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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금융 앞날은]①공급 '지렛대'지만 집값 '부메랑'

  • 2024.12.24(화) 06:36

HUG·HF, 운용-지원 두 축…주택보급률 높였지만
'주택의 금융화'로 집값 뛰게 해 지역·세대 양극화
"양적공급 성과…질적 향상은 과제"

정부는 주택도시기금의 운용과 관리를 통해 서민 주거 안정을 지원해 왔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와 주택·도시환경 속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중심으로 한 주택도시금융 시스템 구축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점점 심해지는 주거 양극화 속에서 주택도시금융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다양한 각계 의견을 최근 열린 포럼을 기반으로 자세히 짚어봤다. [편집자]

주택금융 지원은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내 집 마련 및 전월세 자금을 지원·보증하고, 서민 주거 안정 지원을 위한 공적 자금을 조성하는 주거복지 정책 사업이다. 주택도시기금을 운용·관리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의 장기적·안정적 공급을 지원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대표적인 기관으로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30년이 넘는 주택금융 역사 속에서 우리 주택시장은 양적 공급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 72%에 불과했던 주택보급률은 2022년 102%로 상승했다. 주택 수 역시 연평균 40만가구 증가해 2020년 2200만가구에 이르렀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면서 양극화가 심해졌다. 2022년 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2010년 6.9%에서 2022년 9.3%로 급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만 40세 이하 청년층의 자가 보유율은 34.2%에서 26.4%에서 급락했다. 주택금융은 주택시장의 양극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청년층 자가보유율 하락…짧은 임차기간 우려도

"의식주 가운데 '주(住)'는 개인의 힘만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고가의 재화이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양적인 주택보급률 100%를 달성한 실적을 갖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저출생으로 인한 경제 규모 축소, 수도권-지방의 격차, 도시 내 번성-소외지역 간 격차 등 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0회 국제주택도시금융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엔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 금융기구 담당자를 비롯해 세계 17개국 정부·공공기관 정책담당자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포럼 발제자들도 주택금융의 역할에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남영우 나사렛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자기 집을 갖기 어려워지자 청약통장을 해지하기에 이르렀다. 2021년 이후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지속 감소하는 건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주택도시기금을 조성하는 주요 항목인 만큼 향후 기금 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거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한 지적에서는 주택 임대차 시장의 80%가량을 민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 언급됐다. 이 가운데 등록 임대사업자는 22%에 불과하다. 남 교수는 "미등록 임차 주택이 (민간 임대차주택의) 7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 경우 임차 기간이 4년으로 짧아 청년, 고령 무주택자 등 임차인 보호가 어렵다"고 봤다.

또 다른 발제자 스티븐 말페찌 위스콘신대 명예교수는 "최근 미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에서 주택금융은 통합과 양극화에 모두 기여했다. 주택을 소유하지 않으면 부의 분배 측면에서 형평성이 떨어진다"며 "저소득 가계에 무작정 대출하는 게 아니라 각국 상황에 맞는 올바른 방식으로 대출을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2년 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2010년 6.9%에서 2022년 9.3%로 급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40대 이하 청년층의 자가 보유율은 34.2%에서 26.4%에서 급락했다. /자료=남영우 교수

한은 "DSR 규제 강화로 투기수요 막아야"

이어진 패널토론에선 '주택의 금융화'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한국주택학회 회장)는 "과거에 비해 많은 돈을 저리로 빌릴 수 있게 됐지만 주택자산 격차가 심화하면서 불안이 커졌다. 금융 확장이 양극화를 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물자산인 주택이 주식, 비트코인 등 금융자산처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금융화'된 상황"이라는 점을 짚었다. 이어 "지난 30년간 금융 문턱이 낮아지며 보편화, 민주화가 이뤄졌지만 그에 비해 자가 소유율은 오르지 않아 50%대 머물러 있다"며 "금융이 수요를 보태주는 지렛대 역할이 과다해져 국내총생산(GDP) 대비 감내할 만한 부채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서평석 한국은행 금융안정기획부장 역시 "주택가격 상승이 저소득층의 주택 소유 기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인구와 경제활동이 더욱더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상을 낳아 부의 양극화도 촉진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주택금융의 성장이 투기수요를 자극한 측면이 있다. 과도한 차입에 따른 부채 상환 부담으로 가계소비가 압박돼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으로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봤다.

지속 가능한 주택금융을 위해 실수요를 지원하고 투기수요를 억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폈다. 서 부장은 "정부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계속 강화하고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이 출산율 제고와 고령화 대비 등 다양한 정책 목표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주택도시금융포럼 /사진=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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