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가 확산하면서 실거래가 정보 확보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상 거래를 조기에 포착하면 깡통전세 등 전세사기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어서다. 그간 정보 공유에 소극적이던 정부도 앞으로 지자체에 관련 권한을 나누기로 했다.
실거래를 기반으로 한 가격지수 또한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실거래가지수는 공표 시차가 발생해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시는 아예 독자적인 가격지수 개발에 나섰다. 정부와 지자체가 같은 시장을 놓고 각각 다른 지수를 발표함으로써 시장 혼란을 부추길지 정보 투명성과 시의성을 확대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토부-서울시 실거래 정보 공유
국토교통부는 지난 26일 서울시와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부동산 실거래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이상거래가 발생한 경우 서울시 등 광역지자체가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할 계획이다.
이같은 합의가 이뤄진 건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집값 하락으로 깡통전세, 역전세 등의 우려도 커졌다. 부동산시장 흐름에서 벗어나는 이상거래 등을 조기에 파악하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서울시는 국토부에 거래자 정보 등을 분석한 주택 실거래 자료를 1달 간격으로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임대차정보(RTMS) 열람 권한을 자치구에 부여하고, 신고 관련 자료 및 이상거래 등 현황자료를 서울시에 제공해달라고 제안했다.
국토부는 특이동향 등 세부 현황자료를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구체적인 현황자료 작성 양식 및 제공방안은 사안별로 사전에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임대차정보는 관련 시스템을 개선해 오는 6월까지 시·군·구청에 열람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앞으로 이상거래가 발생하면 지자체에 조사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사항으로 지자체 의견조회를 거쳐 올 하반기 내 발의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시 등 광역지자체는 부동산 거래 세부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 부동산 거래는 구청 등 기초지자체에 신고되고, 구청은 이를 국토부에 바로 보고한다. 거래 가격 등 기초적인 정보는 모두 공개가 되지만, 임대인과 임차인 등에 대한 세부 정보는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국토부와 서울시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날을 세웠다. 정보를 공유해달라는 서울시의 요청에 국토부는 정보 공유 이전에 법 개정 등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만 최근까지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며 지자체와 협력이 절실해지자 기존의 엄격한 노선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긴장감 여전…이젠 '가격지수'?
국토부와 서울시가 실거래 정보 공유에 대해 합의했지만, 갈등의 불씨가 꺼진 건 아니다. 실거래를 기반으로 한 '가격지수'에도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국토부 산하의 한국부동산원이 국가승인통계 '실거래가격지수'를 제공하는데, 서울시가 독자적인 가격지수를 공표하겠다고 나섰다.
한국부동산원의 가격지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격지수는 실제 거래된 아파트의 가격을 이전 가격과 비교한 지수다. 서울시가 문제로 꼽은 건 부동산원이 계약일을 기준으로 공표하는 탓에 시차가 최대 90일까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에 서울시는 신고일을 기준으로 실거래가를 분석해 공표 시차를 15일로 단축, 주택시장 변동을 빠르게 파악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 2월 개발을 마쳤고, 현재 지수 검증위원회를 꾸려 데이터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수는 연내 공개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 2월 "깡통전세, 전세사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주택 통계의 부정확성과 주택시장 정보 불균형"이라며 개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서울시의 발표 이후 관련 업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계약일이 아닌 신고일을 기준으로 하면 정책 효과 등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계약 후 30일 이내 신고하면 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공표 시점을 앞당기지 못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 등이 발표된 특정 시점을 전후 시장동향을 살피려면 계약일을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해야 한다"며 "극단적인 예를 들면 2월28일 계약한 사람이 계약 후 30일째 신고한다면 4월 지수로 발표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상 계약 후 30일 이내 신고하면 되는데, 이 기간을 꽉 채워서 신고하면 계약 후 45일이나 신고 후 15일이나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혼란을 감내하는 건 시장의 몫이다. 앞으로 서울시 지수가 공개되면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가 지수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킬 가능성이 있다.
이 관계자는 "어느 기준으로 통계를 보는 게 맞는지 시장 참여자들이 궁금해할 것"이라며 "신고일 후 15일이라는 이름으로 통계가 빨리 발표되는 것처럼 오도하는 게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