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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분양보다 임대'? 우위 바뀌는 청약 시장

  • 2022.09.01(목) 06:30

서울도 1순위 청약 미달 단지 나와
금리 공포에 계약포기…미분양으로
'차라리 월세'…민간임대 청약은 훈풍

'최고 청약경쟁률 1873.5대 1'(2021년6월 래미안원베일리)
'1순위 청약 미달'(2022년8월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

1년 만에 분양 시장의 판이 뒤집혔다. 한동안 '청약 불패'를 이어가던 서울 분양 시장이 이제는 1순위 청약에서조차 미달이 나며 차갑게 식고 있다. 

매섭게 치솟는 금리와 집값 고점 인식 등이 맞물리면서 주택 매수 심리가 한풀 꺾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분양보다 임대' 쪽으로 수요가 이동하며 오히려 민간임대 시장에 청약 경쟁이 불붙는 모습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서울에서 미분양이?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30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서울 구로구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총 440가구)가 일반분양 134가구 모집에 114명이 신청, 평균 경쟁률 0.85대 1로 미달됐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10억5100만~10억9700만원 선으로 인근 시세와 가격이 비슷한 수준이고, 중도금 대출 규제 기준(9억원)을 넘어 청약자들이 돌아섰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시행사가 자체 보증을 통해 중도금 최대 60% 대출(이중 최대 40%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기로 한 데다, 서울 역세권 단지임에도 '완판'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적잖이 충격을 줬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12개 아파트 중 1순위에서조차 미달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만 해도 서울 분양 단지들은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 불패'를 이어갔다. 지난해 6월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한 '래미안원베일리'(총 2990가구)의 경우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161.23대 1에 달했으며, 전용 46㎡ 2가구 모집엔 3747명이 몰리며 최고 경쟁률 1873.5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서울 청약 단지들도 평균 경쟁률이 한~두자릿수에 그치거나 일부 단지에선 미계약이 속출하기도 했다.
 
올해 첫 분양이었던 강북구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총 1045가구)는 295가구 분양에 1순위는 마감했지만 계약 포기자가 나오면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지난 4월 분양 후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던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총 216가구)도 계약 포기자가 나오면서 '최대 15% 할인'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구로구에서 분양한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총 162가구)는 52가구 모집에 198명이 신청해 평균 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일부 평형은 1~4가구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분양가상한제에도 땅값 인상, 제도 개편 등으로 갈수록 분양가가 높아지는 데다 대출 규제가 여전하고 집값 고점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청약 시장도 한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차라리 임대'…민간 이어 공공임대도 눈길

특히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대출 금리 부담이 커지자 주택 매수보다는 임대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수요가 많아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기준금리를 연달아 세 번 인상, 총 1%포인트를 올렸다. 이에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의 청약 열기가 오르고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민간 건설사가 짓는 임대 아파트로 주변 시세 85~95%의 임대료로 최장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임대료 상승률은 연 5% 이내로 제한되며 청약 통장 없이도 청약할 수 있다. 

지난달 청약한 서울 관악구 '힐스테이트 관악 뉴포레'(총 1143가구)는 민간임대 111가구 모집에 1만536명이 몰려 평균 9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달 은평구 '서울은평뉴타운 디에트르 더 퍼스트'(총 425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는 88가구 모집에 393건을 접수해 4.47대1 평균 경쟁률을 나타냈다.

은평구 역세권 청년주택 '불광역 호반베르디움'(총 977가구)은 이달 630가구의 민간임대 청약에서 2만8322건이 접수돼 평균 청약경쟁률 45대 1을 기록했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공임대주택의 고급화를 강조하면서 공공임대 수요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세계도시정상회의(WCS)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해 "임대주택 용적률을 높여 고밀 개발하면 타워팰리스 같은 임대주택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금리 인상 등으로 가격 부담이 커진 가운데 분양가 제도 개편 등으로 수요자 입장에선 주택 매수 진입 장벽이 더 높아졌다"며 "아파트 시장도 침체 국면을 보이면서 예전처럼 무조건 청약에 나서기 보다는 '선별 청약'에 나서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거래 절벽에 따른 침체가 길어지면서 매매 대신 임대차시장에 머물면서 매수 타이밍을 노리는 수요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주거 여건이 괜찮은 민간임대나 공공임대 쪽의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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