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하고는 많은 일을 했는데, 국토교통부 행사는 처음입니다."
"저희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이긴 하지만, 국토부와 긴밀하게 협조하겠습니다."
지난 2일 서울 마곡에서 개최된 '스마트플러스 빌딩 얼라이언스' 출범식.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원희룡 장관이 직접 참석하는 등 열의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ICT(정보·통신 기술) 기업과 산자부 산하 연구기관 등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들은 '국토부는 처음이지만…'이라며 어색하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행사장엔 정작 스마트 빌딩을 '건설'해야 할 건설사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한 국토부 관계자에게 왜 건설 쪽은 참석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여러 번 참여를 독려했는데, 실체 없는 사업에는 관심 없다고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최근 나온 건설사의 '스마트 건설' 관련 보도자료만 여러 건인데, 관심이 없다는 설명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플러스 빌딩 얼라이언스는 도심항공교통(UAM)과 자율주행차 등의 상용화에 앞서 이들 모빌리티에 대응하는 건축물을 연구하자는 동맹입니다. ▷관련 기사: UAM·로봇시대에 맞는 '스마트+빌딩' 만든다(2월2일)
기존 건축물들은 UAM의 하중이나, 자율주행차의 주행 습관 등에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기술이 상용화돼도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건물 관리용 로봇의 경우 1대당 가격이 수천만원에 이르지만, 문턱이나 엘리베이터 등에 가로막혀 좁은 공간을 배회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낭비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모빌리티 변화에 맞춘 건축물이 필요합니다. 건설사들도 이 점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은 UAM을 새 먹거리로 꼽고, 수년째 투자 중입니다. 그런데 왜 스마트플러스 빌딩 얼라이언스에는 소극적이었을까요?
UAM에 적극 투자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단 한 마디, "성급하다"로 설명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UAM 연구에 뛰어들긴 했지만, 앞으로 상용화될 기체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기체가 표준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걸맞은 건축물을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UAM에 맞는 건물을 지으려면 기체가 이착륙할 때 필요한 공간, 주변 건축물이나 사람에 미치는 영향, 풍하중 등 UAM 기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아무런 데이터가 없는 지금 단계에선 아주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토부에서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그마저도 2인용 시험 기체고, 4인용·6인용 등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며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건축물을 실제 기체도 없이 설계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장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재 스마트 빌딩 관련 사업은 대부분 기존 건축물의 유지·관리입니다. 신축 사업은 네이버 등 굵직한 ICT 기업이 새 사옥을 지을 때를 제외하면 거의 없습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라면 당연히 스마트 빌딩에 관심이 있고, 개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곳도 많다"며 "다만 현재로선 신축 사업이 전무하니 ICT 기업과 함께 건물 유지·관리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민간사업에선 발주처의 의지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얼라이언스에서도 건설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날 출범식 첫 순서로 로봇 시연이 있었는데요. 요즘 식당이나 호텔에서 자주 보이는 '서빙 로봇'이었습니다. 스마트 건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시연이었고요.
내내 '알맹이' 빠진 행사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반년간 준비한 얼라이언스의 모습이 이러한데 앞으로 상반기내 마련한다는 스마트플러스 빌딩 활성화 로드맵도 괜찮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연초 CES(세계전자제품전시회)에 직접 다녀올 정도로 모빌리티와 스마트 기술에 대한 관심이 상당한데요. UAM 등의 새로운 모빌리티는 물론이고 스마트 빌딩은 당장에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올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정부 차원에서 이같은 지원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당장의 세리머니에 시간과 인력을 동원하기보다는 조금더 내실있고 실체화한 로드맵을 기대해 봅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생각하는 스마트 건설과 정부가 바라보는 스마트 건설은 다른 것 같다"며 "스마트 빌딩에 대한 논의가 초기 단계인 것은 완전히 새로운 모빌리티를 어떻게 이용할지 큰 그림이 아직 없기 때문인데, 이건 건설사의 영역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로드맵 수립 시기가 조급한 감이 있는데, 기체 등에 대한 선행연구가 어느 정도 무르익은 다음에 논의를 시작해도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