기도 합니다. 질문을 하면 멈춰 서서 장시간 답변을 내놓기에 기자 입장에서 마르지 않은 오아시스 같은 취재원이지만, 이날 만큼은 희소성과 임팩트를 갖춘 김상조 전 위원장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쨌든 기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김 위원장의 동선을 살피고 어떤 질문을 어디서 어떤 타이밍에 할지 의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건진 게 없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시종일관 어떤 장소에서든 답변을 회피해서죠. 김 위원장은 (이상할 정도로) 연신 미소만 지으며 답변을 회피한 까닭에 기자들이 약이 올랐을 정도였습니다.

미소의 배경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니, 전후관계가 유추됐습니다. 익일 김 위원장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부름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기자들과 만났던 당시 내정통보를 받았던게 아니냐는 추측입니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오른쪽 첫번째)과 장관들이 5G 스마트오피스에 전시된 5G 드론 관련 기술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SK텔레콤]

어쨌든 김 위원장의 인사로 업계에는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공정위원장 공석 상황이 펼쳐지면서 유료방송 M&A 심사에 어떤 영향이 미칠까 관심이 집중된 것이죠.

이런 혼란의 상황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과기정통부 장관도 조만간 교체될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지난 3월 조동호 장관 후보자가 검증 과정에서 낙마한 이후 잠잠했는데, 최근 장관 후보자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고 합니다.

5G가 국가적 과제이므로 통신업계에서 후보자가 나올 것이란 소문도 있고요. 지난 3일 기자가 유영민 장관에게 '임기 내 마지막 포부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말을 아끼더군요.

하지만 유료방송 업계에선 차기 과기정통부 장관이 누구냐 보다는 차기 공정거래위원장 하마평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가 유료방송 관련 주무부처이지만, M&A는 공정위가 우선 키를 쥐고 있어서죠.

이처럼 초미의 관심사인 유료방송 M&A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혼란이 가중되는 배경은 그동안 정치 권력이 미디어를 바라보는 관점이 쌓인 탓으로 보입니다.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지상파방송사·케이블TV·IPTV·DMB·종합편성채널 등 새로운 미디어가 화려하게 등장했던 것도 우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미디어의 힘을 탐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죠.

그래서 이번 정부도 어떤 형태로든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겁니다.

그것이 M&A를 통한 거대 미디어 탄생 및 유료방송시장 재편이 될지 아니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일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유튜브, 넷플릭스 등 외국 미디어가 국내에 들어와 판을 치는 상황은 M&A를 긍정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죠.

한편으로 지난 정부 때인 2016년 SK텔레콤-CJ헬로 M&A를 불허했던 공정위가 이번엔 어떤 논리를 들고 나타날지도 관심이고요.

소문만 무성할 뿐입니다.

이런 까닭에 적어도 눈에 띄는 성과를 위한 행보, 그 행보를 위한 논리가 아니라 유료방송 발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바탕으로 세밀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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