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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상생주택, 예산 '1억원'으로 상생 가능?

  • 2022.01.17(월) 06:30

[인사이드 스토리]
서울시의회, 예산 40억→1.05억원 감액
공모·설명회부터 추진…지방선거 후 바뀔까

'1억500만원'

오세훈표 '스피드 주택공급' 정책의 한 축을 맡은 '상생형 장기전세주택'(이하 상생주택)에 배정된 올해 예산입니다. 토지임차형이라 재정 부담이 덜하다고 해도 주택 공급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해보이는데요. 

서울시의회를 거치면서 예산이 확 조여진 탓입니다. 서울시는 당초 올해 상생주택 70가구를 시범 공급하기로 하고 약 40억원의 예산을 잡아놨는데 서울시의회가 무려 97%가량 삭감했거든요. 

이 예산은 상생주택 딱 한 가구 공급할 수준으로 추산돼 상생은커녕 각자도생의 길을 알아봐야 할 판인데요. 상생주택,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가구당 사업비 9400만원인데…예산 1억500만원?

지난해 마지막 날 역대 최대인 44조2000억원 규모의 '2022년 서울시 예산안'이 시의회 문턱을 넘은 가운데, 역대급 규모에 비해 예산이 대폭 쪼그라든 항목들도 있었는데요. 상생주택이 대표적입니다. 

상생주택은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시즌 2' 사업 중 하나인데요.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시세의 80% 이하 수준으로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오세훈 시장이 첫 임기 중에 만들었던 대표적 서민주거안정용 공급 방안입니다.

그동안의 장기전세주택은 '건설형' 위주라 공공토지만으로는 공급에 한계가 있었는데요. 상생주택은 도심 곳곳에 방치되고 있는 민간 토지와 공공재원을 결합하는 민간토지임차형으로 추진됩니다. 

민간 토지에 용도 변경, 세제 혜택 등을 주고 주택을 건설한 뒤 이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에 전세 형태로 공급해 민간-공공이 상생한다는 뜻에서 사업명도 착안했는데요. 

서울시는 향후 5년간 장기전세주택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 아래 이중 상생주택은 312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올해는 첫 시작으로 70가구의 상생주택 시범사업을 공급할 계획이었는데요. 

계획했던 예산이 사실상 '전액 삭감'되면서 시작부터 발목이 잡혔습니다. 서울시는 당초 올해 상생주택 예산으로 39억7800만원을 잡아놨는데요. 서울시의회에선 1억500만원만 통과시켰거든요. 무려 97.4%를 깎았는데요.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민간참여형 장기전세주택은 다른 공공주택과 달리 정부의 국고보조가 없어 보증금, 기금차입금 외 나머지 전액을 서울시와 SH공사가 조달해야 하는데요. 

가구당 4억1000만원(택지비+건축비)이라고 가정할 경우, 이 사업으로 인한 서울시와 SH공사의 사업비 부담액은 각각 약 9400만원으로 추산됐습니다. 1억500만원으로는 딱 한 가구 공급하면 끝나는 비용이죠. 계획했던 70가구 중 딱 한 가구요.

 "일단 추진"…6월 지방선거 이후 판도 바뀌나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의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오 시장은 지난 7일 본인의 SNS를 통해 "상생주택 예산 삭감은 '월세 난민'의 아픔을 공감한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결정"이라며 공개적으로 서울시의회를 비판했는데요.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같은 날 해명자료를 통해 "상생주택 예산은 출자안이 부동의 된 상태에서 예산 편성이 불가능해 삭감한 것"이라며 "사업 실행가능성 등을 판단할 자료가 불충분해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없어 출자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SH공사 출자동의안을 수정처리한 이유에 대해 공급물량 과다산정, SH공사 재정악화 등을 꼽았는데요. 이는 오 시장이 상생주택의 구상안을 밝힌 이후 나왔던 우려점이기도 합니다.

토지임차형이라 민간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해 단기간에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구조거든요. 민간 토지를 서울시가 활용하면 수십년간 개인의 사유재산권 사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토지 소유자와 인센티브 등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요.

SH공사의 재정악화도 불가피해보입니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SH공사의 장기전세주택 건설 재원 조달은 통상 SH공사 자체예산, 시비지원금, 주택기금융자, 보증금인데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다시 돌려줘야 하는 돈으로 기업 재무제표상 SH공사의 부채비율로 작용하거든요.

고병국 시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SH공사는 장기전세주택 사업으로 인해 1조2143억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했는데요.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임대손실액(2조2407억원)의 54.2%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여러모로 상생주택이 우려 속에서 출발하는 분위기인데요. 서울시는 일단 현재 책정된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생주택 토지 공모도 하고 설명회도 열고 토지주와 협의도 할 것"이라며 "예산이 직접적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상생주택이 추진 동력을 받으려면 오는 6월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해보이는데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애초에 오세훈 시장은 당선 이후 보궐기간이 1년밖에 안 되기 때문에 1년 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은 스탠바이(정책 추진 준비) 뿐"이라며 "지방선거에서 재임이 되고 현재 구성원 다수가 여당(110석 중 99석이 더불어민주당)인 서울시의회에 변화가 생긴다면 추진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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