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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 바뀐 신세계까사, 재매각설 나오는 이유는

  • 2021.12.16(목) 12:49

이커머스·M&A 전문가 최문석 대표 선임
'규모' 키워 비싸게 매각 vs 포기하기 아깝다

최문석 신세계까사 대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세계까사(구 까사미아)의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체 제조공장이 없다는 한계와 함께 디자인이라는 강점이 옅어지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전문가 최문석 대표 선임이 재매각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 대표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의 경험도 풍부한 만큼 온라인에서 매출 규모를 키운 후 재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다만 신세계그룹에게 신세계까사가 아직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업계 선두 한샘은 롯데그룹에게 인수될 가능성이 높고 2위 현대리바트 역시 현대백화점의 계열사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백화점 리빙 사업을 위해 자체 가구 브랜드가 절실하다. 당장 수익성이 좋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육성해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직은 '절반의 성공'

신세계까사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15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2.9%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0억원 개선된 47억원이었다. 2018년 신세계에 인수된 이후 이어지고 있는 적자 행진을 올해도 끊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외형 성장'의 폭은 컸다. 업계 선두 한샘의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 성장률은 9.4%였다. 2위 리바트의 매출은 0.9% 뒷걸음질쳤다.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신세계까사의 매출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영업손실은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신세계까사의 외형 성장은 온라인 사업이 이끌었다. 신세계까사 온라인 플랫폼 '굳닷컴'은 올해 전년 대비 71%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구만을 취급하던 굳닷컴을 편집몰로 리뉴얼하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상품군을 확장한 결과다. 온라인 전용 자체 브랜드 '어니언'의 성장도 힘을 보탰다. 어니언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160% 성장했다.

이에 신세계까사는 '온라인 드라이브'를 선택했다. 지난 10월 이커머스 전문가 최문석 대표를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최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부사장, 에누리닷컴(써머스플랫폼) 대표, 여기어때 대표 등을 지낸 '이커머스통'이다. 최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신세계까사는 조만간 조직개편을 예정하고 있다. 이미 별개 팀 수준으로 성장한 굳닷컴의 권한을 키우고, 마케팅과 유통망 재정비 등이 거론된다.

성장에도 '매각설' 나오는 이유

최 대표 선임에 대한 다른 시각도 있다. 온라인을 통해 신세계까사의 내실을 개선한 후 재매각하는 것이 목표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최 대표는 이커머스와 더불어 M&A 역량도 검증받은 인사다. 이베이코리아에서 G마켓 인수를 원활히 마무리했다. 에누리닷컴에서는 골프예약 서비스 엑스골프, 택배 정보앱 스마트택배 운영사를 연이어 인수했다. 이후 코리아센터에 에누리닷컴을 매각하며 임기를 마쳤다. 신세계까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세계까사의 사업 구조도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탠다. 자체 생산 비중이 60%를 넘는 한샘과 리바트와 달리, 신세계까사는 제조공장이 없다. 기획·디자인·설계를 자체 진행하고, 국내외 70여개 공장에 생산을 위탁한다. 때문에 원가 경쟁력이 낮아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기 어렵다. 가구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진출도 불가능하다. 외부 생산인 만큼 품질 관리에도 취약하다.

신세계까사 매장 전경. /사진=신세계까사

게다가 오프라인 유통망까지 열세다. 올해 3분기 기준 신세계까사의 오프라인 점포 수는 총 91개다. 한샘과 리바트의 오프라인 매장 수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온라인 가구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고가 가구 시장의 오프라인 수요는 아직 탄탄하다. 몸에 닿는 제품인 만큼 직접 살펴보고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많다. 이는 준프리미엄 제품이 주력인 신세계까사의 분명한 약점이다.

신세계까사는 그동안 디자인을 앞세워 약점을 극복해 왔다. 해외 프리미엄 가구 수입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이케아의 국내 진출 전후로 경쟁사 역시 디자인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신세계까사의 강점이 빠르게 옅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신세계가 신세계까사를 매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온라인 역량 강화는 매출 규모를 키워 '몸값'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팔지 않아야 할 이유도 분명

매각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신세계에게 신세계까사가 아직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백화점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경쟁 백화점들은 모두 가구 기업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미 현대리바트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롯데쇼핑은 최근 IMM프라이빗에쿼티의 한샘 인수전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향후 경영권을 완전히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백화점에서 가구·리빙 카테고리의 매출 비중은 10% 정도로 높지 않다. 가구로 영역을 좁히면 5% 미만이다. 하지만 가전 등 카테고리와 맞물린 집객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또 계열 가구 제조사를 가지고 있다면 시장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라인업도 외부 브랜드에게 공급받는 것에 비해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 따라서 신세계까사를 매각하기보다 '장기 육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가구 시장에는 아직 '기회'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게다가 가구 시장에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구 소매판매 시장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23.8%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 가구 시장의 규모는 전년 대비 43%가량 커진 4조9000억원이었다. 국내 유통 시장에서 이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는 카테고리는 드물다. 따라서 신세계가 신세계까사를 매각하기보다 온라인에 집중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현대백화점이 한샘과 리바트를 보유한 가운데 신세계백화점만 가구 브랜드가 없다면 중저가~준프리미엄 가구 상품의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신세계까사가 당장은 '계륵'일 수 있지만, 성장세가 높고 잠재력도 아직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자체 제조공장도 수익성만 확보된다면 얼마든지 지을 수 있는 만큼, 급하게 매각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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