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오세훈 서울시장 입김도 안 먹히는 것일까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들썩이는 서울 집값이 도통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노형욱 장관이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주택 공급기관장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공급 확대에 힘을 실었고, 오세훈 시장은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를 막겠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보다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습니다.
이처럼 부동산 정책 리더들이 집값 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장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르네요.
재건축 이어 중저가 단지까지
재건축 단지가 쏘아올린 집값 상승세가 이번주에는 일반 아파트로 번지는 모습입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그 동안 관심이 적었던 지역인 관악구 신림동 신림현대, 봉천동 관악현대와 성현동아 등이 1000만~1500만원 가량 상승했습니다.
노원구도 상계동 벽산아파트와 상계주공3단지,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 등 중소형 면적 중심으로 1000만~5000만원 정도 올랐는데요.
재건축 단지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마포구에선 성산동 성산시영, 도화동 우성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가 1000만~5000만원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넉달만에 최고치
이 같은 상황은 한국부동산원 통계에도 잡힙니다. 5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1%로 전주보다 0.01%포인트 확대됐습니다. 정부가 서울 도심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발표한 2.4대책 이전인 2월 첫 주(0.1%)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숫자인데요.
3차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발표 등 주택 공급방안과 보유세 부담 우려 등으로 거래량은 줄고 있는데 가격 상승 기대감이 있는 단지 위주로 오르고 있다는 게 부동산원 분석입니다.
서울 내에서는 노원구가 0.21% 오르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요. 그 동안 저평가를 받았던 지역인 만큼 중저가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초구도 만만찮은 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포동과 서초동 위주로 0.2% 상승했고, 잠실동 중대형과 풍납동 재건축 위주로 오른 송파구는 0.16%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강남구 역시 학군수요가 많은 대치동을 비롯해 고가 재건축 단지가 즐비한 압구정동과 도곡동 중심으로 0.13% 올랐네요.
이외에 영등포구와 양천구는 각각 0.12%, 0.1% 상승했습니다. 영등포구는 신길동과 문래동 역세권 중심, 양천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이나 저평가로 인식되는 단지가 올랐습니다.
전세 안정이라지만…
매매시장에 비해 전세시장은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적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전세가격 변동률은 0.03%, 0.12%로 전주 수준을 유지했는데요.
하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입니다. 변동률은 작지만 이미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세입자들의 부담은 커져 있고, 강남 재건축 이주수요도 존재해 언제든 다시 불안해질 수 있어서죠. 계절적으로 이사가 적은 시기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관련기사: 전세시장 안정세라지만 그래도 불안한 이유(05.06)
실제 서울은 계절적 비수기와 신규 입주 물량,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진 전세가격 급등 피로감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거나 중저가 수요가 존재하는 지역은 상승했다고 부동산원은 설명하네요.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전세시장은 상승 불안감이 여전하다"며 "보유세 부담과 임대차3법에 따른 전세의 월세전환, 막바지 봄 이사 수요와 강남 재건축 대규모 이주 수요가 움직이면서 수급불균형에 따른 전세가격 상승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