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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부잡]잊을만하면 주의보…'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뭐길래

  • 2023.06.05(월) 07:00

2011년 박원순 전 시장 공약서 출발
조합이 출자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
사실상 지주택?…"사업진행 위험성↑"

'가입할 때 주의하세요!'

지자체에서 꾸준히 주의보를 내리는 주택 사업이 있습니다. 바로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벌써 나온지 10년이 넘은 사업 방식이지만 여러 한계들로 큰 관심을 받진 못했는데요.

최근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높아져 민간임대로 수요가 분산된 가운데, 협동조합형 민간임대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체 어떤 사업이길래 이렇게 경계하는 걸까요.

'소행주' 취지는 좋았는데..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사업은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 또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을 말하는데요.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직접 아파트를 건설하고, 조합원들이 일정 기간(통상 8~10년) 임차해 거주하다가 분양권을 받는 방식입니다. 

임대아파트 건설사업 목적의 협동조합을 설립해 조합원들의 납입금을 초기 자본으로 출자하고요.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PF 보증으로 은행 대출을 받아 임대아파트를 짓습니다.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아파트 최초 공급가의 일부만 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내면서 거주하다가 임대 기간이 지나면 분양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죠. 

이같은 사업 방식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11년 시장 후보 시절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등장했는데요. 박 전 시장이 임대주택 콘셉트로 내세웠던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의 대표적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입주자는 공동 목적에 맞는 협동조합을 설립, 사업 주체가 돼서 설계 등 건설 계획부터 참여하게 했죠. 2012년 강서구 가양동에 처음으로 내놓은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이 육아라는 동질감을 갖는 예비 입주자를 모집해 협동 조합을 구성해 만든거고요. 

2014년엔 '서민 주거안정대책'으로 임대주택 8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밝히면서 소규모 토지소유자 등이 참여하는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모델'을 시범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밖에도 인천의 사회적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누구나 집' 등 전국 곳곳에서 협동조합형 임대주택사업이 추진돼 왔는데요. 

국내 최초 협동조합형 아파트인 경기도 남양주시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비영리 목적의 사회적협동조합·491가구)의 경우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을 주민이 직접 운영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그야말로 이상적인 '공동체 마을'로 운영되고 있죠. 

협동조합형 민간임대 사업 절차./그래픽=비즈워치

또다른 지주택?…'조심 또 조심해야'

취지만 봤을 땐 참 이상적인 주택인데요. 안타깝게도 성공 사례보다는 피해 사례가 훨씬 많습니다. 사업 구조상 불가피한 허점이 많거든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의 사업 구조를 보면 '원수에게도 권하지 않는다'는 지역주택조합사업(지주택)과 비슷합니다.

지주택 역시 조합원들이 모여 조합을 설립한 뒤 토지를 매입해 아파트를 지은 뒤 싼 값에 집을 취득하는 방식인데요.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이 조합원이 돼서 주택 사업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전문성 부족, 사업 지연 등에 따른 피해를 보기 쉽습니다. 

지주택은 그동안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끊임없이 있었던 데다 규제도 생기면서 전보다는 빈틈이 줄었는데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은 여전히 토지 소유권 확보와 건축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깜깜이' 상태에서 조합원 모집에 나서는 등의 문제점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피해 사례가 끊이질 않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0년 5월27일부터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사업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조합원의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게 관련법 개정안을 시행했는데요. 

개정안에 따라 30가구 이상의 민간임대주택을 조합원에게 공급할 목적으로 설립된 협동조합이나 협동조합 발기인이 조합원을 모집하려는 경우 관할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신고하고 공개모집 방법으로 조합원을 모집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업 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 홍보를 하거나 건축심의 인가 전에 분양하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죠. 

또 주택 건설 대지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사용권을 확보해야만 조합원 모집이 가능한데 이 요건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과장 홍보하며 조합원을 모집하기도 하고요. 

만약 이런 상태에서 조합원으로 가입했다가 사업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가입비, 투자금 등의 반환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어 조합원들은 주택은 고사하고 돈과 시간만 허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사업에 가입할 때는 좀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협동조합이 사업 주체가 되는 만큼 전문성이 떨어져 리스크 관리가 안 된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며 "아울러 소유주가 있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행하는 일반 개발 사업에 비해 사업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불안 요소"라고 봤습니다.

이어 "분양 전환이 된다는 점에서 사업이 잘만 진행되면 이득이지만 지주택처럼 확률 싸움인 만큼 최대한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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