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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전쟁]줘도 못 먹던 그들, 서울에선?

  • 2015.06.22(월) 09:30

'규모의 경제' 면세산업에서 중소기업 생존 관건
브랜드유치 어렵고, 리베이트 경쟁도 치열

시내면세점 신규특허를 따 내기 위해 서울에서만 대기업 7곳, 중소·중견기업 14곳이 달려들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불과 2~3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면세점을 둘러싼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위해 2012년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13개를 추가로 내주기로 했다. 기존에 시내면세점이 있는 서울, 부산,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마다 하나씩 신규로 면세점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 현재 서울시내 3개, 제주 1개 등 4개 특허로 사활을 건 전쟁이 벌어지는 것에 비하면 전국 13개 특허는 기업들에겐 놀라운 기회였다. 더구나 중소·중견기업 지원책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대기업은 참여조차 할 수 없었다. 중소·중견기업만을 위한 기회였다.

 

실제로 관세청이 특허신청을 받아본 결과 전국에서 27개 업체가 너도 나도 면세점을 해보겠다며 달려들었다. 지방의 호텔은 물론 도매업, 건설업, 제조업, 임대업, 백화점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지원자가 몰렸다. 관세청은 자격요건 등을 따져 2012년 말에 7개, 2013년 4월에 2개 등 총 11개 업체에 새로운 시내면세점 특허를 부여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신규특허 사전승인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면세점을 못하겠다는 업체들이 쏟아졌다. 4개 업체는 개업준비 과정에서 특허를 반납했고, 충남 지역 1개 업체는 특허 획득 이후에 1년 동안이나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해 결국 특허가 취소됐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알려진 그 귀중한 면세점의 기회를 그들은 왜 스스로 걷어찼을까.

 

# 해외 명품브랜드 없으면 필패

 

중소기업들이 면세점 사업 출발점에 서기도 전에 무릎을 꿇은 것은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면세산업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였다.

 

면세점의 주요 매출은 외국인들에 의해서 창출되고 그 대부분은 수입 유명브랜드가 차지한다. 실제로 한국을 찾는 해외여행객들의 상당수가 면세점에서 이른바 명품 화장품이나 가방, 시계 등을 구매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나 중소기업 제품을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자연스럽게 면세점의 성패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 유치에 달려 있는 셈.

 

관세청이 집계한 2013년 품목별 면세점 매출 순위를 보면 화장품이 36.1%로 가장 높고, 가방류 23.1%, 시계가 12.4%로 뒤를 이었다. 또 면세품의 원산지별 판매비중은 수입품이 77.4%로 국산품(22.6%)을 압도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 면세점 고객들은 해외 유명브랜드 화장품이나 가방, 시계를 구입한다는 것이다.

 

샤넬이나 루이비통 등 화장품이나 가방류 중 유명한 해외브랜드를 지방의 작은 면세점이 유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대기업 면세점인 롯데와 신라면세점 조차 해외 명품 브랜드 유치에 사활을 걸어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루이비통 회장이 내한할 때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비롯해 재벌가 오너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허를 따 내고도 1년이 넘도록 영업을 개시하지 못하다 지난해 특허권을 뺐긴 충남의 케이원면세점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 및 국내 유명브랜드 유치는 불가능했다"며 "소위 해외 명품브랜드들은 입점 자체를 거부했고, 국내 유명 화장품업체나 인삼업체 등도 매출 저조가 예상된다며 입점을 거부하거나 지나치게 불합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식이었다"고 회고했다.

 

# 리베이트 없이 장사 못하는 면세점

 

중소·중견기업이 면세점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면세점이 리베이트 산업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면세점은 해외여행객과 출국하는 내국인 여행객들만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관광객들이 와야만 영업이 된다.

 

때문에 여행사나 가이드에 뒷돈을 주고 여행객 모시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면세점업계 1, 2위인 롯데면세점이나 신라면세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이 리베이트로 지불한 돈은 2013년 1392억원에 이르고 2014년에도 8월까지만 1459억원이 넘는 돈을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리베이트 비용으로 썼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도 1180억원, 1153억원의 리베이트 비용을 치렀다. 2009년 이후 지난해 8월까지 국내 면세점업계가 리베이트로 지불한 돈은 1조1654억원이 넘는다.

 

홍 의원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면세점간의 과당경쟁으로 매년 리베이트가 급증하고 있다"며 "리베이트를 많이 준 대기업 면세점이 관광객을 싹쓸이하는 사이 지방의 중소면세점은 지방을 경유하는 단체 관광객도 뺏긴다"고 지적했다.

 

# 서울시내라면 좀 다를까

 

물론 2년 전의 실패는 지방에서 발생했다. 현재 14곳의 중소·중견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곳은 서울시내 면세점이다. 서울의 경우 관광인프라 등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도 브랜드 유치나 관광객 유치가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1개 신규특허에 14곳이나 몰린 이유도 이런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에서도 경쟁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은 이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면세점 시장 80%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번에 신규특허로 대기업 참여 면세점이 2곳이 더 늘어날 예정이다. 중소·중견 면세점은 서울에서의 성공이 정말 가능할까.

 

서울의 유일한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인 동화면세점 사례를 보자.

 

동화면세점은 한국 최초의 면세점으로 35년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성적은 초라하다. 국내 면세점 시장이 2010년 이후 200% 성장하는 동안 동화면세점은 매출이 50% 늘어나는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동화면세점의 2010년 영업이익은 95억원이었지만 2011년에는 82억원, 2012년에는 48억원으로 줄었고, 2013년에는 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면세점 시장 성장의 성과는 롯데면세점이나 신라면세점 등 대기업 면세점의 몫이었던 셈이다.

 

동화면세점이라고 노력을 하지 않은것은 아니다. 동화면세점도 2012년 202억원, 2013년 163억원, 2014년 8월까지 218억원의 리베이트 비용을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쏟아부었다.

 

지방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내라고 하더라도 대기업 면세점에 비해 영업환경은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브랜드유치나 관광객유치전에서 밀릴수밖에 없다"며 "중소·중견 면세점이라고 해도 사실상 중견급의 규모가 아니면 면세점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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