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 소비자들에게 가장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단연 '화장품'이다. 뛰어난 제품력은 물론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에 발 빠르게 대응한 덕분이다. K뷰티가 단순한 '히트 상품' 수준을 넘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달라진 K뷰티
국내 화장품 업계는 지난 2022년 변곡점을 맞았다. 당시는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과 규제 강화로 국내 기업들이 '탈(脫)중국' 전략을 본격화한 시기다. 이 때문에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던 화장품 수출은 마이너스로 전환하며 역성장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 컸던 탓에 그 역풍을 더 심하게 맞았다.
하지만 'K뷰티'는 이듬해 불확실성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글로벌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꾀한 것이 주효했다. 위기 속에서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 것은 물론 해외에서의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K뷰티 수출은 대기업이 주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소기업이 수출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수출길에 오르는 '인디 브랜드'들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여기에 'K컬처'라는 외부적 요인과 제품 발견부터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이 전보다 훨씬 짧아진 점도 흥행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도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인디 브랜드의 대표 주자인 에이피알은 지난 7월 미국 아마존 프라임데이 기간 동안 2200만달러(약 306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목표치 보다 220% 초과 달성했다. '메디큐브 제로 모공 패드'가 전체 뷰티 카테고리에서 판매 수량 1위를 차지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K뷰티의 인기에 역직구 플랫폼인 '올리브영 글로벌몰'도 호재를 누리는 중이다. 올리브영 글로벌몰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몰을 통한 주문 건수는 60% 가량 늘었다.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은 미국에서 발생했다. 이외에 일본은 1년 전보다 180%, 영국은 300% 증가하는 등 고성장을 이어갔다.트렌드 선도
그야말로 'K뷰티 전성기'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은 55억달러(7조6659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14.8% 늘어났다.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올해도 화장품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업계에서는 K뷰티 성장 요인을 '사이클의 혁신'에서 찾는다.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주기를 단축해 화장품 트렌드의 '골든 타임'을 잡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인디 브랜드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 ODM(제조업자개발생산) 기반의 유연한 생산 능력이 뒷받침됐다. 이렇게 구현된 상품은 올리브영과 같은 K뷰티 플랫폼이나 현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 빠르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 피드백에 대한 민첩한 대응 체계도 강점으로 꼽힌다. 단순 제품 출시에 그치는 것이 아닌, 소비자들의 리뷰와 SNS 반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리뉴얼하거나 파생 제품을 선보이면서 이같은 전략을 구사한 것이 시장에서 통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속도전은 안정적인 라인업을 중시하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과 차별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모방 제품 확산' 문제와 치열한 경쟁에 따른 '레드오션화'가 대표적이다. 특히 화장품은 한 제품이 히트를 치면 유사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브랜드 차별성을 희석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곧 하나의 브랜드를 넘어 K뷰티 전체의 성장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K뷰티는 획일화된 제품이 아닌 '퍼스널라이즈드 뷰티'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보고 있다. 개인의 피부 타입, 생활 습관, 환경적 요인을 반영한 맞춤형 화장품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것이 이유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기술과 결합한 '뷰티테크' 분야에 속도를 내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사려는 목적보다 K뷰티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지금의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지속 가능성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