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번의 강한 너울성 파도가 주택시장을 덮쳤습니다.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법안 발의로 논의가 본격화된 임대차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6.17 부동산 대책(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강화방안)이 그것인데요.
두 대책은 여당과 정부가 주도하며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상충되는 부분이 많은데요. 임대차3법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쉽게 내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반면 6.17 대책에서는 집주인들에게 집을 사려면 무조건 들어가서 살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과 박주민 의원 등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보면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세입자의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해주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원할 경우 집주인들은 이에 따라야 하는데요.
이에 반해 6.17 대책에서는 앞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살 경우 6개월 내 해당 집으로 전입하는 것이 의무입니다. 전세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를 막아 집값을 끌어올리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죠.
가령 세입자 A씨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주인은 B씨인데, B씨가 집을 팔지 않는다면 A씨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이 아파트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됩니다.(임대차3법 통과 시)
하지만 B씨가 C씨에게 집을 팔면 얘기가 달라지는데요. C씨는 6개월 이내에 이 아파트로 이사를 와야 해 A씨는 새로운 전셋집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에도 임대인이 임차주택에 실거주 해야 할 객관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계약갱신권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계약갱신청구권이 무색해지는 것이죠.
새 전셋집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올해까지는 입주 예정 물량이 많은 편이지만 내년부터 급속히 줄어들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6.17 대책에서 갭투자를 전면 차단한 만큼 앞으로 임대차 시장에서 전셋집은 찾기 힘들어지고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입니다. 갭투자는 투기 수단이기도 했지만 전셋집을 공급하는 역할도 했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서민 세입자였던 A씨는 더 비싼 가격에 다른 전셋집을 구하거나, 반전세 혹은 월세로 살아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만큼 주거비 부담도 예전보다 늘어나게 되겠죠.
이와 함께 전월세신고제와 거주요건을 갖춘 조합원에게만 재건축 분양신청을 허용하는 내용도 맞닿아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월세신고제는 전월세 거래도 매매거래와 마찬가지로 가격 등을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인데요. 전월세 신고를 하면 해당 주택에 대한 전입신고도 연동되도록 하는 내용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6.17 대책에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에서는 조합원 분양신청 시까지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 한해 분양 신청을 허용해주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문제는 현재 서울 대다수 재건축 단지의 경우 조합원들은 해당 단지에 직접 거주하지 않고 세입자가 사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전월세신고제가 도입되면 해당 주택에 집주인(조합원)이 살지 않고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다는 게 드러나 분양 신청 자격을 받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생길 수 있는 것이죠.
결국 분양 자격을 얻기 위해 집주인들은 전세 계약이 끝나면 세입자를 내보내고 자신이 해당 주택에 전입신고만 한 채 빈 집으로 두거나, 세입자가 계속 집에 살더라도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게 하는 편법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큰데요.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이번 6.17 대책과 임대차 3법이 도입되면 세입자가 없는 빈 전셋집이 늘어나 일부 단지에선 슬럼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그동안 시장에 공급됐던 전셋집들이 사라지면서 임대차 시장 불안이 서서히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수도권 30만호 공급계획을 통해 전셋집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재건축 단지 주택을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 잔여 임대기간 등 6.17 대책 영향을 받는 사례는 구체적인 현황 조사를 거쳐 검토한다는 입장인데요.
두 대책 모두 서민 주거안정을 목표로 하는 만큼 시장의 우려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