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대전 등 지방에서 지역 내 '역대 분양 최고가'가 바뀌었다. 주거상품 고급화도 원인이지만 높아진 금리와 건설 원자잿값 인상, PF 대출 냉각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분양이 많은 대구나 입주 폭탄이 있었던 인천 등에서는 2~3년 전 세워진 최고 분양가를 넘지 못하고 있다. 분양시장도 지역별 온도차가 크다는 의미다.
3일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의 조사(5월23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6곳에서 올해 지역 내 민간아파트 분양가가 3.3㎡(1평)당 최고가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를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 가격이다.
올해 분양가 최고가를 경신한 지자체는 △서울 △부산 △대전 △충북 △충남 △전북 등이다. 서울은 1월 광진구 광장동의 '포제스한강'이 평당 1억3771만원에 분양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가는 민간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평당 6831만원)였다.
부산도 올해 1월 분양 최고가가 바뀌었다. 수영구 민락동 '테넌바움294Ⅱ' 단지가 평당 6093만원에 나왔다. 같은 시기 분양한 '테넌바움294Ⅰ'이 3624만원에 선보이며 역대 부산 1~2위 분양가를 기록했다.
대전은 지난 4월 분양한 유성구 봉명동 '유성하늘채하이에르'가 평당 2452만원으로 지난해 8월 공급한 서구 탄방동 '둔산자이아이파크'(평당 2033만원) 보다 평당 419만원 높은 가격에 선보였다.
충북은 청주시 서원구 '힐스테이트어울림청주사직'이 평당 1416만원에 공급, 지난해 9월 청원구 오창읍 '더샵오창프레스티지(평당 1413만원)' 보다 소폭 인상한 가격에 분양했다.
충남은 2월 천안시 서북구 '힐스테이트두정역'이 평당 1593만원에 공급됐다. 지난해 12월 보령시 '보령엘리체헤리티지'(평당 1492만원)보다 101만원 비싼 가격이다.
전북은 2월 분양한 전주시 완산구 '서신더샵비발디'가 평당 1537만원에 분양하며 지난해 7월 전주시 덕진구 '에코시티한양수자인디에스틴'(평당 1311만원) 보다 226만원 상승했다.
금리 및 자재비 인상을 비롯해 분양가 규제 완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난해 1분기 대규모 규제 지역이 해제되면서 분양가 간접 통제 수단이 약화된 이후 지역 내 최고 분양가 경신 여부는 인근 지역 아파트 분양가 책정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전국 신규 분양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568만3000원(3.3㎡당 187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484만4000원) 대비 17.3% 오른 수준이다.
반면 나머지 11개 지자체에선 연내 신규 분양이 과거 최고 분양가를 넘지 못했다. 지역 내 미분양 적체와 청약 수요 감소, 신규 공급 저조 등으로 분양가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는 올 3월 기준 9814가구의 미분양을 떠안고 있는 만큼 올해 최고 분양가를 경신하지 못했다. 3월 수성구 범어동에 분양한 '범어 아이파크'는 평당 3166만원에 책정돼 2022년 4월 분양한 수성구 만촌동 '만촌자이르네'(평당 3507만원) 보다 341만원 낮은 가격에 공급했다.
지난해 약 4만 가구의 입주 폭탄이 떨어진 인천은 2021년 11월 분양한 연수구 송도동 '송도자이더스타'(평당 2673만원)가 2015년 이후 지역 내 분양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함 랩장은 "중대재해처벌법 등 건설안전비용 상승과 인건비 증가, 건자재 가격 인상 등 분양가 상승을 자극하는 외부 여건이 산재한 상황 속 분양사업지의 입지 가치와 호재가 버무려지며 지역 내 최고 분양가 경신이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분양가 규제가 낮은 곳에선 주변 아파트 시세에 얼추 맞추거나 높은 분양가에 공급하더라도 분양이 잘될 거라는 공급자의 인식도 있다"며 "청약 수요자는 지역별 분양 시장의 공급과 수급, 청약경쟁률 등을 두루 살펴 청약통장을 사용할 분양 사업지의 분양가 적정성을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