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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톺아보기]한국에 상륙한 '유리천장 깨는 법'

  • 2019.02.21(목) 17:53

최운열 의원 "이사회 3분의1 여성으로" 법안 발의
유럽·미국·일본등 기업경쟁력 확보차원서 제도 도입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세계여성의날(3월8일)을 맞아 유리천장지수(The glass-ceiling index)를 발표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을 대상으로 성별 간부직 비율과 임금격차, 교육·경제활동 참여율 등을 종합 평가한 지수인데요.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작년까지 6회 연속 꼴찌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세계적으로 경제규모가 상위권인 나라 가운데 여성의 사회고위직 진출이 가장 어려운 나라, 어느 나라보다 공고한 유리천장을 가지고 있는 곳이 한국입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매출기준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비율은 3.0%(2017년 기준)이며, 500개 기업 중 65%인 328개 기업은 여성임원이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유럽서 시작해 일본까지 온 ‘유리천장 깨는 법’

최근 국회에선 이러한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법안이 제출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10월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인데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법시행 2년 내에 특정 성(性)의 이사가 이사회 정원의 3분의2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사회 3분1은 여성으로 구성해야한다는 얘기입니다. 또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는 사업보고서에 그 사유를 기재해 공시하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전후사정을 따지지 않고 법안의 내용만 보면 당장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동안 기업 관련 법률 논의때 단골로 등장해온 '기업의 의사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부터 '여성에 일정비율을 할당하면 그만큼 남성이 역차별 받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올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낯선 '유리천장 깨는 법'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노르웨이는 2003년 유한책임회사법을 개정해 여성임원할당제란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했는데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이사회 정원 2~3명이면 남·여 각각 1명 이상의 이사를 두고 ▲4~5명이면 남·여 각각 2인 이상 ▲6~8명이면 남·여 각각 3인 이상 ▲9명 이상이면 남·여 각각 40%의 이사를 두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이 법이 시행 되기 전 노르웨이의 여성이사 비율은 9%였는데 10년 후인 2012년 40%로 증가했습니다.

노르웨이가 쏘아올린 '유리천장 깨는 법'은 핀란드(도입연도 2014년), 아이슬란드(2006년), 스페인(2007년), 네덜란드(2010년), 프랑스·벨기에·이탈리아(2011년), 독일(2015년)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2021년말까지 이사회규모가 6명 이상이면 최소 3인의 여성 이사를 두는 제도를 시행중입니다.

아시아에선 2011년 말레이시아가 가장 먼저 이사회의 30%를 여성으로 선임해야한다는 제도를 만들었고, 일본은 2015년 여성활약추진법을 통해 종업원 300명 이상인 기업은 여성관리직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유리천장 깨는 법’의 목표는 기업경쟁력

‘유리천장 깨는 법’은 나라마다 조금씩 각론은 달라도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단지 '남녀평등'의 기치아래 남성임원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여성을 앉혀야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게 아니라 동등한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남성에 비해 기회를 덜 부여받는 '이유 없는 차별'을 없애자는 것이죠.

또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내에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조직문화의 변화를 꾀하고 더 나아가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노르웨이에서 출발해 전 세계를 돌아 이제 우리나라에 막 상륙한 유리천장 깨는 법은 앞으로 국회에서 논의가 본격화될 텐데요. 최종적으로는 어떤 형태의 법률안으로 완성될까요.

당장 법안 논의과정에선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할지는 기업의 몫인데 법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타당 하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업종별로 특성이 다른데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하는게 맞느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앞서 유리천장 깨는 법을 먼저 만든 나라들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 국회문턱 먼저 통과한 공공기관법 살펴보니

국회 법안 논의 과정을 예상해볼수 있는 가늠좌는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유리천장 깨는 법’이 국회에서 논의가 됐는데요.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여성임원을 늘리거나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 법안들이 한꺼번에 병합 심사돼  작년 12월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국회를 통과한 최종안은 일률적인 여성임원비율을 정하지 않는 대신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각 기관별 특성에 맞게 여성임원 임명 목표를 정해 이행하도록 하고, 기관평가에 이를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정부의 영향력이 강한 공기업·준정부기관에서도 여성임원비율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내용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전례를 감안하면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안 논의 때는 이보다 더 강도높은 내용이 최종안에 담기긴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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