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온 사람은 고향이란 말만 들어도 마음이 짠해집니다. 고향은 `(친구들과)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이고, `(식구들과)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 도란거리는 곳`이어서죠. 이런 고향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있겠습니까.
#2008년 일본은 낙후한 고향을 살리자는 취지로 후루사토(고향) 납세 제도를 시행합니다. 고향을 돕기 위해 기부하면 기부금액 중에서 2000엔(2만원)을 제외한 금액을 주민세와 소득세에서 빼주는 방식입니다. 기부금을 받은 지자체는 감사의 표시로 기부자에게 답례품을 보내주는데요. 주로 소고기 장어 쌀 과일 맥주 등 지역특산품입니다. 일부 지자체는 가전제품 마라톤출전권 동물원이용권 등 이색 답례품도 보내주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지자체들이 더 많은 기부금을 유치하기 위해 답례품으로 상품권을 주는가 하면 기부금의 90%에 달하는 고가 특산품을 내놓는 등 경쟁이 과열되자 한도를 기부금액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정부가 고향세 도입 의사를 밝히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무르익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종합해 보면, 재정자립도가 20% 미만인 지자체에 10년 이상 거주했던 사람이 고향을 위해 기부금을 내면 1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고, 기부금을 10만원 넘게 낸 사람에게는 지자체가 소정의 답례품을 주는 방안이 유력해 보입니다.
#고향세가 도입되면 지자체는 없던 세수를 확보하게 돼 길도 넓히고 다리도 놓고 경로당도 지어줄 수 있겠죠. 고향마을 친지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겁니다.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면 지역 농민들의 살림살이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답례품으로 감자나 옥수수를 받은 기부자가 고향의 맛을 잊을 수 없어 추가로 주문하는 경우도 생기겠죠.
#고향세가 고향을 살찌우려면 기부금의 쓰임새를 명확히 해두고 사용처도 투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고향세를 공무원 월급 주는데 쓴다면 기부할 마음이 생기지 않겠지만 그 돈으로 고향 마을에 원두막이라도 짓는다면 기부할 마음이 동할 겁니다. 지역 특색에 맞는 답례품을 고르는 정성도 필요합니다. 바닷가가 고향인 사람에겐 해산물을, 산촌이 고향인 사람에겐 산나물을 선물하는 게 좋을 겁니다. 어릴 적 먹어 본 음식이라야 추억을 자극할 수 있고 다시 사 먹을 생각도 나겠죠.
#국회가 논의를 빠르게 진행한다면 내년 설엔 고향 어르신들에게 고향세를 선물할 수 있을 겁니다. 아 참! 고향에 기부하려면 하는 일이 잘 돼야 할텐데 그게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