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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탈통신 행보, 10년 전과 비교해보니

  • 2020.11.03(화) 15:07

기존 사업으로 한계, 고비 때 신성장 내세워
탈전공 구호, 코로나 시대 답습 효과에 관심

'탈통신' 키워드가 이동통신 업계에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SK텔레콤과 KT 등 주요 통신사 수장들이 잇따라 탈통신을 선언하면서다. 본업인 통신 서비스를 벗어나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탈통신 선언은 전공인 통신업을 그만 두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통신업을 바탕으로 하되 다양한 분야 이종 사업에서 시너지를 발휘하겠다는 게 골자다. 코로나19가 촉발하는 변화의 시대에서 본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미 10여년 전에도 통신 업계는 탈통신을 대대적으로 내걸고 체질 개선에 나선 바 있다.  

◇ 잇따른 탈통신 선언

3일 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T팩토리'라는 복합체험공간을 선보이면서 "브랜드에 대한 통일된 CI(기업 이미지 통합)를 준비하고 있다"며 사명 변경까지 포함한 탈통신 행보를 구체화했다.

박 사장은 2017년 취임 때부터 이동통신사업자의 틀을 넘어 미디어와 보안·커머스 등 뉴ICT 분야로 확장할 뜻을 거듭 밝힌 바 있다. 자회사들을 빠르게 성장시켜 상장한다는 청사진도 내놓은 바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T맵 플랫폼과 T맵 택시 사업 등을 추진해온 '모빌리티 사업단'을 분할해 연내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T팩토리라는 이름에 SK텔레콤(T)이 이동통신사를 뛰어넘어 첨단 기술(Technology)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 지향적(Tomorrow)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생각도 담겼다.

KT도 '통신 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할 것'이라며 탈통신을 대외적으로 선언했다.  올 3월 취임한 구현모 KT 대표는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미디어와 B2B, 에너지, 기업메시징 등 비통신 부문에서 40%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구 대표는 "네이버, 카카오와 달리 KT는 통신 기반의 플랫폼 기업으로 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고객의 삶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장기간 익은 탈통신 전략…이제는 열매 맺을 때

통신사들의 탈통신 선언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탈통신이란 화두는 약 10년 전인 2009~2010년 사이에 등장한 바 있다.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통신업을 기반으로 다른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고민에서 비롯했다.

고민은 회사마다 달랐지만 통신업과 완전히 동떨어진 영역에서 시장을 새롭게 발굴하겠다는 것이 비슷하다. 통신업과 이종산업을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통신 가입자를 기반으로 IPTV와 같은 미디어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가 대표적 사례다. 2010년 LG텔레콤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간판을 새로 갈면서 탈통신을 강조했던 LG유플러스는 인터넷TV(IPTV) 사업에 역량을 모았다. 이에 힘입어 LG유플러스의 탈통신 결실은 IPTV를 포함한 미디어에서 상당 부분 거둬들이고 있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은 2010년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 통합법인이 내놓은 당시 1분기 실적 이후 10년만에 최대 규모다. 1등 공신은 IPTV 사업이었다는 평가다.

당시(2009년) SK텔레콤의 경우 유통, 물류, 금융, 교육, 헬스케어, 자동차, 주택·건설, 중소기업 등 8개 분야 신사업에서 생산성 향상을 꾀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KT는 금호렌트카, 비씨카드 인수 추진 등으로 묵직한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통신산업 전반의 변화 속에서 실행됐다.

10년 전 무렵인 2009년은 아이폰이 국내 상륙해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고, KT-KTF 합병, 통합LG텔레콤(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이 등장하는 등 '변화의 시대'였다. 무선 1위 SK텔레콤, 유선 1위 KT는 수성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는 어떻게든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업 덩치 키우기로 판이 새롭게 구성된 이후인 2011년은 새로운 통신망 4G LTE 시대도 열렸다. 안정(통신 가입자 포화)과 변화(M&A, 새로운 통신망)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성과 기회를 동시에 노린 셈이다.

탈통신이 다시 화제로 떠오른 올해도 SK텔레콤-티브로드,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등 대규모 인수·합병(M&A)의 완료됐고,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 작업이 진행중이다. 차세대 통신망 5G도 지난해 상용화되는 등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판에서 주도권 싸움과 기회 모색이 치열한 상황이다.

10년 전과 올해가 가장 큰 다른 점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사회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어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통신 인프라 사업자에서 서비스 사업자로도 변모하려는 장기간의 노력이 구체화하는 단계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탈통신 시도는 통신을 기반으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서비스를 쌓는 의미"이라며 "10년 전 카카오, 유튜브 등 서비스 기업들이 플랫폼이 될 때 통신사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로 활약할 수 있다는 시대가 열렸고, 수확 단계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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