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씨엔씨가 로드숍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색조 브랜드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색조 화장품 수출이 급증하면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최근 매각설까지 돌았던 어퓨도 글로벌 헤어케어 브랜드로 재정비하며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에이블씨엔씨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6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색조 중심 수출 구조다. 올해 1분기 색조 부문 매출은 192억원으로 전체의 41.1%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수출 비중만 165억원에 달했다.
반면 기초 부문 매출 비중은 29.3%이었다. 대부분의 K뷰티 브랜드들이 스킨케어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달리, 에이블씨엔씨는 베이스 메이크업과 색조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실적 전체를 견인한건 해외 사업이다. 1분기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47.2%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도 지난해 1분기 52%에서 올해 70%까지 확대됐다. 국내 로드숍 브랜드에서 글로벌 수출 기업으로 매출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지역별로는 미국 성장세가 가장 가팔랐다. 올해 1분기 미국 매출은 전년 대비 230% 증가했고 미국 법인도 흑자 전환했다. 틱톡샵과 아마존 중심 디지털 커머스 채널이 안착한 데 이어 코스트코 입점 효과까지 더해졌다.
유럽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올해 1분기 유럽 매출은 43% 증가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최근 영국 틱톡샵에도 진출하며 유럽 내 디지털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중동과 중남미도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1분기 중동 매출은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중남미 매출은 12배 확대됐다. 최근 브라질 시장에도 처음 진출하며 남미 전역으로의 시장 확대 가능성을 높였다.
BB크림의 부활
에이블씨엔씨의 글로벌 성장을 이끈 핵심 제품은 미샤의 BB크림이다. 대표 제품인 'M 퍼펙트 커버 BB크림'은 현재 미국 아마존 BB크림 카테고리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00년대 국내 로드숍 시장에서 유행했던 BB크림이 미국과 유럽에서 다시 주목받으며 '글로벌 BB크림 붐'을 이끄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전환점은 세계적인 여성 래퍼 '카디 비(Cardi B)'의 틱톡 바이럴이었다. 지난해 7월 카디비가 자신의 틱톡 계정에 올린 'M 퍼펙트 커버 세럼 BB크림' 소개 영상은 게시 2주 만에 조회 수 1000만회를 돌파했고 이후 2000만회를 넘어섰다.
바이럴 효과는 판매로 직결됐다. 카디비 영상 업로드 직후 미국 틱톡숍 내 미샤 제품 일평균 매출은 전주 대비 1225% 급증했다. 미국 법인 매출은 지난해 3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 늘었다.
에이블씨엔씨는 현지화 전략에도 공을 들였다. 기존 한국 중심 색상 체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피부 톤에 맞춘 컬러 라인업을 확대했다. 지난해 출시한 'M 퍼펙트 커버 세럼 BB크림'은 미국 시장을 겨냥해 색상을 10가지까지 늘렸다. 현지 소비자들이 여러 컬러를 섞어 사용하는 방식까지 고려한 전략이다.
디지털 마케팅 방식도 기존 K뷰티 브랜드들과 달랐다. 대형 글로벌 인플루언서 대신 중소형 크리에이터 중심 전략을 택했다. 틱톡과 유튜브에서 실제 사용 전후를 보여주는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며 바이럴 효과를 키웠다. 글로벌 크리에이터 마케팅 분석 기업 트래커에 따르면 미샤는 지난해 미국 메이크업 카테고리 내 크리에이터 마케팅 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
한때 매각설이 돌았던 어퓨도 해외 사업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어퓨는 최근 '라즈베리 헤어식초' 등을 앞세워 글로벌 헤어케어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에이블씨엔씨가 어퓨를 단순 서브 브랜드가 아닌, 글로벌 헤어·색조 브랜드로 다시 육성하는 것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에이블씨엔씨는 최근 미국·캐나다·대만 등 주요 시장에서 코스트코를 비롯한 대형 리테일 채널 입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리테일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시장에서 검증한 마케팅 전략도 영국과 서유럽 시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영국은 미국과 소비 트렌드 및 콘텐츠 소비 방식이 유사해 기존 성공 공식을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 독일·프랑스 등 서유럽 시장에서는 제품력과 성분 신뢰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장기적인 브랜드 성장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중동과 남미 등 신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MZ세대 접점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무신사·다이소·11번가·G마켓 등 플랫폼 채널 중심 전략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플랫폼 채널 매출은 전년 대비 12.3% 증가했다. 로드숍과 면세점 등 오프라인 채널 의존도를 줄이고 젊은 소비자가 몰리는 플랫폼 중심으로 판매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북미에서 검증된 제품 경쟁력과 디지털 마케팅 성공 공식을 글로벌 시장에 본격 이식할 것"이라며 "국가별 소비 트렌드와 유통 환경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통해 미국·유럽은 물론 중동과 중남미에서도 안정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