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재산을 숨겨놓고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은 자산가들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회사 사주들도 국세청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국세청은 15일 역외재산 은닉 혐의자 36명에 대해 일제히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말 역외재산 자진신고 기간이 종료된 이후, 사후검증을 통해 탈세 혐의자를 추려낸 것이다.
이번 조사대상자 중에는 지난 달 전세계를 뒤흔든 '파나마 페이퍼스' 조세회피 자료의 한국인 명단 중 일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이 공개한 역외탈세 수법에는 외국에 법인을 설립해 자금을 빼돌리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외국에 설립한 현지법인에 중개수수료나 용역대가 명목으로 가공 비용을 지급한 후, 사주가 자금을 가져가는 것이다.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에 투자 명목으로 송금한 후 손실 처리하거나, 사주 개인이 투자한 현지법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유출해 사주가 챙기기도 했다.
역외탈세 혐의가 적발되면 거액의 세금 추징은 물론, 검찰 고발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1월에도 국세청은 역외탈세 혐의자 30여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총 25건을 마무리짓고 2717억원을 추징했다. 역외탈세 조사 1건당 100억원이 넘는 세금이 추징된 셈이다. 이 가운데 고의적으로 세금을 탈루한 10건은 강도높은 범칙조사로 전환됐고, 현재까지 6건이 고발 조치됐다.
국세청의 역외탈세 조사는 점점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내년에는 미국과 스위스 등 전세계 101개국과의 금융정보 자동교환협정에 따라 국내 자산가들의 역외금융정보를 국세청이 수집하게 된다. 한승희 국세청 조사국장은 "앞으로 외국에 은닉한 재산은 반드시 국가간 공조망에 적발돼 역외탈세자들이 재산을 숨길 곳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