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처음 도입한 '공사비 연동형' 신축매입임대 기준이 수도권 100가구 이상에서 50가구 이상으로 확대됐다. 공사비 조정률도 일률 적용에서 추정가격에 따라 조정률을 차등 적용키로 했다. 서류심사 과정에서 진행하던 탁상감정평가도 뺐다.
'공사비 연동형' 등 신축매입임대 사업의 주요 기준이 자주 변경되는 탓에 사업자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민간 신축 매입임대'를 주택 공급부족 해결책으로 내놓으면서 과도한 물량 부담과 준비 부족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50가구 이상' 확대, 120% 재심의 삭제
LH가 민간에서 건축 예정이거나 건축 중인 주택을 사전에 매입하기로 약정을 체결, 준공 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
▶ 공사비 연동형 매입
매입가격을 기존에 토지와 건물을 합해 감정평가로 산정하는 방식에서 토지는 감정평가로, 건물은 신축시 소요되는 건설원가에 물가연동률을 반영해 합한 가격으로 산정하는 방식. LH는 민간 사업자가 선정한 건설원가를 외부 원가산정 기관에 검증을 거쳐 적정 건설원가로 결정 후 협상 진행.
▶ 탁상감정평가
직접 현장에 나가지 않고 위성지도나 로드뷰 등 지적 내용이나 주변 가격 등 관련 자료만을 검토해 예상 금액 수준을 간단히 검토하는 감정평가 방식.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 1일 '건물공사비 연동형 민간 신축 매입약정 방식 매입 사전 공고(이하 매입공고)'에서 건물공사비 연동형 적용 대상을 '수도권 100가구 이상'에서 '50가구 이상'으로 변경했다. 기존 신청 접수건 중에서도 착공 전일 경우 소급해 공사비 연동형 방식 적용이 가능하다.
매입 가격에 상관없이 건축·기계·토목·조경공사는 91%, 전기·통신·소방공사는 85%로 일률 적용했던 공사비 조정률도 세분화했다. 추정가격이 100억 이상 500억 미만의 경우 기존 기준대로 적용한다. 추가로 추정가 △10억~100억 미만 △500억~1000억 미만 △1000억 이상으로 나눠 적용률을 80%대 수준으로 미세 조정했다.
또 서류심사 과정에 포함됐던 탁상감정평가를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차후 공사비에 연동해 적용할 매입가격 관련해 1차적으로 나온 '탁감금액 대비 건축계획 변경 등으로 호당 매매예정금액의 120% 이상 상승할 경우 재심의 한다'는 내용도 없앴다. 탁감을 없애면서 가격산출 재심의 기준이 사라진 것이다.
해당 내용이 설계변경 등 차후 공사비 산정 부분에 공고돼 있어 가격산정 기준을 두고 혼란을 야기한 데다, 실효성이 낮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되면서 지난달 초 폐지하기로 했다.
매입임대주택은 매입가격을 놓고 지속적으로 논란을 빚어왔다. 지난해 LH가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고가매입 논란이 일어 매입가격을 '원가 이하'로 조정했다. 이후 매입실적이 크게 줄어 다시 현실화했지만 업계에서 '손해 보고 팔라는 거냐'는 불만이 나오며 저조한 실적이 이어졌다. ▷관련기사: LH 매입임대주택, '원가 이하로 매입' 가능할까?(2023년 4월17일)
올해 '공사비 연동형'이 새롭게 도입된 건 이 때문이다. 당초 수도권 100가구 이상 주택에 한해, 실제 건물설계 품질 및 투입비용 검증 등을 통해 민간업체 사업비를 가격에 적정하게 반영하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건설원가에 물가연동률도 적용한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의 요구와 불만이 여전히 많았던 탓에 LH는 기준을 수정했다. 이달 들어 공사비 연동형 기준을 확대(100가구→50가구)한 것이다. 더욱이 기존 감정평가 방식은 설계품질이 낮아도 가격과 차이가 없어 품질 상향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올해 추가된 과도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복안도 담겼다. 상대적으로 공사비 연동형이 물량 확보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LH 관계자는 "(기준 확대는)품질 문제를 비롯해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면서 "올해 목표물량이 많은 만큼 이를 채우기 위해 공사비 연동형이 더 유리하다고 본 점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공고 '오락가락'에 사업자들 혼란
문제는 LH가 이 같은 내용을 지난 1일에서야 공고문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앞서 6월4일 첫 공고가 난 날로부터 10월25일까지 총 4번의 사업 공고를 냈지만 중간에 변경된 정정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탁상감정평가 폐지는 10월 초 이미 폐지하기로 결정했지만 10월25일 사업공고에도 여전히 포함돼 있었다.
LH는 공고에 반영되지 않은 정정 내용을 일일이 신청자에게 연락해 별도로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개중에는 변경 내용을 안내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변경 기준 및 절차에 매매예정금액이 120% 이상 상승시 재심의 한다는 내용이 있어서 공사비 상한이 120%까지라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해당 내용은 현재 삭제됐다.
LH 관계자는 "변경된 내용들이 많아 공고문에 다 반영하지 못했다"며 "모아서 추후에 일괄적으로 반영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혼돈의 신축매입임대]②업무도 재무도 LH는 과부하'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