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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LG전자 V와 G 차이 '소비자는 모른다'

  • 2019.07.24(수) 10:10

올초 플래그십 스마트폰 'V'와 'G' 시리즈 투트랙 선언
상반기 출시 후 V50 판매량 G8 두 배…차별성 사라져

LG전자의 첫 5G 스마트폰 'V50 씽큐(ThinQ)'가 사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선전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출시 후 일주일 만에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했고, 2개월 만에 35만대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는 2011년 4G 상용화 당시 첫 4G LTE폰이었던 옵티머스 LTE에 비해 2배가량 빠른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반면 상반기에 함께 출시된 또 다른 플래그십 스마트폰 G8 씽큐는 소리소문없이 묻히는 분위기입니다. LG전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LG페이가 G8에 먼저 적용되자, 미국 IT매체 더 버지는 "LG페이가 판매량이 적은 G8에 먼저 적용됐다는 단점이 있다"고 언급할 정도죠.

업계에서는 G8이 역대 G시리즈 역사상 최저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G8 씽큐 부품 초도 공급 물량은 약 30만대 규모로 추정되는데, 추가 발주분을 포함해도 출하량은 100만대보다 적습니다. G시리즈 중 출하량 100만대 이하를 기록한 것은 G8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V50 판매량이 G8에 두 배가량 이라는 소문도 나옵니다.

LG전자 MC·HE사업본부 권봉석 사장. [사진=LG전자]

이같은 G8의 부진은 사실상 예고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월 LG전자 MC·HE사업본부 권봉석 사장은 간담회를 열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을 V 시리즈와 G 시리즈 투트랙으로 가져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상반기에는 G 시리즈, 하반기에는 V 시리즈로 고정됐던 기존 출시 기준도 없애버렸습니다.

기본적으로 차이점을 찾기 힘든 G8과 V50을 같은 시기 선보인 데다, V50에 '5G'와 '듀얼스크린'이라는 신기술까지 붙였으니 V50에 더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겠죠.

사실 소비자들 사이에서 G 시리즈와 V 시리즈의 차별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습니다. V 시리즈에서 강조하는 멀티미디어 기능을 G 시리즈에도 다 도입했기 때문인데요.

LG V50 씽큐(왼쪽)와 G8 씽큐(오른쪽). [사진=LG전자]

과거 스마트폰 시장 후발주자로 출발한 LG전자는 2012년 일명 회장님폰으로 불리는 '옵티머스 G'를 출시하며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합니다. 당시 3개월 만에 100만대를 판매하는 등 인기를 끌었었죠.

하지만 뒤이어 선보인 G 시리즈의 성적이 예상을 밑돌자 LG전자는 2015년 V 시리즈라는 새로운 라인업을 출시하며 또 다른 히트상품을 꿈꿉니다.

당시 LG전자 측은 스마트폰 라인업을 자동차에 비유해 G 시리즈는 세단, V 시리즈는 SUV 차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G 시리즈가 폭넓은 고객층을 상대로 한 보편적인 사용성이 장점이라면 V 시리즈는 멀티미디어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를 위한 제품이라는 것이죠.

LG V20. [사진=LG전자]

V 시리즈 첫 작품인 V10의 특징은 동영상과 오디오 성능이었습니다. 동영상 촬영 시 손이 심하게 흔들려도 안정적인 영상을 담을 수 있도록 하는 흔들림 방지 기능이나 일반 음원들도 원음에 가까운 풍부한 음향으로 감상할 수 있는 수준의 32비트 하이파이 DAC을 내장한 것이 대표적이었죠. 이는 모두 멀티미디어 특색을 강화한 V 시리즈에 최적화된 기능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LG전자는 V 시리즈의 전유물과 같은 멀티미디어 기능들을 G 시리즈에도 도입해버립니다. 2016년 하반기 출시한 V20에 처음으로 쿼드 DAC을 적용한 뒤 2017년 상반기 G6에 이를 기본으로 탑재했고, 같은 해 하반기 V30에 도입한 하이파이(Hi-Fi) 쿼드 DAC를 그다음 해 출시한 G7에 적용하는 식이죠.

물론 모든 제품에 발전된 기술을 점차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제품 전반 퀄리티가 높아진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V 시리즈와 G 시리즈만의 색깔을 구분하는 것은 어려워졌습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 시리즈와 별개로 펜을 장착한 갤럭시 노트 시리즈로 강력한 소비자층을 확보한 것과는 비교되는 양상이죠.

LG V50 씽큐(왼쪽)와 G8 씽큐. [사진=LG전자]

이런 가운데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의 적자가 계속되자, 내부에서도 V 시리즈와 G 시리즈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적자는 점점 늘어나는데 두 시리즈에 별도로 들어가는 개발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것이 이유였죠.

지난해 CES(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에서 조성진 부회장은 "V시리즈와 G시리즈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LG전자는 결국 V 시리즈와 G 시리즈의 투트랙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V50이 나름의 성과를 거두며 결과적으로 LG전자의 전략 선회는 일정부분 성공을 거둔 것 같습니다. 같은 해 출시한 G8의 존재감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지만요.

'회장님폰'으로 시작한 G 시리즈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V 시리즈와 맞물려 차별성 없이 이어질까요, 아니면 극적인 계기로 MC사업본부의 기나긴 적자를 끝낼 효도폰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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