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들을 기착지로 현대글로비스가 실어나른 ‘부(富)’의 최종 도착지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외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다.
정 회장 부자(父子)가 자투리 돈으로 만든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 등 계열사들의 풍족한 일감을 바탕으로 어느덧 시가총액 6조여원을 자랑한다. 눈부신 기업가치 상승은 정 회장 부자의 부(富)로 이어졌다. 특히 정의선 부회장이 쥐고 있는 2조여원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든든한 재원이 되고 있다.
◇4년만에 안긴 1050억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2월 설립된 한국로지텍이 전신이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각각 40%, 60%씩 액면(5000원) 출자로 12억5300만원에 만들어졌다. 이후 2001년 3월 12억5000만원, 2002년 7월 24억9700만원 추가 증자를 실시했고, 역시 동일비율대로 액면출자가 이뤄졌다. 정 회장 부자가 들인 자금은 각각 20억원, 30억원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태생적으로 그룹 내부시장(Captive Market)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어 설립 초기부터 탄탄대로를 달렸다. 동서다이너스티로부터 완성차 물류부문을 가져와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현대글로비스는 설립 첫 해 198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93.6%가 계열사 일감이었다. 이후 2003년 06월 오토에버의 자동차 경매 부분, 09월에는 성우의 물류 부문을 양수한 뒤로는 계열사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파죽지세의 외형성장을 지속했다.
정 회장 부자에게는 불과 4년이 채 안돼 차익실현의 기회가 찾아왔다. 2004년 11월 당시 120만주(40%), 180만주(60%)를 보유중이던 정 회장 부자가 25%(750만주)를 노르웨이 해운업체 빌헬름센에 주당 1만4170원씩 받고 판 것. 80.6%의 계열사 일감 덕에 매출 9028억원(2004년 결산)으로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을 때다. 정 회장 부자의 주당취득단가가 1670원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매각으로 105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게다가 현대글로비스는 2005년 12월 증시 상장을 계기로 정 회장 부자의 재산증식의 지렛대로서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다. 그간 편법 재산증식이란 비판에 직면하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정 회장 부자에게 현대글로비스는 부를 축적하기 위한 통로로서 여전히 높은 효용가치를 갖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상장 당시 28.1%(1055만주·2005년 10월 액면분할 5000원→500원 반영) 지분을 보유중이던 정 회장은 2006년 비자금 사건 당시 약속한 8400억원 사재출연의 일환으로 2007~2009년 및 2011년 4차례에 걸쳐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에 11.7%(440만주)를 증여했다. 또한 경제개혁연대 및 소액주주 등이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법원이 정몽구 회장에게 826억원을 현대차에 지급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2011년 3.8%(142만주)를 대물변제했다. 아울러 1.1%(41만주)를 시간외매매를 통해 현대차에 매각했다.
7년전에 비해 축소되기는 했지만 정 회장은 여전히 11.5%(432만주)나 되는 지분을 소유중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현재 17만3000원(11일 종가)이다. 정 회장이 7500억원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 10일 발표된 감사원의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세(稅) 부담 없는 부의 무상이전을 효율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한 2004년 부터 2011년까지 현대글로비스로부터 311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축적한 정 회장의 재산이라는 것도 정 부회장과 비교하면 오히려 초라하다. 빌헤름센에 지분을 매각한 후 지분 31.9%(1195만주)를 계속해서 소유하고 있는 정 부회장은 현재 2조660억원의 평가차익을 내고 있다. 2004~2011년 받은 배당금은 508억원이다.
◇경영권 승계 든든한 재원
현대글로비스는 2012년 매출 9조2700억원을 기록, 1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설립 12년만에 46배로 불어난 셈이다. 계열사들에 의존하는 매출구조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계열매출 비중이 83.9%에 이른 가운데 최근 5개년 평균 85.9%를 기록했다. 수익성 역시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잠시 주춤했던 지난 2006년을 제외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매년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각각 4229억원, 4061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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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현대글로비스를 대표적으로 거론하며 국세청이 증여세 완전포괄주를 운영하고 집행하는데 부적정하다고 지적한 것도 계열사 물류 관련 업무를 몰아주는 방법으로 간접적으로 정 부회장의 재산이 증식되고 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2007년 3~10월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심층조사에서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 거래에 대한 증여세 과세대상 여부가 불분명하고, 합리적인 증여액 산정이 곤란하다는 등의 사유로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사원은 현대차그룹에서 정 회장 일가가 전액 출자한 현대글로비스에 다른 업체가 수행하던 계열사 물류 관련 일감을 몰아주도록 하는 등 현대글로비스의 성장에 전반적으로 관여·지원함으로써 정 회장 일가의 재산가치가 증가했기 때문에 단순한 기회제공 및 정상적인 거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마디로 정 회장 부자에게 부를 이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