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직장인들이 연말정산이 입력해야 할 항목이 올해보다 더 많아진다.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 내역에 대한 항목이 추가되면서 내용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세금을 돌려받으려면 연말정산은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인데, 이처럼 항목이 늘어나고 과정이 번잡해지면서 연말정산 스트레스만 늘릴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초 연말정산 신고서에 입력하는 신용카드 항목은 12개로 올해보다 3개 늘어난다. 지난해 신용카드 입력 항목이 5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사이 7개가 증가하는 셈이다.
신용카드 입력 항목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는 정부의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공제 확대 정책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직장인의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사이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경우, 소득공제율을 30%에서 50%로 올리는 세법 개정안을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 추가되는 항목은 ▲2015년 상반기 본인의 추가공제율 사용분 ▲2015년 본인의 신용카드 사용액 ▲2015년 하반기 본인의 추가공제율 사용분 등 3개 항목이다. 지난해에도 소비 진작을 위해 같은 내용의 정책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시행될 예정이다.
체크카드 등 공제가 한시적으로 확대되면서 올해 초 연말정산에서는 대혼란이 발생했다. 직장인들은 전통시장과 대중교통비 사용 내역을 따로 입력해야 했고, 본인의 추가공제율 사용분을 입력하는 항목들까지 추가로 생기면서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내년에 입력 항목들이 더 늘어나면 직장인들은 연말정산 신고서 작성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재부 세제실은 느긋하다. 입력 항목이 늘어나지만 직장인들이 크게 신경쓸 일은 없을 거라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이번 연말정산부터 신용카드 공제액을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라며 "근로자가 12가지 항목을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세청이 전체 근로소득자에 대한 12개 사용액 항목을 관리하는 부담이 있고, 신용카드사도 과세당국에 통보하는 정보가 많아져 납세협력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의 생각도 기재부와는 다르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재위는 "납세자 입장에서도 공제금액 규모를 스스로 계산하거나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세법이 복잡해진다"며 "연말정산과 소득세제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절차가 번잡해질 뿐 실제로 직장인들이 받는 혜택은 미미하다는 분석도 있다. 연봉의 30%를 체크카드로 사용하는 직장인이 급여의 5%를 하반기에 추가로 소비한다고 가정하면, 총급여 3000만원인 직장인이 환급받는 세액은 1만8000원에 불과하다. 총급여 5000만원 직장인은 7만5000원, 총급여 7000만원 직장인은 16만8000원의 세액을 환급받게 된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절세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기재위는 "정부가 의도한 소비활성화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저축 감소를 유발해 장기적인 소비 여력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며 "세법을 심사하기도 전에 소급 적용을 발표해 민간의 기대를 형성시키고, 국회에 호소하는 방식도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