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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착한 임대인' 사라지면 전셋값 껑충 뛸까?

  • 2024.06.07(금) 06:36

보증금 5%만 올리면 '2년 거주' 요건 면제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장특공제 등 부담 줄어
연말까지 시행…제도 일몰 땐 전세시장 '자극'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이 만 4년을 맞고 있다. 억눌렸던 전셋값은 이 영향으로 최근 더 꿈틀대고 있다. 갱신 계약으로 4년간 살던 세입자가 방을 빼고 나면 올해 하반기엔 더 비싼 전세매물이 쏟아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저렴하게 전세를 놓는 집주인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상생임대인' 제도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가 사라지면 전셋값 상승 흐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상생임대인 제도의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강남 아파트 사들인 지방 사람들…'상생임대'가 비결?

상생임대인은 임대료를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 올린 '착한' 임대인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 2022년 6월 발표한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에서 상생임대인 혜택을 확대해 같은 해 8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상생임대인이 되면 조정대상지역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및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할 때 필요한 실거주 2년 요건이 면제된다. 다주택자라도 상생 계약 후 양도 직전까지 1주택자로 전환한다면 똑같이 적용된다.

2021년 12월20일부터 올해 12월31일까지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맺거나 기존 임차인과 갱신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대상이다. 직전 계약은 1년 6개월, 상생 계약은 2년 이상 임대해야 한다. 

상생임대인 제도 /그래픽=비즈워치

이때 임차인은 달라져도 되지만 임대인은 같아야 한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에 따른 계약도 인정된다.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로 손바꿈이 있었다면 임대인이 달라지는 걸로 간주한다.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러 신축 아파트를 매수한 경우도 직전 임대차 계약이 없기 때문에 제외된다.

당시 정부는 "임대차 가격의 인상 자제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기한이 만료하는 임차인은 신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가격 상승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 또 "임대인이 양도세 실거주 요건 충족을 위해 불필요하게 자가로 이주하고 연쇄적으로 임차인이 퇴거하는 불가피한 상황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거주 2년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 큰 장점이다. 특히 타지역 주택을 매수하는 집주인들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예를 들어 지방 거주자가 상생임대를 활용하면 조정지역인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및 용산구의 아파트를 샀다가 양도할 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중 외지인 매입 비중은 지난해 24.6%로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고 집값이 더 오를 거란 인식에 따라 투자 성향이 강한 지방 사람들이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외지인 매입 비중이 24.6%로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료=경제만랩 제공

시세 맞춰 전셋값 올리면…세입자는 '울며 겨자먹기'?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생임대인 제도의 적용 기한은 올해 12월31일까지다. 연말에 일몰이 도래하는 가운데 전세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임대인은 계약갱신청구권 탓에 4년간 올리지 못한 전셋값을 시세대로 맞추려고 하는 반면에 임차인은 가파르게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생임대가 사라진다면 임차인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 세입자 입장에선 지금 보증금으로 새 전셋집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린다고 하면 어쩔 수 없으니 잘 상의해서 더 사는 게 낫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상생임대인 제도가 본격적인 효과를 내려면 적용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근 전셋값 오름세가 지속되는 만큼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해 상생임대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상생임대인 제도가 일몰되면 저렴하게 임대할 유인 자체가 사라진다. 특히 실거주할 수 없는 외지인은 가격을 많이 올리는 게 투자수익률 측면에서 이득일 수밖에 없다"며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상생임대 수요가 본격적으로 많아질 텐데 여기서 중단시키면 전셋값을 크게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은 "만약 상생임대인 제도가 일몰된다면 새로운 임차인을 받을 때 시세에 맞춰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게 당연해질 것"이라고 봤다.

오 회장은 "실제 일몰 여부는 연말에 결정될 텐데 아마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며 "7월말께 세법개정안이 나오면 연장할지, 끝낼 건지 하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단 올해 말까지로 규정된 상황"이라며 "일몰 조항에 대해선 추가 검토될 수 있는데 아직 논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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