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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월에 한번꼴'…19번째 부동산 대책의 의미

  • 2020.02.20(목) 15:30

풍부한 유동성에 누르면 다른 곳서 '불쑥' 되풀이
'시장 이길수 없다' 재확인…공급대책 등 다른 접근 필요

정부가 19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2.16대책을 내놓은 이후 2개월여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이후 1.7개월에 한번꼴로 대책을 내놓은 셈이기도 하다. 2017년의 8.2대책, 2018년의 9.13대책, 2019년의 12.16대책은 유례없는 초강력 대책이기도 했다.

12.16대책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 집값은 안정을 찾아가는 듯 하지만 규제가 느슨한 지역을 찾아 풍선효과가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풍선효과 이외에도 규제에 대한 반작용으로 집값이 오르는 현상도 반복됐다.

지금은 새로운 대책이 나오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결국 또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더 팽배하다. 더욱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쓸 수 있는 카드도 많지 않아 보인다. 이쯤되면 기존의 수요억제 이외에 적절한 수준의 공급대책 등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두더지 게임' 누르면 다른 곳 튀어나온다

머리를 내민 두더지를 망치로 힘껏 내리친다. 또 다른 두더지가 구멍에서 불쑥 나오면 또다시 망치를 내리치기를 반복한다.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법한 두더지게임. 전문가들은 최근의 부동산시장을 이 두더지게임에 빗대곤 한다. 비규제지역 혹은 규제가 느슨한 쪽에 돈이 몰리며 집값이 부풀어 오르고 정부가 뒤쫒아가 규제를 가하는 식이다.

지난 12.16대책은 세금과 대출을 전방위로 옥죄는 초강력대책이었다. 종합부동산세율을 더 높이고 12억원 넘는 집에 대해선 대출을 아예 금지하고 9억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선 LTV 20%를 적용했다.

그러자 수원·용인·성남(수용성)등 6억~9억원 구간의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비규제지역으로의 쏠림도 나타났다.

이번에 추가대책을 통해 누르긴 하지만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다른 지역에서 또다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앞으로도 미분양이나 공급과잉 우려가 덜한 지역 중 교통망 확충이나 각종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들로 유동자금이 유입될 확률이 높은 만큼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등 수도권 일부지역의 집값 풍선효과를 잡기위한 정부의 정책 대결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게다가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강도높은 대책을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에 나온 대책 역시 조정대상지역 확대 폭을 최소화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수·용·성 가운데 수원에 대한 규제는 커졌지만 기존에 조정대상지역이던 용인과 성남에 대한 대책은 빠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대책은 수원을 주타깃으로 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한두달쯤 후 총선이 끝나면 추가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는 대전이나 12.16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다시 수요가 물리는 부산 일부 지역 등도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빠졌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20일 브리핑에서 "부산, 대전 특히 대전 서구 유성구 중구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높다"면서 "현재 지방 중 가격 높은 곳은 엄중히 보고 있고 모니터링 지속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을 이길수 없다…정책 신뢰만 추락

무엇보다 19번째 대책이 시사하는 바는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을 또한번 확인시켜줬다는 것이다.

19번의 대책에는 초강력 대책들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분양가상한제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집값 상승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은 규제가 느슨하고 돈이 되는 곳을 용케 찾아냈다. '빠져나갈 구멍'도 정부보다 한발짝 앞서 찾았다.

12.16대책 이후 늘어난 세금부담을 다주택자들은 전셋값을 올리거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것으로 만회하고 있다. 정부는 주거안정을 목표로 대책을 내놓지만 결국 서민들의 주거불안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30대 젊은층들이 대거 내집마련에 나선 것도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고 더는 집값안정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게 되면서다.

잦은 규제에 내성이 생기고 규제 이후 다시 오르는 등의 학습효과로 '결국에 또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팽배해졌다.

건설사 등 기업들의 정책 및 사업 불확실성도 커졌다.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한 고위관계자는 "연초에 사업계획을 짜기가 어렵다"면서 "잦은 정책 변경으로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사업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당장 이번에 추가된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사업을 진행하는 곳에서는 전매제한 강화 등으로 인한 사업성 및 예측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근본적인 대책…다른 접근 방식 필요 한목소리

시장에서는 근본적인 대책,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그동안 이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3기 신도시를 통한 공급대책을 발표했고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대해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 배제 및 장특공제 적용 등의 퇴로를 열어주기도 했다.

문제는 시장의 수요와 기대를 충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데 있다. 특히 수도권 외곽에 들어서는 3기 신도시는 직주근접 등의 질적인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고, 사업속도 또한 더뎌 이번 정부내에서 효과를 보기 어렵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시장의 공급감소 우려를 다독일 수 있는 대도시 정비사업의 정상화가 고려돼야 한다"며 "장기적인 임대주택 재고 확대와 보유세 강화에 발맞춘 거래세 정상화 등 일부 도시의 매물잠김 현상을 해소할 방안이 여러 방면으로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도 "시장반응에 즉각 대응하는 수준의 정책은 단기적인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시키기는 어렵다"면서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원활히하는 공급대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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