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M&A 법률자문 분야 톱10 법무법인(로펌)의 절반은 외국 로펌으로 나타났다. 외국 로펌은 외국법자문사법 규제 등을 받고 있지만 오랜 경험을 무기로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는 모양새다.
4일 아시안리걸비즈니스(ALB)에 따르면 1분기 국내 M&A 법률자문 분야 톱10 로펌에 오른 해외 로펌은 5곳으로 총 3억450만달러 규모의 거래를 이끌었다.
같은 기간 토종 로펌 5곳이 낸 성적(140억2810만달러)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아직 국내 법률시장 개방이 초기 단계임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성적이다.
# 세계 10대 로펌 '클리포드 챈스' 두각
지난해 기준 13억5000만파운드(한화 약 2조원) 매출을 낸 영국계 로펌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는 가장 주목 받는 곳이다. 국내 법률시장은 3조원을 조금 웃도는 규모다. 클리포드 챈스의 소속 변호사는 3400여명에 이르며 세계 26개 국가에 현지사무소 총 36개를 두고 있다.
클리포드 챈스는 국내에도 일찌감치 진입했다. 2012년 M&A 전문 김현석 변호사를 주축으로 한국에 들어 온 클리포드 챈스는 법무부로부터 외국법자문사 설립인가를 받기 전부터 30년 넘게 한국 고객들과 일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 진입한 다른 해외 로펌들에 견줘 현지화가 잘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초에는 외국 로펌 가운데 최초로 2016년 퇴직공직자 취업제한대상 법무법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매출 상위권 로펌과 세무법인은 어디?
로펌의 한국 진출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략에 따라 이뤄졌다. 클리포드 챈스는 지난해 매출 총 13억5000만파운드 가운데 15%(2억500만파운드)를 아태 지역에서 일으켰다. 이는 전년대비(1억9500만파운드) 5% 더 늘어난 수준이다. 이 기간 로펌의 전체 매출이 0.7%(900만파운드) 줄어든 것과 상반된다.
지난해 클리포드 챈스가 국내 M&A 법률자문 시장에서 낸 주요 성과는 11억달러대 포스코건설 지분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매각 자문 건이다. 이 같은 크로스보더 M&A 법률자문은 클리포드 챈스 내 김현석 파트너 변호사와 M&A 전문 김치관 카운슬 변호사, 국제중재 전문 토마스 월쉬(Thomas Walsh) 카운슬 변호사가 맡고 있다.
# 프레쉬필즈 브룩하우스 데링거 주목
클리포드 챈스와 함께 공동 5위를 차지한 프레쉬필즈 브룩하우스 데링거는 영국·독일·오스트리아계 로펌 3곳의 3각합병을 통해 2000년 새로 출범한 초대형 로펌이다.
프레쉬필즈 브룩하우스 데링거의 3각합병 사례는 내년 법률시장 완전 개방을 앞두고, 규모화 작업을 숙제로 안고 있는 국내 로펌이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회사의 한국 업무 총괄은 폴 헤이스팅스 한국사무소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강원석 변호사가 지난해 3월부터 맡고 있다. 다만 아직 한국사무소를 따로 두고 있진 않다. 로펌 단위에서는 국내에서 김앤장 등 국내 토종 로펌과 우호 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통해 저변 확대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 밖에도 국내 각종 법조계 행사에 후원을 하거나 사회공헌(pro bono)을 강조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한편 오는 7월부터 허용되는 해외 로펌과의 합작법인 설립에 대해 국내 로펌업계는 아직 주저하는 분위기다.
현행 외국법자문법상 규제 규정 등을 고려할 때 "구성원이 될 변호사에게 메리트가 없다"는 게 이유다. 국내 대형로펌 관계자는 "현행법상 해외 로펌과 합작법인을 만들어 들어가 일하는 것은 같은 일을 하면서 이름만 길어진 로펌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