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매도자인 KDB인베스트먼트(KDBI, 50.75%)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중흥건설 모두 절실함이 묻어나왔다.
이대현 KDBI 대표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입찰조건 수정제안' 과정은 결국 양측이 모두 이번 M&A에 대한 절실함이 컸다는 점을 방증한다.
'재입찰 논란'을 일으킨 입찰조건 수정제안은 중흥이 지난달 25일 본입찰에서 경쟁자인 스카이레이크-DS네트워크 컨소시엄보다 5000억원이나 많은 2조3000억원을 써내면서 시작됐다.
논란의 불씨 남았지만, 매각 의지 큰 KDBI
이대현 대표는 "제안자 중 한쪽(중흥)에서 수정요청을 해왔고 다음날 다른 제안자(스카이레이크 컨소)한테 이를 알리고 다른 제안자도 원할 경우 수정을 하도록 했다"면서 "그 제안자도 마찬가지로 7월2일 최초 제안의 일부 사항을 수정해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중흥은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의지가 컸지만 차순위와 5000억원이나 벌어진 입찰가는 중흥그룹을 이끄는 정창선 회장은 물론이고 그룹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가격을 낮춰 사실상 재입찰했고 중흥은 애초 적어낸 가격보다 싼 2조1000억원대로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됐다.
하지만 이례적인 수정제안 등을 통해 매각가가 낮아지면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KDBI는 이같은 부담을 안으면서도 이번 매각 성사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도 2017년 대우건설 매각 실패를 직접 거론하면서 "이번 M&A의 일차적 목표를 투자자들의 진정성을 최대한 확인하고 대우건설의 영업과 임직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뒀다"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2017년~2018년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직후 불거진 대우건설의 3000억원 해외부실로 인수를 포기했다.
또 "매도자의 요청을 최대한 듣겠다는 원칙이 있었다"며 "그것은 매수자의 권리이고 매수자의 입장을 초기단계에 최대한 들어야 딜을 완주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언급한 점도 마찬가지다.
대우건설 역시 2018년 호반건설 매각 실패 이후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를 맞기 시작했다.
주택분양이 호황을 이어가면서 주택공급을 확대한 것이 성장의 기반이 됐다. 하지만 내년 이후 자칫 주택경기가 꺾이면 이같은 성장기반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올해가 매각의 적기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매각에 실패하면 이 대표 말마따나 '20년간 이어진 대우건설의 진짜 주인찾기'는 또다시 기약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정창선 회장 "재계 20위권 공언"…사업 확장 절실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역시 대우건설 인수가 절실하긴 마찬가지다. 정 회장은 "대기업을 인수해 재계 20위권 안에 진입하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한 바 있다.
대기업 반열에 오르는데 대한 갈증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중견건설사들 대부분이 생존을 고민하는 시점에 있다.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전국구 건설사로 성장하고 사업 다각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기도 하다.
대우건설의 경우 해외플랜트 등 해외사업과 '푸르지오'와 '써밋(하이엔드 브랜드)'이라는 주택브랜드를 가진 시공능력평가순위 6위의 대형건설사다.
중흥이 대우를 인수하면 시공능력평가액 기준으로 DL이앤씨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선다. 중흥S클래스라는 주택브랜드로 호남과 서울 외곽의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펼친 중흥이 전국구로 도약하게 된다.
이를 위한 실탄 확보 등 사실상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도 했다.
중흥그룹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시적으로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일부 차입하지만 내년까지 유입될 그룹의 영업현금흐름으로 대부분 상환할 예정"이라며 "사실상 외부차입 없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내 인수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흥은 또 "대규모 부동산 개발능력을 보유한 중흥의 강점과 우수한 주택 브랜드, 탁월한 건축 토목 플랜트 시공능력 및 맨파워를 갖춘 대우건설의 강점이 결합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 전문 그룹으로 한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유수의 엔지니어링회사를 인수해 해외 토목 및 플랜트 사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확대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외사업' 등 여전히 의문
다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해외사업 경쟁력 확대를 강조했지만 중흥의 경우 해외사업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해외사업 위축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 호반이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할 당시엔 같은 이유로 해외사업 매각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신용도 등의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질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화학적 결합에 대해서도 신경쓴 기색이 역력하다. 중흥 고위관계자는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고용안정과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건설분야 최고의 인재들이 몰려드는 기업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