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은 한국은 1981년 주택기금(현 주택도시기금)을 설치했다. 주택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금융지원 방안이었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명시된 설치 목적은 주거복지 증진과 도시재생 활성화다. 이에 걸맞게 주택도시기금은 지난 40여년간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구원투수로 기능해 왔다.
주택도시기금은 청약저축과 국민주택채권 등으로 자금을 조성해 국민주택 및 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주택사업자에게 자금을 지원한다. 주택을 구입 또는 임차하고자 하는 개인 수요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주택도시기금의 총자산은 220조7528억원, 부채는 189조935억원으로 순자산은 31조6953억원 규모다.
"주택 3분의 1, 주택도시기금 덕분"
이러한 주택도시기금을 구성하는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기금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약 2837만좌에서 지난해 2705만좌로 133만좌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주택도시기금 신규 조성액도 약 117조원에서 95조원으로 2년 새 21조원 넘게 줄었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0회 국제주택도시금융포럼'에서는 "그렇다면 주택도시기금의 앞날은 어떨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논의도 이어졌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뚜렷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회·인구·경제 등 환경 속에 보완해야 할 역할을 고민하고, 그 한계를 넘어설 대안을 모색하자는 차원에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주택도시기금은 K-푸드, K-드라마에 이은 기념비적인 제도"라며 "청약저축을 통해 기금을 형성해 주택의 공급과 수요, 자금을 연계시키는 창의적인 제도"라고 강조했다.
남영우 나사렛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시장 환경의 변화와 주택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주택도시기금은 저소득층에 대한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공공자금은 도로, 항만 등 기반 시설에 투자해야 했기 때문에 정부 지원보다는 경제성장기의 개발이익과 소득 증가를 기반으로 기금이 조성됐다"며 "지난 40년간 공급된 전체 주택 중 30% 이상이 기금의 지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환위기 이후 저소득층의 주거 문제가 심각해지자 임대주택을 짓거나 수요자에게 직접 임차 자금을 지원했다"며 "국가적 위기 때마다 기금이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청약저축 의존 벗어나 '리츠' 대안
기금의 역할이 어떻게 분산돼야 할지도 고민이다. 공공임대 주택공급에서의 보완은 '리츠'를 통한 민간투자 확대가 해결책으로 꼽힌다. 리츠(REITs)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간접투자기구다.
현재는 임대사업자가 리츠를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하고자 주택도시기금의 출자를 신청하면, HUG가 출자심사 및 사후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HUG는 공모 등의 방식을 통해 리츠를 활용한 민간임대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김균태 HUG 박사는 "청약저축은 신규 아파트 분양을 위해 의무 가입해야 하고, 국민주택채권은 부동산 거래에 따른 등기 시 의무 매입해야 하는 만큼 주택도시기금 조성에 강제성이 존재한다"며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강제성이 수반되는 만큼 시장에만 전적으로 맡기지 말고 공공이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승한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리츠는 투자자와 투자자산을 연결하는 운영자 기능을 한다"며 "주택개발이나 건설 완공 이후엔 리츠가 일종의 부동산 관리주체로서 역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츠 내 주택도시기금과 건설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함으로써 주택공급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영우 교수 역시 "리츠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민간임대주택 유형을 개발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등록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청년층과 고령층에 적합한 주거 서비스를 포함한 주택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