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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럼·브랜디까지…다양한 '양주'의 세계

  • 2025.02.23(일) 13:00

[생활의 발견]다양한 종류의 증류주
주 재료·생산 지역 따라 특색 달라져

/그래픽=비즈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요즈음 어렸을 적 즐겨 봤던 일본 인기 만화·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을 다시 정주행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주인공의 최대 숙적인 범죄 조직 '검은 조직'이 등장하는데요. 검은 조직의 특징 중 하나는 조직원들의 코드네임이 술 이름이라는 점입니다. 진·워커·럼·라이·버번·스카치·데킬라 등 다양한 '양주'의 이름들이 이 작품에서 등장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술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되는 어린이들도 많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이 많은 양주들,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요?

증류주의 대표 주자

양주는 유럽, 아메리카 등에서 만들어진 서양 술 또는 서양식 양조법으로 만든 술을 뜻하는 말입니다. 서양에서 온 술은 와인, 맥주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양주는 일반적으로 서양의 증류주(spirits)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아마 국내에서 가장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은 양주는 위스키(Whisky·Whiskey)일 겁니다. 위스키는 맥아를 주 원료로 하는 술입니다. 맥아는 보리에 적당한 온도의 물을 부어 약 사흘간 싹을 틔운 후 건조한 것을 말하는데요. 식혜를 만들 때 쓰는 엿기름이 바로 맥아입니다. 발아 시킬 때 아밀레이스 효소가 나오는데 이를 발효에 활용할 수 있죠.

위스키는 이 맥아를 발효시켜 만든 발효주를 다시 증류해 만든 술입니다. 증류는 술을 끓여 기체로 만든 후 다시 냉각해 액체로 만드는 과정인데요. 이 과정을 거치면 알코올 도수가 크게 상승합니다.

롯데칠성음료의 ‘스카치블루 싱글몰트 컬렉션'. / 사진=롯데칠성음료

위스키를 처음 만든 지역은 아일랜드입니다. 물론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는 누가 위스키를 발명했냐를 두고 다투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아일랜드가 먼저라고 알려져 있죠. 아랍의 증류 기술이 십자군 전쟁을 통해 유럽에 전해졌고, 15세기 초 아일랜드에서 이를 활용해 위스키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스코틀랜드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위스키 하면 스코틀랜드의 '스카치 위스키'와 아일랜드의 '아이리시 위스키'가 가장 유명하죠. 스카치 위스키와 아이리시 위스키는 모두 3년 이상의 숙성 기간을 거쳐야만 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위스키가 생산됩니다. 명탐정 코난에 등장하는 버번, 라이도 위스키의 한 종류인데요. 모두 미국 위스키입니다. 버번(Bourbon)은 51% 이상의 옥수수, 그리고 호밀, 맥아 보리로 만듭니다. 라이 위스키(Rye Whiskey)는 버번과 제조 과정은 같은데 주 재료가 옥수수가 아니라 51% 이상의 호밀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또 스카치 위스키의 영향을 받은 일본 위스키도 유명합니다. 다만 일본 위스키는 법적 최소 숙성 기간이 없다는 점이 스카치 위스키와 다르다고 하네요.

주 재료의 차이

세계에는 위스키 외에도 다양한 증류주가 있습니다. 주 재료에 따라 브랜디, 럼, 보드카, 진 등으로 구분하는데요.

이 중 브랜디(Brandy)는 포도로 만든 와인을 증류한 후 나무통에서 숙성시켜 만든 증류주입니다. 코냑(Cognac)이 가장 유명한 브랜디 중 하나일텐데요. 코냑은 프랑스 서부의 코냐크 지방에서 생산되는 브랜디의 이름입니다. 최소 2년 반 이상의 오크통 숙성을 거쳐야 한다고 하네요. 프랑스 남서부 아르마냑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브랜디 '아르마냑(Armagnac)'도 유명합니다.

포도 와인이 아닌 다른 과일주로 만든 브랜디도 있습니다.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의 칼바도스주에서 나는 칼바도스(Calvados) 브랜디가 대표적인데요. 칼바도스 지역에는 포도가 생산되지 않아 사과로 만든 사과주 시드르(Cidre)를 증류해 브랜디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브랜디는 프랑스 제품들이 유명하지만 아르메니아, 독일, 스페인 등에서도 생산됩니다.

지난해 말 데블스도어에서 판매한 디아지오의 데킬라 브랜드 '돈 훌리오'. / 사진=신세계푸드

또 다른 증류주인 럼(Rum)은 사탕수수로 만든 증류주입니다. 사탕수수로 설탕을 만들고 남은 부수적으로 나오는 찐득한 당밀을 주로 사용하는데요. 원료가 싸다보니 일반적으로 저렴한 술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요즈음에는 사탕수수즙을 사용한 고가 럼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메이카, 트리니다드 토바고, 쿠바 등 사탕수수가 많이 나는 서인도 제도 지역이 유명한 럼 산지입니다.

보드카(Vodka)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증류주입니다. 사실 보드카를 최초로 만든 국가가 어디냐를 두고는 폴란드와 러시아의 입장이 갈린다고 합니다. 폴란드가 먼저 만들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하네요. 보드카는 과거엔 감자를 주 재료로 했는데 최근에는 밀, 옥수수, 호밀, 수수 등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곡물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폴란드와 러시아 외에도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됩니다.

이외에 증류 과정에서 노간주나무 열매, 당귀, 감초, 레몬과 같은 식물성 재료를 첨가해 만드는 진(Gin), 선인장과 비슷한 블루 아가베의 즙으로 만드는 멕시코의 대표 술 데킬라(Tequila) 등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증류주입니다.

whisky냐 whiskey냐

이런 증류주들은 그 나라와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다보니 각 나라와 지역의 자존심 싸움이 되기도 합니다. 위스키 원조가 어디인지 다투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보드카의 원조가 어디인지 다투는 폴란드와 러시아 사례가 대표적이죠.

또 그 지역에서 생산된 술만 인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카치 위스키는 반드시 스코틀랜드에서, 아이리시 위스키는 반드시 아일랜드에서 생산돼야 하는 식으로요. 반면 진을 대표하는 영국식 진 '런던 드라이 진'은 런던에서 생산된 술이 아니라도 영국식 진 스타일을 유지하기만 한다면 붙일 수 있는 이름입니다.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미국 보드카 '티토스'. / 사진=하이트진로

위스키의 영어 철자에서도 지역적 특색을 엿볼 수 있습니다. 위스키는 영어로 Whisky 또는 Whiskey로 씁니다. 스코틀랜드 스카치 위스키 회사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스카치 위스키 익스피리언스(The Scotch Whisky Experience)에 따르면 '위스키'라는 단어는 생명의 물을 뜻하는 게일어 'Uisce beatha'에서 파생됐습니다. 이 단어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 달리 변형됐다고 하네요.

스코틀랜드에서는 e가 없는 whisky를, 아일랜드에서는 e가 있는 whiskey를 씁니다. 미국은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많이 넘어가 위스키를 생산했기 때문에 아일랜드와 같이 whiskey를 쓰고요. 스카치 위스키의 영향을 받은 일본 위스키는 whisky를 씁니다.

다시 명탐정 코난으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검은 조직의 조직원인 '워커'라는 코드명, 도대체 무슨 술일까요. 워커라는 단어를 보고 유명한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인 '조니 워커'를 먼저 떠올릴 수도 있겠는데요. 실제로는 보드카를 의미하는 이름입니다. 일본에서는 보드카를 '워카(ウォッカ)'라고 표기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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