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찮음'이 키운 시장이 있다. 대표적인 게 세탁 대행 시장이다. 앱을 켜고 버튼만 누르면 세탁물이 문 앞에서 수거되고, 며칠 뒤 다시 배달되는 '세탁의 플랫폼화'다. 전통산업이었던 세탁소가 프랜차이즈화되고, 온라인 서비스를 결합한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세탁시장은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엔 B2C에서 B2B로 사업을 확장하며 세탁 사업의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6조원 눈앞…디지털 전환 가속화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세탁 서비스 시장은 2021년 5조1000억원에서 2023년 5조7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오는 2026년에는 6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같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뚜렷한 사회구조적 변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은 2015년 27.2%에서 2023년 35.5%로 늘었다. 또 맞벌이 가구 확대와 함께 가사 노동을 효율화하려는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무인 점포 기술과 물류 시스템의 발달이 더해지며, 세탁업계는 '플랫폼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온라인 세탁 플랫폼들은 적자를 내고 있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컴퍼니는 지난해 매출은 53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8% 늘었지만, 영업손실이 230억원으로 오히려 확대됐다. 2018년 창업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의식주컴퍼니 관계자는 "B2C 사업인 런드리고는 20% 이상의 성장을 이뤘고, 관광객 증가에 따른 호텔 세탁 수요도 늘었다"면서도 "다만 서비스 품질과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손실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세탁특공대'를 운영하는 워시스왓도 성장 정체를 맞았다. 워시스왓의 경우 지난해 영업손실을 46억원에서 12억원으로 줄이며 수익성을 개선했다. 2022년 166억원에 달하던 적자 폭을 해마다 줄이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외형성장은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과 같은 333억원에 그쳤다.
워시스왓 관계자는 "지난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며 고객 수를 늘렸지만 기존 세탁 공장의 처리 용량 한계로 인해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제약이 있었다"며 "세탁특공대는 EBIT(이자와 세금 차감 전 이익)기준으로는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체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세탁 프랜차이즈 1위 크린토피아는 2024년 매출 2797억원, 영업이익 31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89.8%, 160.5% 성장했다. 크린토피아는 전국 3300여 개 점포망을 갖춘 유일한 전국구 세탁 프랜차이즈다. 크린토피아는 세탁편의점 '크린토피아', 코인빨래방 '코인365', 멀티숍 '크린토피아 멀티' 등으로 구성된 오프라인 기반 사업을 전개해왔다. 오프라인 인프라를 통해 사업을 확장한 게 실적 성장을 이뤘다는 분석이다.

크린토피아는 지난 2022년부터 모바일 앱 기반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접목했다. 점차 개인 고객뿐 아니라 호텔, 기업 등 B2B 사업까지 확장하면서 외형성장을 이뤘다. 특히 지난해엔 앱 내에 심야 수거·배달, 의류보관, 이사청소·홈케어 등 신규 서비스를 추가해 고객 접점을 넓혔다.
크린토피아 관계자는 "호텔과 기업 고객 확대,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강화가 매출과 이익 성장을 견인했다"며 "B2B 부문의 확장이 특히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끊임없는 인프라 투자
온라인 세탁 플랫폼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그해 '세탁특공대'가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19년엔 '런드리고'가 온라인 세탁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모바일 세탁 서비스는 편리함으로 고객을 끌어모았다. 그럼에도 '선발대'인 이들은 여전히 적자 경영 중이다. 사업 확장을 위해 꾸준히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고 있어서다.
우선 양사는 지난해 각자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의식주컴퍼니는 지난해 창원, 김해, 대구, 대전, 울산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다. 지난해 3월 대전·세종·천안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했다.
여기에 B2B 시장으로 사업 확장까지 나서고 있다. 의식주컴퍼니는 미국 세탁 렌탈 대기업 신타스의 모델을 벤치마킹해 국내 B2B 세탁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000평 규모의 B2B 전용 스마트 세탁팩토리를 구축하는 데 들인 비용은 약 100억원이다. 향후 호텔, 리조트, 병원, 피트니스센터, 레스토랑, 헤어숍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B2B 세탁 렌탈 비즈니스를 확장하겠다는 생각이다.

의식주컴퍼니는 B2C 영역에서도 런드리고의 품질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 스마트팩토리 고도화에 집중해 왔다. 최근에는 RFID 시스템, 합포장 및 출고 자동화 시스템 등에 2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B2C 인프라에 들인 비용은 누적 350억원 이상이다.
세탁특공대는 B2C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올해 1월엔 세탁 처리 용량을 확대하기 위해 신규 공장을 증설했다. 더불어 최근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화하고, 고객 경험 및 서비스 상품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세탁 서비스를 한복, 수영복, 스키복 등으로 다양한 품목으로 확장하는가 하면, 신규 세탁 설비 도입을 통해 동일 시간 내 처리량과 인력 효율을 높였다.
워시스왓 관계자는 "서비스 품질 고도화가 고객분들의 재이용률과 신뢰도를 높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확장을 이끄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며 "1:1 맞춤형 케어와 고객별 검품 리포트 제공 등 고도화된 품질 관리 체계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다릅니다"
의식주컴퍼니는 RFID 기반 자동 분류, 합포장, 자동 출고 등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1분기 수익성이 전년 대비 100% 이상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워시스왓의 경우 지난해 11월 7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이 투자를 바탕으로 스마트팩토리를 확장키로 했다. 더 낮은 가격과 더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생각이다. 올 1월 신규 공장을 증설해 처리 용량을 대폭 확대했고, 현재는 확장된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일각에선 온라인 세탁 서비스의 가격대가 일반 세탁소에 비해 높다는 소비자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3만원 미만의 소액 주문 시 배송비가 추가되는 등의 불편함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자 반응을 업계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세탁 서비스가 강조하는 점이 있다. 바로 '가격 대비 높은 편의성'과 '서비스 만족도'다.
일반적인 오프라인 세탁소는 가격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책정해 광고한 뒤 실제 세탁물의 상태나 디테일에 따라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불편을 없애고 정찰제 기반의 투명한 요금 체계를 운영해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고객 유입 방안으로써 구독제도 운영 중이다. 세탁특공대는 지난 2023년 무제한 구독 멤버십 '세특패스'를 선보였고, 런드리고는 이달부터 생활빨래, 이불·신발 세탁 등 모든 서비스를 통합한 구독형 요금제 '런드리고X'를 출시했다.
업계는 1~2인 가구 증가와 소비 편의성 중시 트렌드를 바탕으로 온라인 세탁 서비스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지만, 세탁업이 디지털 혁신과 서비스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기술력과 서비스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시장 주도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