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삶의 터전이고 자산이다. 집은 재테크의 목적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수단이 된다. 관련된 정책이나 시장의 변화는 경제 주체들의 피부에 직접 와 닿고 파급력도 크다. 순조로운 경제활동이 이뤄지려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앞을 내다 볼 수 있는 주택통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빠른 환경변화와 통계간 괴리가 발생하고 통계내용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당국은 최근 주택통계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제시된 정부 개편안의 내용과 문제점 등을 꼼꼼히 짚어본다. [편집자]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1일 주택 통계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숙제도 여럿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 집계 시 실제 계약과 통계 조사간 최대 60일의 시차가 발생하는 문제, 가격 외에 시장 수급은 파악하기 어려운 '반쪽' 월세 통계 등이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심포지엄에서 제기된 주택 통계 대안 중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은 즉각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존 통계와의 시계열 불일치 문제 보정, 각 기관 간 통합된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y201@ |
◇ 실거래가 신고 '60일 시차' 없애려면?
국토부가 발표하는 아파트 실거래가 데이터의 경우 '실거래가'의 의미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거래 신고는 계약 후 60일 이내에 하면 되기 때문에 계약에서 통계까지 최대 60일의 시차가 발생한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센터장은 "계약일과 신고일의 시차를 조사한 결과 계약체결 당일에 실거래 가격을 신고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고, 24일이 지나야 50%가 넘는다"며 "이 시차를 줄여 주택통계의 기본 방향인 적시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결책으로는 취득세 감면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단계적으로 10일씩 앞당기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선상욱 한국감정원 실거래가관리단장은 "2006년부터 10년 동안 60일 시차를 반영해왔기 때문에 갑자기 바뀌면 통계 전체의 시계열이 뒤틀어질 수 있다"며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되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차시장에도 가격 통계 외에 거래량 통계치가 요구된다는 주장도 있다. 가격 동향은 최근 개편해 '월세-준월세-준전세'로 세분 발표되지만 거래 동향을 파악할 지표는 없는 상황이다.
선 단장은 "주택 전월세 가격 상승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려면 거래량이 필수적"이라며 "일단 표본이 많고 표준화된 아파트부터 거래유형별 월세 거래량을 세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새로운 주거 형태 반영한 통계 필요
준주택에 대한 통계 필요성도 자주 제기되는 이슈중 하나다. 1인가구 증가와 함께 오피스텔 등 준주택 주거비중이 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정확한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실질적으로 주거용으로 많이 활용되지만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그동안 정부 통계에서는 배제돼 왔다. 최근에는 공급이 늘어 주택 시장을 흔드는 변수가 되기도 하지만 공급 및 거래 등의 공식 통계는 생산되지 않고 있다.
오피스텔이 건축법 상 업무시설로 분류되더라도 주거용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면 아파트 수준의 세밀한 통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는 "2010년 기준으로 전국 오피스텔의 65.6%가 주거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며 "오피스텔 관련 통계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주거실태조사 등의 과정에서 가구 중심의 통계를 '가구원'으로 세분화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의철 건국대 교수는 "설문조사를 할 때 부모와 같이 사는 청년과 홀로 사는 청년을 따로 집계해야 청년층의 주거실태를 정확히 파악할수 있다"며 "가구원에 대한 조사를 최소한 격년제로 운영해 변화하는 거주형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이 생산하는 통계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 주택시장 전문가는 "통계를 세분화하고 확대하는 데 걸림돌은 결국 인력과 예산"이라며 "정부가 모든 걸 떠안지 말고 민간기관에 맡겨야 할 통계는 맡기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