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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 경제학]①10살짜리 펭귄에게 위로받다

  • 2019.12.10(화) 17:41

[캐릭터편]카카오프렌즈·펭수 인기↑
성공 방정식엔 '공감과 세계관' 존재
소비자 마음 대변하는 것이 성공비결

한국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펭수는 요즘 가장 바쁜 인기스타다. EBS의 연습생인 펭수를 예비 연예펭귄으로만 봐야 할지, 아니면 '뽀로로'와 같은 캐릭터로 봐야 할지는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비즈니스워치는 캐릭터와 연예방송 모든 측면에서 펭수를 분석해보기로 했다. [편집자]

올해 최고의 캐릭터는 펭수지만 지난해 최고의 캐릭터는 '카카오프렌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카카오프렌즈는 '뽀롱뽀롱 뽀로로'를 제치고 2018년 캐릭터 호감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벗어나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인기 캐릭터는 BTS(방탄소년단)와 라인프렌즈가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시킨 BT21이다. BT21의 유튜브 구독자수는 220만명을 넘는다.

캐릭터가 탄생한다고 해서 모두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기관, 지역단치단체는 그동안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어왔지만 대부분이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곤 한다. 캐릭터의 성공 여부는 단순한 '귀여움'을 넘어 '공감'과 '세계관'이 좌우한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등장

과거에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최근 인기 캐릭터는 약간 다르다. 카카오프렌즈와 펭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서만 노출이 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유튜브, 이모티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캐릭터를 노출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 목적이 아닌 다양한 목적을 위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브랜드와 마케팅을 위해 캐릭터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메리츠화재는 '걱정인형'을, 에쓰오일은 좋은 오일(Good Oil)이라는 의미의 '구도일'을 TV 광고를 통해 선보였다. 이들은 카카오프렌즈나 라인프렌즈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지 않지만 기업 이미지를 향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내세웠다. 시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서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고양시는 '고양고양이', 부천시는 '부천핸썹' 등이 있다. 이들은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어 성과가 있지만 잊혀진 캐릭터도 있다. 2008년 탄생한 서울시 캐릭터 '해치'는 초반에는 서울시에서 적극 밀어주고 SBS와 합작 애니메이션도 만들었지만 지금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펭수 부산 사인회 현장. [사진=EBS 제공]

성공 캐릭터의 비결, 공감과 위로

성공한 캐릭터의 비결을 한 가지로 꼽기는 어렵지만 반드시 자리 잡고 있는 요인이 있다. 바로 '공감'이다.

직장인이 공감하는 펭수

펭수가 처음엔 초등학생 고학년을 타깃으로 등장했지만 점차 20·30세대 직장인들의 인기를 얻게 된 비결은 공감이다. 펭수는 열 살이지만 '연습생'이라는 직업이 있고 EBS라는 직장이 있다. 열 살의 순수한 마음으로 직장인들에게 따뜻한 말로 위로를 한다. 때로는 남극에 있는 부모님을 그리워하고 남극에서 다른 펭귄들로부터 소외당했던 일을 회상하며 아파한다.

이러한 부분을 직장인들은 공감하며 자신의 아픔과 공유한다. 또한 현실 직장인들과는 다르게 여러 상황에서 '팩폭(사실에 입각해 상대방이 감추고 싶어 하는 사실을 지적하는 행위)'하는 모습이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최영균 아이러브캐릭터 상생연구소 소장은 "펭수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신해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라며 "EBS 사장 이름을 부르고 할 말을 하는 펭수가 호감과 공감을 산다"고 분석했다.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으로 감정 대변

