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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강남집값]②'오락가락' 갈피 못잡는 정부

  • 2018.01.19(금) 13:46

추가대책 신중론서 급선회…재건축 연한 연장 등 '만지작'
참여정부 시절 규제 역풍 경계론도 대두

연초부터 강남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정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추가대책에 신중론을 펼치는가 하면 갑작스레 재건축을 겨냥해 칼을 빼 들면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강남과 서울 일부지역 재건축시장 과열이 자칫 서울 전 지역으로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강남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가 결국 서울 전 지역과 수도권까지 확산한 전례도 있다. 지금 정부에서 주목하고 있는 점도 강남을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이 불길이 얼마나 더 세질지, 그리고 어디로 얼마만큼 확산할지에 쏠렸다.

 

국토교통부가 이번주 초반 연일 보도참고자료를 내면서 적극 방어하는 양상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정부와 시장 모두 강남 집값 상승 지속 여부, 서울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 양극화 현상 심화 여부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 흐름에 따라 정부의 정책 방향과 성패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강남집값 더 오를까?

여전히 억단위로 오르는 강남 집값의 흐름은 공급에 달려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하지만 강남 4구(강남 송파 서초 강동)에 대한 '공급이 충분한가'에 대해선 정부와 시장의 시각차는 크다.

올해 강남4구에서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멸실하는 아파트는 총 3만1000가구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비해 올해 아파트 준공물량은 1만6200호다.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국토부는 작년말 기준 3만1000가구가 이주대상 아파트(관리처분인가~착공전)이지만 이중에서 실제 올해 이주하는 아파트는 최대 1만6000호로 예측했다.

 

나머지는 이미 작년 하반기에 이주를 시작했거나 혹은 올해 중반부터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이주하는 물량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서울시가 각 조합으로부터 받은 수치를 집계한 것이다. 또 1만6000호 중에서도 실제 이주물량은 인허가 추이와 지자체의 이주 및 철거시기 조정 등을 고려할 때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이주물량을 1만6000호로 추산하더라도 공급과 같은 수준인 데다 대기수요를 고려하면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주하는 분들이 강남4구가 아닌 인근 지역 혹은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사례도 많다"면서 "같은 수준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도 반박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군 등을 고려한 대기수요가 끊이지 않고, 투자수요 면에서도 지속적으로 몰리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남의 고급주택이나 랜드마크와 같은 상품은 손실이 나지 않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최근의 단기간 급등세를 보더라도 검증이 된 투자처로 보여지면서 쏠림과 과열 흐름을 잇고 있다.

 

이 때문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공급이 늘어나기 힘든 점을 고려하면 강남 집값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 또 재건축 겨냥‥정책 실패 답습 우려
 
강남4구 이외에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과 동작·양천구 등의 오름세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장은 참여정부 시절의 학습효과로 규제를 하면할수록 가격은 오르고 또 강남 이외의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갖고 있는 분위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8일 재건축 연한 연장과 안전진단 요건 강화를 시사한 것 역시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을 중심으로 양천 등까지 퍼진 재건축 시장 과열을 잡아보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국토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재건축 연한 연장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기존 8.2대책 등을 통해 도입한 새로운 제도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고 안착하는지에 우선순위를 두고 점검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청와대 역시 추가 대책에 대해 속도조절을 하는 분위기였다. 청와대의 신중론 이면엔 참여정부 시절 강남집값을 잡겠다고 규제를 퍼부었다가 반작용으로 서울 전지역으로 상승세를 확산시켰던 경험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최근 "강남 아파트값이 상승해 관련 대책을 내놨다가 성공하지 못한 것이 전국적 현상인지 아닌지 규정하기도 전에 깜짝 놀라 그때그때 처방했기 때문"이라며 "반성이 필요하다"고도 털어놨다.
 
하지만 김현미 장관의 발언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정부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 당장은 (가격 상승 혹은 수요가)억제되겠지만 강남 문제에 대한 해법은 아니다"며 "현재의 불편한 상황을 피해보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공급의 틀을 막아버리는 꼴"이라면서 "참여정부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 강남발 집값상승 어디로 튈까

 

'마용성'을 포함한 서울 일부 지역의 상승세에 대해선 해석이 다소 엇갈리지만 대체적으로 강남발보다는 해당 지역의 개발 이슈 등이 작용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여러 호재들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강남이 올라서라기보다는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와 수요도 많아지고, 입지 좋은 곳이 재개발되면서 직주근접과 학군 등 괜찮은 곳들이 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한강변 라인은 강남이 오르면 강남 수준에 맞춰서 동반상승하는 후행효과는 있다"면서도 "서울이나 수도관 외곽까지 확대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런 흐름이 지난 2007년과 같이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근의 강남 수요층과 강남 이외의 수요층이 분리된 경향이 강한데다 이들 지역 역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서울 전지역)로 묶이면서 대출 규제 등으로 수요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과의 양극화만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가 대책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함영진 센터장은 "정부 입장에선 조금 더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투기단속, 세무단속 등을 통해 가수요를 거둬내는 쪽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부장도 "이미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공급을 늘리는 것도 어차피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WM리서치 부동산 연구위원은 "이미 부동산 정책변화에 따라 예상하지 못했던 흐름을 봤기 때문에 재건축 추가 규제 등이 기대이외의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며 "지나치게 강남집값의 흐름에만 집중하기보다 시장 전반에 대해 원칙적인 수준에서 정책의 합리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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