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
국세청이 지난 8월 SK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에게 편지 한통을 보냈다. 발신자는 종로세무서 재산세과, 수신자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34층 최태원이다.
최태원 회장은 무슨 사연으로 국세청의 편지를 받은 걸까. 비즈니스워치는 12일 국세청과 SK, 법조계를 통해 통지서 배달 사실을 확인하고 그 내용을 파악해 봤다.
# 왜 SK서린빌딩으로 배달됐나
세무서 재산세과는 법인이 아닌 개인의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및 증여세 세원관리와 세무조사를 담당한다. 그런데 세무서의 편지는 최태원 회장의 자택이 아닌 SK 본사로 배달됐다. 왜일까.
최 회장은 2015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한남동으로 이사를 했다. 하지만 SK법인 등기부등본을 보면 최 회장의 현 주소는 자신의 업무공간인 종로구 서린동의 서린빌딩 34층으로 돼 있다.
이는 최 회장의 별거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은 부인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과 오래 전부터 별거중이다. 2015년 출소 직후에는 혼외자 사실까지 공개하며 이혼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사적인 거주지의 주소 공개를 꺼렸을 가능성이 크다.
# 무슨 세금일까
종로세무서 재산세과가 보낸 행정우편봉투에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경정청구에 대한 일부인용 및 거부처분통지서가 담겼다. SK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이익에 대한 증여세와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SK C&C는 SK와 합병하기 전 SK그룹의 일감으로 전체 매출의 64% 이상을 올렸다. 2013년 기준 최 회장의 SK C&C 지분은 38%에 달했는데 이와 관련한 증여세만 70억원을 넘는다.
SK C&C가 SK에 흡수합병되면서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한 추가적인 세금 이슈에서는 벗어난 상황이지만 과거 납부한 세금 문제가 최근까지 끝나지 않은 셈이다. 증여세는 납세자가 자진해서 신고납부하는 세금인데, 최 회장측이 이미 낸 세금이 잘못됐다며 억단위의 환급을 요청했으나 국세청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납세자의 경정청구에 대해 거부처분을 내린 이후에는 납세자가 이 행정처분을 근거로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 왜 경정청구서를 냈나
최 회장이 경정청구를 요청했다는 것은 최초의 세금 신고에 무엇인가 실수나 잘못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진신고하고 납부한 세금이지만 다시 따져보니 과다하게 냈으니 돌려달라는 게 경정청구다.
그런데 국세청이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제대로 납부 했으니 돌려줄 세금이 없거나 있더라도 최 회장이 요구한만큼 많지 않다는 얘기다.
대기업 오너와 같은 자산가들은 직접 세무대리를 하는 경우가 없다. 개인 세무대리인이나 법률대리인이 세무업무를 대신한다.
최 회장과 SK그룹은 오래 전부터 주로 김앤장법률사무소를 법률대리인으로 썼는데 2013년 횡령혐의로 구속된 후 1심 재판에서 패소하자 법률 대리인단을 김앤장에서 태평양으로 교체했다. 이후에는 다른 대형 로펌에 법률대리를 분산해 맡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