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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수 심상치 않다…IMF·금융위기級 징후

  • 2013.05.09(목) 15:13

1분기부터 세수부족 심각…지난해 경제부진 후폭풍

해마다 정부가 세수 실적을 발표할 때, 언론 헤드라인은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문구로 장식한다. 경제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개인이나 기업이 내는 세금도 이전보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세수는 전년 경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기업의 세금인 법인세는 전년 실적을 기반으로 신고 납부한다. 자영업자가 내는 종합소득세도 마찬가지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소비도 줄고 기업의 임금 상승률도 둔화되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나 근로소득세 세수에도 영향을 끼친다.

 

1990년 이후 연간 세수 실적이 전년보다 감소한 경우는 1998년과 2009년, 두 차례에 불과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1997년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의 이듬해였다.

 

올해 세수도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미 1분기 세수는 전년동기 실적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0%로 IMF와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198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벌써부터 경제부진 여파가 나타나면서 올해 세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 1분기 세수 8조 '증발'

 

국세청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3월 말까지 총국세(내국세+관세) 수납액은 47조42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세수 55조원보다 8조원 가량 줄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분기 평균 세수 진도비 27.0%를 적용하면 올해 세수 예상치는 174조원이다. 당초 정부가 짜놓은 올해 국세세입예산 216조원보다 42조원이나 모자라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 중 정부가 덜 걷겠다고 밝힌 세입예산 210조원에 비해서도 36조원 부족하다.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진도비였던 2009년 1분기의 25.6%를 적용해도 올해 거둘 수 있는 세수는 184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추경과 최저 진도비를 감안한 긍정 시나리오를 모두 짜내봐도 26조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걷은 세금 종류별로 따져보면 모자란 세수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정부가 가장 많이 걷은 부가가치세(56조원)와 소득세·법인세(각 46조원)에는 못 미치지만, 교통에너지환경세(14조원)와 관세(10조원) 규모를 훌쩍 뛰어 넘는다.

 

 


[출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 최상의 2007년, 최악의 2009년

 

1분기 실적 만으로 올해 세수를 가늠하는 것은 섣부를 수 있지만, 반전을 꾀할만한 요소도 마땅치 않다. 지난해 크게 주춤했던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전년 실적에 민감한 법인세와 종합소득세도 세수 전망이 어둡다.

 

2000년대 들어 세수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2007년과 최저였던 2009년을 되짚어보면 힌트를 찾을 수 있다. 2006년 당시 138조원이었던 세수는 2007년 162조원으로 17% 늘었다. 2007년 3월까지 걷은 세수는 42조원으로 진도비는 26.0%에 불과했고, 전년 경제성장률도 5.2%로 최고 수준은 아니었다.

 

당시 폭발적인 세수 증가는 부동산 정책이 한몫했다. 정부는 2007년부터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와 1세대2주택자 중과세를 실시한다고 발표했고, 시행 직전이었던 2006년말 부동산 거래가 크게 늘었다. 결국 일시적으로 양도세가 3조원 급증했다.

 

뜻밖의 세수 증가요인도 있었다. 2006년 말이 공휴일이어서 2007년으로 이월된 교통세수도 3조1000억원에 달했다. 2006년 기업들의 실적 호전으로 2007년 법인세가 전년대비 6조원 더 걷힌 점도 세수 증가의 한 축을 담당했다.

 

2009년은 전년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11년 만에 세수 감소를 겪었다. 2008년 167조3000억원이었던 세수는 164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법인세와 소득세가 각각 전년보다 4조원, 2조원씩 덜 걷혔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법인세·소득세율 인하)과 부동산 시장 위축, 저조한 기업실적, 고용 부진 등 세수 측면에선 총체적 난국이었다.

 

◇ 쓸곳은 많은데…비어가는 나라 곳간

 

올해 새 정부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세제를 대폭 완화했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웬만한 주택의 양도세는 전액 면제받을 수 있다. 아무리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져도 양도세수는 늘어나기 힘든 구조다. 지난해 거둔 양도세는 7조5000억원이었다.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도 저조했다. 유가증권시장 12월말 결산법인의 순이익은 65조원으로 전년보다 5조원 가량 감소했다. 그만큼 법인세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세수 여건은 호조세를 보였던 2007년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오히려 가장 저조했던 2009년에 가까운 모습이다.

 

지방 재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분기 지방자치단체들이 걷은 지방세 징수액은 9조252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301억원 줄었다. 최근 3년간 이어온 지방세수 증가세도 꺾일 징후가 보인다.

 

오히려 지난해 말 시행된 전면 무상보육 등 복지 수요가 늘면서 지자체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쓸 곳은 많은데 세수는 점점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조짐이다.


경기 회복을 통한 민간 소비 진작과 선제적 재정정책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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