카카오프렌즈는 메신저 속 이모티콘을 통해 사용자들의 감정과 마음을 대변하면서 친숙하게 다가왔다. 친숙함은 오프라인으로도 연결돼 카카오프렌즈와 연계된 상품과 서비스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이 콤플렉스가 하나씩 있는 것도 공감을 위해서다. 카카오프렌즈를 운영하는 카카오IX 관계자는 캐릭터들이 콤플렉스를 갖게 된 배경에 대해 "소비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거나 공감이 가는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해 소통할 수 있도록 캐릭터별 다양한 성격과 콤플렉스를 부여했다"면서 "콤플렉스가 있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았고 조금 부족한 캐릭터 설정을 통해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대통령인 '뽀로로'도 아이들의 공감 캐릭터다. 김종세 우쏘 대표이자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는 "뽀로로는 아이들 눈으로 봤을 때 자신과 비슷한 친구다. 뽀로로의 머리가 크고 뒤뚱뛰뚱 걷는 모습이 자신과 같다고 느낀다"라며 "카카오프렌즈도 이모티콘으로 내 마음의 감정을 대신해주고 재밌는 캐릭터 모습을 통해 유희를 느끼면서 친숙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구체적 스토리와 세계관도 필요

공감과 위로하는 캐릭터는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잘생긴 연예인 사진만 보고 공감할 순 없지만 연예인의 속마음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들은 후엔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팬심에 생기게 된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공감과 위로를 위해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스토리와 세계관이 필요하다.

"펭수의 세계관을 지켜라"

펭수의 세계관은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탄탄하고 세계관을 지키기 위해 EBS 연출진과 펭수의 팬들이 노력한다.

펭수의 스토리와 세계관은 분명하다. 펭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온 10살짜리 펭귄이다. 좋아하는 음식은 참치와 국밥, 좋아하는 과자는 빠다코코넛이다. 예의는 바르지만 오디션 현장에서 합격 여부를 바로 결정을 해달라고 말하는 등 할 말은 하는 성격도 한결같다. 이러한 세계관을 지키기 위해 펭수의 팬들은 펭수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고 인터뷰나 분석 기사도 펭수의 모습을 그대로 다룬다.

펭수가 나오는 프로그램인 '자이언트펭TV'를 기획하는 이슬예나PD는 펭수의 인기 요인에 대해 "펭수와 제작진은 '펭수는 솔직하고 권위와 사회적 편견에 자유로우면서 타인을 비난하거나 조롱하지 않는 선한 웃음을 전해야 한다'는 하나의 기본 전제를 공유하고 있다"며 "제작진 모두가 펭수가 돼 기획, 구성, 연출하는 콘텐츠다"고 말했다.

보디가드에 쫓기는 라이언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들도 저마다 특별하면서도 구체적인 세계관이 있다. 카카오프렌즈 중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인 '라이언'은 왕위 계승자였다가 탈출하는 바람에 현재 보디가드에게 쫓기고 있다. 때문에 검은색 양복을 입은 제이지(두더지 캐릭터)를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이러한 모습은 카카오프렌즈의 다양한 이미지 속에 숨어있다. 세계관을 모르고 보면 단순히 귀여운 모습이지만 알고 보면 숨겨진 내용이 있는 팬들만의 이야깃거리가 있는 셈이다.

BT21 캐릭터

BT21도 캐릭터 인기를 확산하기 위해 BTS 멤버들이 각자 만든 캐릭터에 세계관을 만드는 모습이 유튜브로 공개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알파카 모양의 캐릭터 RJ만 있었다면 세계관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엄마와 아빠가 등장하게 된다. RJ는 알파카 털을 팔아서 돈을 벌게 됐고, 엄마의 이름은 'Rㄱ(한글모음 첫글자)', 아빠의 이름은 'RA'로 동서양의 만남이다.

세계관이 생기기 전에는 알파카 모양의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지만 가족과 스토리가 생기면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진다.

세계관과 스토리를 통해 캐릭터 팬들은 서로 공유할 만한 이야깃거리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연예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듯 캐릭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캐릭터의 인기는 확산된다.

김종세 대표는 "모든 캐릭터의 성공 요소는 공감이다"라며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시대에 사람들은 캐릭터를 외로움과 아픔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로 여기게 되고 위로와 공감, 유희를 느낄 수 있는 캐릭터들이 사랑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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